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361

글쓰기 연습

내가 다녔던 중학교에는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전통 2개가 있었다. 하나는 여름 점심시간에 식사를 한 후 단체로 낮잠을 잤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 중학교 교실 바닥은 나무로 된 마루였다. 학생들은 점심식사를 끝내고 책상을 모두 교실 뒤편으로 밀었고 남은 점심시간 동안 잠을 잤다. 나는 이 전통이 퍽 좋았다. 우리 학교의 또 다른 전통은 일기쓰기였다. 아무런 주제라도 좋으니 학생들은 매일 공책 반 쪽 분량의 일기를 써야했고, 담임선생님께서는 매 월 학생들의 일기작성 현황을 검사하셨다. 나 역시 다른 학생들처럼 일기를 쓰는 것이 귀찮을 때가 많았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꼬박꼬박 일기를 썼다. 중학교 시절 나는 소설을 많이 읽었다. 학교에서 독서 감상문을 제출하라고 해서 억지로 책을 읽다..

일상 이야기 2016.12.23

대화하는 일

어떤 공간에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생각을 하거나 몸을 움직일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종이를 통해 아니면 전자문서를 통해 그날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지침을 받았다면, 그는 그 지침에 따라서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진행해 나갈 것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정보가 필요하다면 그는 전화를 통해서 혹은 전자메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관련된 정보를 얻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특정한 행동을 해주기를 바랄 경우에도 그는 유사한 방식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등장한다고 가정해보자. 편의를 위해 원래 있던 한 사람을 A라고 부르고, 새롭게 등장한 다른 사람을 B라고 부르자. B는 업무를 위한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서 A를 만나러..

일상 이야기 2016.12.18

산후조리원에서의 생활

오늘로 우리 딸 지윤이가 태어난 지 꼭 일주일이 되었다. 아내는 지난 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병실에 입원해 있었고, 토요일부터는 같은 여성병원에 있는 산후조리원에서 지내고 있다. 아내가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는 기간은 2주로, 다음 주 금요일에 퇴원을 하게 된다. 나는 지난 주 수요일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내와 함께 지내며 아내가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돕고 있다. 내가 재직 중인 직장에서 남편에게 공식적으로 주어지는 출산휴가는 5일이며, 따라서 나는 내일 정식으로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 산후조리원 시설은 매우 좋은 편이다. 총 10층 건물 중에서 7층~9층이 산후조리원이고, 원칙적으로 산후조리원 출입은 아내와 남편만 가능하다. 아내와 남편에게 각각 1개의 카드키가 주어진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아내를 대상으로만..

일상 이야기 2016.12.15

달성군민 형구씨

1982년에 태어나 35년째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형구씨는 근래에 들어 대구 달성군 유가면에 정착하게 되었다. 형구씨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국립대구과학관, 달성도서관 등이 있다. 형구씨의 아내는 국립대구과학관에서 근무하고 있어, 형구씨는 아내의 직장 근처로 집을 얻었다. 형구씨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자연과학을 무척 좋아한다. 그는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지금까지도 계속 공부하고 있다. 그는 석사학위를 갖고 있지만 그가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어제 형구씨는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선생님을 만났다. 물리학 박사인 김선생님은 2016년 2학기에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매주 1번씩 방문하여 DGIST 학..

일상 이야기 2016.12.14

아버지라는 이름

어제 오후에는 잠시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유가면사무소에 가서 아이의 출생신고를 했다. 강지윤(姜志昀). 2016년 12월 8일 생. 여자아이. 이제 지윤이는 주민등록상에 정식으로 등록된 대한민국 주민이다. 앞으로 나는 지윤이의 아버지로서 세상을 살아가게 되겠지. ‘지윤’이라는 이름의 뜻풀이를 해보자. ‘지윤’이란, 의지(뜻, 志)가 햇빛과 같이 밝다(昀)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햇빛과 같이 밝은 의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주명리학 상으로 지윤이에게 불(火)의 기운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름으로 불의 기운을 보완해주었다. 한자 이름을 짓는 데에는 아버지께서 수고해주셨다. 출생신고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파트 헬스시설에서 오래간만에 가볍게 운동을 했다. 샤워를 하고 곧장 다시 산후조리원으로 향했다. 대충 ..

일상 이야기 2016.12.13

튼튼이의 탄생

2016년 12월 8일 오후 1시 42분에 아내와 나 사이의 아이가 태어났다. 여자아이이고, 태명은 ‘튼튼이’다. 아내와 나는 아이가 튼튼하게 자라기를 기원하면서 ‘튼튼이’라고 태명을 지었다. 아이가 태어난 곳은 대구 지하철 월배역 근처에 있는 ‘여성아이병원’이다. 아이의 이름은 ‘지윤’이라고 지을 예정이다. 아직 한자 이름을 확정하지는 못했다. 정확한 이유를 대기는 어렵지만, 나는 딸일 경우에는 ‘지윤’이라는 이름을 쓰고 싶었다. 아이는 3.48킬로그램의 몸무게로 태어나 건강한 편이다. 몸통에 비해서 머리가 약간 컸는데 이는 아무래도 머리가 큰 나를 닮은 듯하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입술만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나를 쏙 빼닮았음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내가 고민했던 것은 이후의 ..

일상 이야기 2016.12.10

만일을 대비한 기록

나는 나에게로 전수된 과학철학을 위해서 이 기록을 남긴다. 과학철학이라는 학문은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서양의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한다. 현대적인 의미의 과학철학은 20세기 초반부터 시작되며, 특히 서양 유럽국가에 속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1930년대 이래로 현대의 과학철학은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발원지로 삼아 전 세계로 뻗어나갔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발전했다. 대한민국은 1945년 광복 이후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고,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 이후로 지금까지 상호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극히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은 미국으로부터 각종 문화적 산물들을 받아들였고, 숱한 책들이 미국으로부터 대한민국에 유입되었다. 나는 동양인이며..

일상 이야기 2016.12.04

자신의 길을 걷는 일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나던 청소년 시기에 나는 다음과 물음을 던졌다. 과연 나는 이 사회에서 무슨 가치가 있을까? 왜 사회는 나와 같은 사람을 육성하고 교육하는가? 아마도 사회는 교육을 통해 나의 지적, 육체적 능력을 길러 나를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나는 청소년 시절부터 사회에 대해서 일종의 부채감을 느꼈다. 좋든 싫든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태어나 이 사회가 제시하는 제도 속에서 자라났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초중등 교육을 받았고,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들어가 그 곳에서 고등교육을 받았다. 한 명의 개인이었던 내게 이 사회와 제도는 선택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종의 ‘주어진 것’이었다. 이러한 사회와 제도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

일상 이야기 2016.12.02

평온한 휴일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 삶의 많은 부분들이 어느 정도는 분명해졌다. 나는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교육과정을 잘 마쳤다. 나는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으로, 아주 뛰어나지는 않은 성적으로 교육과정을 마쳤다. 나는 눈에 띄지 않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다. 육군 장교 시절에도 나는 조용하고 평범하게 생활했다. 나는 육군 장교 시절 돈을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었고, 그것이 훗날 사회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밑천이 되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는 것은 취직 당시 내게 하나의 약점으로 작용하였지만, 운 좋게도 나는 몇 번의 실패 이후 무사히 취직에 성공했다. 대학원에서의 인연으로 지금의 아내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집값이 비싸지 않은 곳에서 살아 집 걱정도 별로 없다. 직장에서 나는 존재감을 ..

일상 이야기 2016.11.27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

한 때 나는 매일 대학원에서 공부에 전념했던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는 2008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지금은 아니다. 현재 나는 직장인으로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나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책과 논문들을 읽었고, 독서 이후에는 독서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보고서를 쓰거나 독서기록을 남겼다. 대학원 졸업 이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예전에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흔적들을 그냥 나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학원 시절 작성해두었던 글들을 내 개인 홈페이지에 게시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학원 시절에 썼던 대부분의 글들이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다. 나는 이와 같은 작업을 한 이유를 조금 더 상세하게 서술해보겠다...

일상 이야기 2016.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