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18년 서울여행(3)

강형구 2018. 2. 18. 20:47

 

   (2018년 1월 7일)

   어느덧 서울여행 3일차가 시작되었다. 2018년 1월 7일 일요일 아침,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찍 일어나 7시에 맞춰서 호텔 로비로 나갔다. 로비에서의 아침 식사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여행 3일차에 우리는 서울 중심가 위주로 돌아다니기로 했고, 우리가 제일 먼저 선택한 목적지는 바로 덕수궁이었다. 덕수궁 안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신여성, 도착하다]라는 전시를 하고 있었고, 아내에 따르면 전시는 9시 30분부터 시작이었다. 덕수궁이 9시부터 운영을 시작하기에, 우리는 9시에 맞춰서 덕수궁으로 갔다. 덕수궁 내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전시를 관람할 예정이었다.
  

   9시에 입장권을 구입해서 아내와 나는 덕수궁 안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몹시 추웠다. 오래간만에 아내와 함께 덕수궁 안을 느긋하게 거닐어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우리는 9시 30분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을 시작하는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10시부터 운영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30분 동안 덕수궁 안에서 더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덕수궁 안에 있는 매점에서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을 사서 마셨다. 우리는 따뜻하고 진한 유자차를 서로 나눠 마시며 매서운 추위를 견뎌냈다.
  

   [신여성, 도착하다]는 아주 재미있는 전시였다. 이번에도 아내는 예술인 패스 덕택에 무료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고, 나는 2천원을 내고 입장권을 구입해야 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더불어 서구로부터 새로운 문물과 문화가 수입되면서, 조선시대까지 지배해오던 여성에 대한 전형적인 관념이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여성 역시 남성과 동등한 인간이라는 여성 인권 의식,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여성들도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의식, 20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자유연애의 개념 등을 당시의 책자, 포스터, 편지 등을 통해서 읽을 수가 있었다. 오랫동안 준비한 수준 높은 전시라는 것을 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전시 디자인의 세련됨, 전시 패널의 간결함과 정확함 등을 보며 아내와 나는 과학관 전시가 아직 한참 모자라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전 11시가 좀 넘은 시각에 덕수궁을 나선 아내와 나는 천천히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걷는 중간에 정동극장을 지나쳤고, 작년 서울여행 때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도 지나쳤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순간들이 다시금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내와 함께 보내는 순간 하나 하나가 소중하게 여겨졌다.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고 조금 더 걸으니 서울역사박물관이 나왔다. 우리는 서울역사박물관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아내는 돈가스를 주문했고 나는 육개장을 주문했는데,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과천 현대미술관에서의 식사 정도로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식사 후 우리는 서울역사박물관 내의 특별전시인 [운현궁: 하늘과의 거리 한 자 다섯 치]를 관람했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머물렀던 운현궁의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였다. [신여성, 도착하다]와 달리 패널의 글씨가 너무 많고 여백의 미를 살리지 못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는 많지만 막상 전시를 보고 나면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는 전시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운현궁: 하늘과의 거리 한 자 다섯 치]보다는 [신여성, 도착하다]를 더 좋은 전시로 평가했다. 관람을 끝낸 우리는 잠시 쉬기 위해 광화문 근처의 카페를 찾았다. 스타벅스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 근처에 있는 다른 카페로 갔다.
  

   카페에서 아내는 책을 읽고 나는 번역을 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오전 중에 쌓였던 피로를 녹이고 풀었다. 오후 3시가 되자 우리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버스를 타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니 오후 4시 경이었고, 우리는 콘서트홀 쪽으로 이동을 해서 예매했던 표를 발권했다. 우리는 오후 5시부터 시작하는 [서울시향 2018년 신년음악회]를 관람할 예정이었다. 관람 전에 아내와 나는 콘서트홀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를 사먹었는데 그 맛이 진정 일품이었다. 우리는 이런 맛을 내는 샌드위치를 전에는 먹어본 적이 없어, “예술의 전당 샌드위치는 과연 다르다”고 감탄하며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었다.
  

   [2018년 신년음악회]는 오후 5시에 시작했다. 우리는 R석(7만원)을 구입했기 때문에 연주자들을 잘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번 신년음악회는 지휘자와 핵심 바이올린 연주자 모두 프랑스 사람들이었다. 지휘자 파스칼 로페는 열정적이면서도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처럼 보여서 전형적인 프랑스인 같았고, 핵심 바이올린 연주자인 오귀스탱 뒤메이는 키가 아주 크면서도 가녀린 다리를 가진 천재 연주자였다. 오귀스탱 뒤메이는 자신의 덩치보다 한참 작은 바이올린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멋진 연주를 보여주었다. 신년음악회에 대한 나 자신의 전반적인 평가는 아주 ‘수준 높은’ 음악회였다는 것이다. 연주자들의 실력도, 연주를 감상하는 시민들의 수준도 아주 높고 훌륭했다. 아내와 나는 이것이 바로 진정한 문화생활이라고 생각했다.

  

   공연이 오후 7시쯤 끝나자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식사로 무엇을 먹을지 많은 고민을 하다가, 역 근처에 있는 놀부 부대찌개를 먹기로 결정했다. 부대찌개 가게에는 외국인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아마도 동대문 쪽으로 여행을 온 관광객들인 것 같았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부대찌개를 먹으며 식당 안에 설치된 텔레비전으로 [황금빛 내 인생]을 시청했는데 잘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일찍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서울에서의 세 번째 날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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