일상 이야기 410

세 아이의 아빠

2016년 12월 8일에 아내와 나 사이에서 첫째 아이(지윤)가 태어났고, 2020년 6월 16일에 둘째와 셋째 아이(서윤, 태현)가 태어났다. 쌍둥이 출생 이후 유가읍사무소에 방문해서 아이들의 출생신고를 마쳤으니, 우리 가족은 이제 공식적으로 5인 가족이 되었다. 서윤이와 태현이가 아내와 함께 산후조리원에서 나와서 우리 모두 한 집에서 함께 살게 된 지도 1주일이 넘었다. 지윤이 때 이미 경험했던 신생아 육아지만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특히 아이 하나가 아니라 아이 둘이라, 중간 중간 틈틈이 쉬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아내와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쌍둥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둘째 서윤이는 순하다. 분유를 주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 이외..

일상 이야기 2020.07.12

과학 강연계의 꼬꼬마

어제 오후부터 코로나 감염의 위험 때문에 갑작스럽게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가족들과 격리되어 나 혼자 방 안에 있으면서 딱히 할 일이 없어 유튜브 강의를 보았다. 이종필 교수님의 [일반인을 위한 일반 상대성 이론], 김항배 교수님의 [빅뱅에서 쿼크까지 : 특수 및 일반 상대성 이론 ], 김상욱 교수님의 [뉴턴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다], 이갑수 선생님의 [일반 상대성 이론] 강연 등등. 다들 참으로 훌륭한 강연이었고, 강연마다 각각의 장점이 있었다. 이종필 교수님의 강연은 물리학적으로 자세했고 정확했다. 특히 쌍둥이 역설에 대한 물리학적 설명(도플러 효과를 이용한)이 훌륭했다. 김항배 교수님의 강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중력장 아래에서 자유 낙하하는 계 역시 일시적이고 국소적인 관성계로 볼 수 있..

일상 이야기 2020.06.06

밑천을 쌓는 시간

과학관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은 일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번 계측영상장비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물리실험 및 사진에 관한 책들을 읽었고, 이번 기하학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기하학에 관한 책들을 읽고 있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다시 한 번 다져지고 내가 몰랐던 것들이 그 위에 덧붙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개인적인 성장 위에서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들, 예를 들어 전시 준비를 하거나 과학기술자료를 정리하는 일들을 한다. 솔직히 나는 아직까지 내가 학예사로서, 연구원으로서 일을 뛰어나게 잘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을 하면서 나 자신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최근 우리 과학관에도 박사급 인력들이 다수 입사했다...

일상 이야기 2020.05.23

이야기 전달자

사자에게는 사자가 할 일이 있고, 개에게는 개가 할 일이 있다. 위대한 사람에게는 위대한 사람이 할 일이 있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평범한 사람이 할 일이 있다. 만약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괜히 위대한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흉볼 생각하지 말고 그저 내가 할 일을 하자. 나는 그냥 나의 삶을 살자. 나는 이와 같은 신조를 가지고 살고 있다. 이제 나에게 공부라는 것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자신과의 싸움이 되었다. 뛰어난 연구 업적을 쌓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저 내가 하고 싶었던 연구를 계속 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과학과 철학 사이의 관계, 철학적 탐구가 과학 속에서 차지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 나는 참으로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그런데 그 오랜 고민도 최근 들어 조금씩 사라지고 있..

일상 이야기 2020.03.28

읽기와 쓰기의 위안

나는 경쟁에 매우 서툰 사람이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인간 세상에서는 끊임없이, 쉬지 않고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경쟁에서 언어는 대부분 순수한 도구로서 기능한다. 언어는 상대방과 싸우거나, 다른 상대방과 연합하는 데 사용된다. 또한 언어는 유희를 위해서도 빈번하게 사용된다. 가끔씩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토크쇼를 보면 출연자들이 얼마나 맛깔나게 언어유희를 하는지 모른다. 인간들끼리 육체를 이용해 서로 합법적으로 경쟁하는 것은 스포츠다. 사람들은 스포츠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서로 육체적인 경쟁을 한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언어적인 경쟁이다. 말을 잘하고 못하는 것은 오늘날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책이라는 존재는 나에게 다소 기묘한 느낌을 ..

일상 이야기 2020.03.21

지키고 가꾸는 일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난다. 할머니는 깨어 있는 동안에는 늘 무엇인가 일을 하셨다. 밭에 나가서 김을 매거나, 방을 닦거나, 나물을 다듬거나, 설거지를 하셨다. 할머니는 영특하신 편은 아니셨지만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나는 할머니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할머니의 초인적인 부지런함은 나에게는 늘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 되돌아보면 나는 나의 할머니로부터 그런 부지런함을 물려받은 게 아닌가 싶다. 나에게는 지적인 영특함은 없지만 무엇인가를 끈질기게 하는 근성과 부지런함은 있다. 3월 18일에 나의 다섯 번째 번역서 [상대성 이론의 공리화]가 출판된다. 나는 학부 4학년 때(2004년)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때는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읽어도 도저히 이..

일상 이야기 2020.03.08

과학을 철학함

전염병이 나라를 넘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요즘, 그저 조심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나는 그저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주 금요일(2월 28일)에 과학철학 종합예비시험을 치렀다.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 동안 A4용지 5장을 손글씨로 빼곡하게 채우면서 나는 아직까지 나 스스로가 참으로 부족함을 느꼈다. 논술고사 이후에는 구술고사가 예정되어 있어, 틈틈이 과학철학과 관련된 여러 논의들을 다시금 살펴보고 있다. 이제는 잠시 미뤄두었던 스몰린의 책 번역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조만간 라이헨바흐의 [상대성 이론의 공리화]가 출간될 것이다. 그의 책 [경험과 예측]을 번역하고 나면 나는 스스로가 박사학위논문을 쓸 자격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일상 이야기 2020.03.03

즐기면서 일하기

최근 바쁘게 지냈다.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 중이라 주중에 회사에서 퇴근하면 곧바로 집으로 와서 밥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했다. 게다가 2월 말에 과학철학 종합예비시험이 계획되어 있어, 하고 있던 스몰린의 책 번역을 잠시 미뤄두고 틈나는 대로 시험공부를 했다. 과연 나는 마지막 남은 논문자격시험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시험 준비 초반에는 시험에 꼭 통과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이 있었다. 지금은 그냥 편하게 마음을 먹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하려 한다. 나는 올해도 회사에서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한다. 우선, 경북대학교 수학교육과 기우항 교수님의 기증 자료들을 활용하여 10월에 기하학 특별전 [도형의 아름다움]을 개최한다. [수학사랑]이라는 수학 전시 및 교구 전문 업..

일상 이야기 2020.02.10

기하학의 역사와 의미를 되돌아보는 기하학자

나는 2018년에 처음으로 경북대학교 수학과 기우항 교수님을 뵙게 되었다. 기우항 교수님께서 대구과학관이 주관하여 진행하는 정책연구의 조사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2018년 이래로 기우항 교수님을 자주 찾아뵈었다. 찾아뵐 때마다 이제 자신에게는 필요 없는 것들이라며 이런저런 자료들을 많이 주셨다. 교수님께서 남기신 논문들과 연구 노트들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내용들(미분기하학 분야의 전문적인 논문들)이라 도저히 소화를 시키지 못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교수님의 저술들 중에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도 제법 많이 있었다. [기하학의 흐름], [기하학이란 무엇인가], [기하학의 발전과 전망], [기하학의 발전과 장래]. 이와 비슷한 제목의 논문 혹은 기고문들을 기우항 교수님의 자료에서 자..

일상 이야기 2020.01.10

책상에 앉아 백일몽에 빠지는 시간

2020년이 되면서 나이가 한 살 늘었다. 올해로 내 나이 서른아홉이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서른아홉이 많은 나이이겠고, 나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에게는 아직 한창인 나이이겠다. 그런데 내게 재미있는 사실은 나이를 들어도 나의 기본적인 감성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학교가 끝나면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을 다녔다. 하루는 영어 하루는 수학을 번갈아가며 매일 70분씩 가르쳤다. 수업이 끝나면 항상 종이의 앞뒤 양면이 가득 찬 숙제를 한 장씩 주었고, 숙제에는 제법 어려운 문제들이 실려 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하루의 남은 시간 동안 그 문제들을 푸느라 씨름했는데, 나는 그렇게 문제를 푸는 시간을 무척 즐겼다. 나에게는 몇 문제를 맞히느냐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

일상 이야기 2020.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