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2018년 서울여행(2)

강형구 2018. 2. 18. 20:44

 

   (2018년 1월 6일)

   아침 일찍 일어난 나와 아내는 몸을 씻고 조식을 먹기 위해 정확히 오전 7시에 토요코인 로비로 나갔다. 예상했던 것처럼 토요코인에서 제공하는 조식은 깔끔하면서도 푸짐했다. 잘게 자른 사과, 주먹밥, 쌀밥, 된장국, 각종 반찬에다 서양식 아침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토스트, 잼, 오렌지 주스도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매우 만족하면서 아침 식사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로비에서 식사를 끝내고 무료로 제공되는 모닝커피 한잔을 마시며 경쾌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2일차 여행의 첫 번째 일정은 과천에 있는 국립과천과학관을 방문하는 일이었다. 아내와 함께 서울에서 지낼 무렵(2012년~2013년), 아내는 과천과학관에서 1년 정도 일을 했다. 아내가 과천에서 일을 할 때 나 역시 아내를 만나러 과천과학관에 몇 번 방문한 일은 있었지만, 내가 실제로 과학관 안으로 들어가 전시관을 관람한 적은 없었다. 아내는 오래간만에 예전에 근무했던 과천과학관을 방문하고 싶어 했고, 나 역시 과천과학관을 제대로 관람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내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우리는 과학관이 개관하는 9시 반에 맞춰서 과학관에 도착했다. 매표소에 가서 보니 상설전시관 입장료가 4천원이었고, 천체투영관이나 4D 체험관에 가기 위해서는 추가로 입장료를 내야 했다. 천체투영관, 4D 체험관 프로그램은 대구과학관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보여 우리는 상설전시관만 방문하기로 했다. 과학관 안으로 들어가니 확실히 대구과학관보다 규모가 컸다. 자연사관, SF관, 기초과학관, 겨레과학관, 현대과학관 등이 있었다. 2층 중간에는 통계와 관련된 특별전시를 하고 있었다. 규모가 크긴 하지만 각 전시관별 콘텐츠를 보면 다른 국립과학관들의 콘텐츠 수준과 비슷해서, 법인과학관들이 과천과학과 충분히 대등한 수준으로 전시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대략 11시 30분 정도까지 시간을 보냈다. 이후 과학관을 나와 건너편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방문하기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해서도 아내에게서 이야기만 몇 번 들었을 뿐 실제로 방문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산책삼아 미술관까지 걸어가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길이 멀었다. 서울대공원 방향으로 30분 정도 걸어야만 미술관에 갈 수 있었다. 미술관에 도착할 무렵에 우리는 긴 거리를 걷는 것에 너무나 지쳐, 나중에 미술관에서 지하철역으로 나갈 때는 반드시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탑승해야겠다고 합의를 보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찾은 것은 다름 아닌 식당이었다. 1층 전시관 안쪽으로 들어가니 “Lounge D”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 있었다. 나는 크림 갈릭 리조또를 주문했고, 아내는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주문했다. 우리는 흑임자 샐러드도 함께 곁들여 먹었다. 음식은 맛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양도 많았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오랫동안 걷느라 배가 고파서 더 음식이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레스토랑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활기가 넘쳤다. 우리는 아주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미술관 관람을 시작했다.
  

   학예사 자격증이 있어 예술인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아내는 대부분의 국립과학관 및 국립박물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만 별도로 입장권을 구입해야 했는데, 우리는 모든 전시를 관람하기보다는 하나의 전시만 선택해서 관람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그 하나의 전시가 바로 [해밀턴: 연속적 강박]이었다. 하지만 전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해밀턴이라는 사진작가는 특정한 하나의 테마 혹은 이미지를 가지고 여러 가지로 변형을 시켜서 복수의 사진작품들을 만들었는데, 이 작품들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래서 전시를 관람한 후에는 전시에 대한 기억이 금방 사라졌다.
  

   미술관 1층에는 한국의 유명한 예술과 백남준씨의 작품 “다다익선”이 있었다. 아내는 이 기념비적인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현대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난 뒤 우리는 미술관 셔틀버스를 타고 대공원역으로 갔다. 올 때는 힘들여서 걸어왔지만 버스를 타니까 금방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약간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는 산울림 소극장에서 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홍대입구로 갔다. 산울림 소극장은 오랜 전통을 가진 공연장으로, 전통적이고 깊이 있는 공연을 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 역시 대학에 다닐 때 누나와 함께 이곳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그때 “고도를 기다리며”를 아주 인상 깊게 관람했기 때문에, 나는 항상 산울림 소극장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리니 젊고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거리에 젊은이들이 가득했고 이것저것 볼거리도 많았다. 우리는 네이버 지도를 보고 산울림 소극장이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산울림 소극장으로 가는 도중 “경의선 책거리”를 볼 수 있었다. 예전에 경의선 철도가 있던 장소 근처에 출판사별 또는 장르별로 작은 컨테이너 크기의 건물들을 세워, 시민들이 건물 내부에 들어가 책을 볼 수 있게 해 둔 곳이었다. 이와 같은 풍경들을 볼 때마다 서울은 풍부한 문화적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구에서도 이 같은 문화적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아마 찾아보면 대구에도 분명 비슷한 거리가 있을 것이다.
  

   공연 시작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한 우리는 근처에 있는 카페 “공차”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나는 차를 마시면서 미국의 실험물리학자 리처드 뮬러가 쓴 [지금: 시간의 물리학]을 번역했고, 아내는 집에서 들고 온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었다. 나는 뮬러의 책 초벌 번역을 2월 말까지 끝내기로 출판사와 약속을 했기 때문에 여행지에서도 번역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17년 가을학기를 끝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아내는 여유 있게 본인이 하고 싶은 독서를 할 수 있었다.
  

   공연은 오후 4시 시작이었고, 우리는 공연이 시작하기 10분 전쯤에 카페를 나섰다. 이번 공연은 일반적인 연극과 달리, 연극과 클래식 연주를 결합해서 특정한 음악가의 생애와 음악을 소개하는 공연이었다. 공연의 제목은 [브람스, 앱솔루트 로맨스]로,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독일의 음악가 브람스에 대한 공연이었다. 젊은 시절 브람스는 음악가 슈만 및 슈만의 아내 클라라와 친구가 되었다. 브람스는 클라라와 평생 동안 우정과 사랑의 관계를 유지했다. 슈만이 죽고 난 뒤에도 둘 사이의 각별한 관계는 계속 유지되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아주 고결하고 정신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앱솔루트 로맨스”란 제목이 붙었다.

 

   작은 소극장에서 진행된 공연이라 매우 실감이 났다. 눈앞에서 배우들이 연기해서 생동감이 넘쳤고, 클래식 연주 또한 관람객 바로 앞에서 진행되어 우리는 연주자들의 호흡과 열정을 가감 없이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소극장 공연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음악을 통해 평생 동안 이어진 브람스와 클라라 사이의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을 보면서, 저 시대의 로맨스가 매우 낭만적이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오늘날의 시각에서는 과도하게 격식을 차리고 고리타분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편지를 왕래하며 서로의 깊은 생각과 감정을 나누었다는 점은 우리 부부와 비슷했다. 나와 아내 역시 연애하던 시절 서로 많은 편지들을 나누며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았다.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홍대의 저녁을 자유롭게 누렸다. 거리 곳곳에서는 열정으로 가득 찬 청년들이 공연을 했고 그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거리 위에는 상점들의 불빛들이 현란하게 빛나고 있었고, 사람들은 가게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홍대 거리를 정처 없이 걷다 네이버에서 본 적이 있는 홍대의 맛집 “바류식당”에 들어갔다. 생고기 전문점인 “바류식당”에서 우리는 삼겹살과 목살을 시켰다. 고기의 질이 좋아 고기에서 감칠맛이 났다. 나와 아내는 소주를 한 잔 하면서 앞으로 진행될 우리의 삶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을 시청하며 알찬 하루를 마무리했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년 서울여행(4)  (0) 2018.02.18
2018년 서울여행(3)  (0) 2018.02.18
2018년 서울여행(1)  (0) 2018.01.10
지난날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 해야 할 일들  (0) 2017.12.31
독립성과 일관성  (0) 2017.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