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영남일보 하프마라톤 참가 후기

강형구 2016. 5. 8. 20:45

 

   오늘 아침 8시부터 대구 스타디움에서 영남일보 하프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나는 오전 6시쯤 집에서 출발해 7시 반쯤 대구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직장 동료들은 이미 도착해서 몸을 풀고 있었다. 우리는 대회가 시작하기 전에 단체 사진을 찍었다. 8시가 되자 21킬로미터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대회 시작 전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록에 대한 욕심은 처음부터 갖지 않았다. 임신을 한 아내를 돌보며 틈틈이 번역을 하느라 마라톤 연습이 많이 부족했고, 최대로 많이 달린 거리가 11km였다. 과연 완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도전하기로 결심한 이상, 포기할 수는 없었다.

  

   천천히, 무리하지 않으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기저기서 직장 동료들을 볼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들은 각자 흩어졌다. 나는 휴대전화와 사탕 몇 개가 담긴 스포츠용 주머니를 허리에 두르고 달렸다. 처음에는 주머니가 약간 불편했지만, 달리다보니 그런 생각은 어느새 사라졌다. 마라톤 대열 곳곳에는 페이스메이커들이 있었는데, 나는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인 건장한 체격의 아저씨 근처에서 아저씨와 함께 달렸다. 날씨가 맑고 바람도 종종 불어 달리기에는 최적의 날씨였고, 한 시간 정도는 큰 어려움 없이 달렸다. 한 시간 동안 11km 정도를 달렸으니 한 시간만 더 달리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8km까지도 별 탈 없이 달렸지만, 점점 체력적으로 지쳐갔다. 심장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이토록 오랫동안 달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다. 마지막 2km 정도 남았을 때는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체력이 바닥까지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거의 2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계속 달렸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거의 걷다시피 하면서 겨우겨우 대구 스타디움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스타디움에 들어오니 다시 힘이 생겨났고, 결국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착지점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도착지점에 돌아오자마자 하프마라톤 완주메달과 간식을 받았다. 땀으로 범벅된 옷을 갈아입고, 물품보관소에 맡겨 두었던 가방을 찾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팔다리가 쑤시고 아팠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는 힘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당분이 부족했던지 대회장에서 받은 간식과 아침에 집에서 싸온 초코파이 두 개를 순식간에 먹어버렸다. 집에 돌아오니 12시쯤 되었고, 샤워를 하고 나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서 몇 시간 쉬니 그제야 체력이 돌아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전한 하프마라톤을 완주하고 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쉬고 있을 때 대회 측에서 문자가 왔다. 나의 완주 기록은 2시간 240초였다. 지난 번 10km 마라톤의 기록이 1시간 18초였으니, 10km 때에 비해 대략 2배가 늘어난 셈이었다. 마지막에 조금만 더 분발했으면 2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마라톤의 마지막 3km를 뛰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실제로 뛰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무척 어려울 것 같다. 머리가 아프고 팔다리를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의지 하나만으로 아주 천천히 뛰어가는 그 시간을 잊어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거뜬히 뛰어가던, 나보다 나이 많던 어르신들을 보면서 매우 감탄했다. 평소에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결코 그렇게 지구력 있게 달릴 수 없을 것이었다. 다른 운동 경기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마라톤은 사전에 계획적으로 착실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경기다. 오늘은 날씨도 좋았고 어떻게든 체력 하나만으로 끝까지 겨우 버티어 낼 수 있었지만, 다음번에 출전할 때는 적어도 한 달 전부터 계획적으로 연습을 할 생각이다. 아직 마라톤 풀코스는 꿈도 꿀 수 없다. 최소한 4~5번 정도는 더 하프마라톤을 완주해야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적 관점의 장점과 위험  (0) 2016.05.22
독서하는 시간  (0) 2016.05.20
아버지, 조카 건호, 아버지가 되는 일  (0) 2016.05.07
아마추어 번역가의 생활  (0) 2016.05.01
토머스 쿤에 대한 단상  (0) 201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