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독립성과 일관성

강형구 2017. 12. 23. 13:30

 

   내가 나 자신과 타인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두 가지는 독립성과 일관성이다. 독립성이란 세상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세상의 여러 일들에 대해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려는 성향이다. 아직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학생에게 물질적 독립성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하지만 만약 그 학생이 부모님에게 물질적으로 최소한의 사항만을 의지하고자 하며,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음으로써 세상에 대한 자신의 지식과 이해력을 증대시키고자 노력한다면, 그 학생을 독립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인간에게서 독립성과 지성은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긴 하지만, 지성적으로 특출하게 뛰어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독립적일 수 있다.

  

   내가 대학원을 떠나 취직을 결심하게 된 중요한 이유들 중의 하나는 나 자신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원 재학 시절에 나는 과학철학 분야에서 논리경험주의에 대한 연구 특히 라이헨바흐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바꿔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는 학계에서 별로 인정을 받고 있지 않았고, 당시 나에게는 그러한 상황에 대해 초연하며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해 줄 물질적인 여유도 없었다. 만약 내가 물질적으로 독립하여 나의 생계를 스스로 충분히 책임질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주위의 평가와는 별도로 내가 옳다고 믿는 연구를 자유롭게 계속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취직을 함으로써 물질적인 독립성을 얻고자 했다.

  

   독립성과 더불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질은 일관성이다. 나는 세상의 그 어떤 일이든 일관되게 꾸준히 밀고 나가야만 그 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작 뉴턴은 광적인 노력가였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다르지 않다. 그는 자신이 노새와도 같은 고집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했다고 회고했다. 사람이 타고나는 선천적인 능력은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성과를 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통 이상의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수준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관성 있게 그 분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관성은 독립성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사람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독립성을 갖추고 있어야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고, 이러한 주체적인 판단과 평가가 그 사람의 일관성을 유지하게끔 만드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물질적이고 정신적으로 의존적인 사람은 누가 자신에게 삶을 위한 물질을 제공하는지, 누가 자신에게 정신적인 지침을 제공하는지에 따라서 삶의 방향을 쉽게 바꾼다. A가 유행할 때는 A를 쫓다가, B가 유행할 때는 B로 갈아타고, 훗날 C가 대세가 되면 C와 함께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고 해 보라. 결국 그 사람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반복하면서 제 자리 걸음을 하게 될 것이고, 삶을 통해 그가 이룬 것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독립성과 일관성을 갖춘 사람이 결국에는 실질적인 성과들을 이루어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잘났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세상 속에 의미 있는 성과물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바꾸어나가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세상 속에서 힘껏 일해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고, 삶에 필요한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도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그 분야에서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실력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제대로 된 실력을 얻게 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꿈꾸던 것을 구체화시키고 물질화시킬 수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나는, 나와 타인의 삶을 평가할 때 독립성과 일관성을 가장 기본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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