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지난날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 해야 할 일들

강형구 2017. 12. 31. 07:17

 

   연말을 맞이하여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에 아침 일찍 내려왔다. 점심식사 후 오후에 산책을 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을 잠시 되돌아보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년에 나는 한국 나이로 37세가 된다. 24살에 학사학위를 받았고, 27살에 군대에서 육군 중위로서 전역하였으며, 30살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31살에 공공기관(한국장학재단)에 취직했고, 33살에 아내 은혜와 결혼했고, 35살에 딸 지윤이 태어났다. 36살에 전공을 살려 일하기 위해 지금의 직장(국립대구과학관)으로 이직했다.

  

   학문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을 돌이켜본다. 나의 학사학위 논문과 석사학위 논문은 학위 취득을 위해서만 사용되었을 뿐 출판되지는 않았다. 나는 내가 전공한 과학철학자인 한스 라이헨바흐의 저서를 3권 번역했다. [양자역학의 철학적 기초]2014년에, [상대성 이론과 선험적 지식]2015년에, [원자와 우주]2017년에 번역하여 출판했다. 내년에는 미국의 실험물리학자 리처드 뮬러가 집필한 [지금: 시간의 물리학]을 공동 번역하여 출판할 예정이며, 라이헨바흐의 [상대성 이론의 공리화]를 번역하여 출판할 예정이다.

 

   과학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지금까지의 나의 기여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내가 앞으로 계속 추구해나가야 할 방향은 결정이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라이헨바흐의 저서들을 번역해나갈 것이다. 한 번 번역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번역한 내용을 계속 검토하면서 편하게 술술 읽힐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상대성 이론의 공리화], [경험과 예측], [기호논리학 기초], [확률론], [법칙, 양상, 반사실적 조건문], [시간의 방향] 등 번역할 책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나는 처음에 박사학위 작성 시한에 맞춰서 논문을 쓰려 하였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나, 학위 취득에 대해서 조급해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는 2017년 봄 학기에 강사의 신분으로 대구과학고등학교에서 과학철학 강의를 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훌륭한 강의는 아니었지만, 수강생들 중 일부 학생이 과학철학에 흥미를 갖게 된 것에 만족한다. 2018년 봄 학기에도 대구과학고등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에는 라이헨바흐의 책 [자연과학과 철학]을 교재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 책은 라이헨바흐가 자신이 평생 연구한 성과의 핵심만을 담아 만든 책이라, 이 책을 한 번 훑으면 그의 철학 전반을 파악할 수 있고 주제별로 더 깊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유도할 수 있다. 과학철학 강의는 나의 전공을 살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직장에서의 나의 기여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나는 31살부터 한국장학재단에서 5년 반 동안 행정업무를 했다. 장학재단 시절의 나의 목표는 문제없이 담당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었고, 나는 내가 맡은 일들을 원만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올해 국립대구과학관에 입사하고 난 뒤에는 최초로 기증품 특별전 저울, 질량을 말하다를 개최했다.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녹여 전시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이를 구현하였으니, 나로서는 전공과 직업을 함께 버무려낸 최초의 성과였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기증품들을 중심으로 특별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지금은 농기구농기계 관련 전시, 지진재난 관련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나는 내가 그저 나의 삶을 살아갈 따름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 삶의 큰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이 방향을 되돌리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다. 나의 삶이 다른 사람에 비해 훌륭해 보일 수도 있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삶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삶이고 나는 내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그저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매일 하면서 살아갈 따름이다. 나는 직장 업무 이외에는 번역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가끔씩 하는 산책과 운동은 나에게 소중한 행복이자 기쁨이다. 내 공적이고 사적인 노동 중간 중간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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