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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행복을 주는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가끔씩 나는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감상에 잠기곤 한다. 감상에 잠길 때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며 날 즐겁게 해준다. 올해가 2016년이다. 이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구 위에서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났겠지. 나도 벌써 이 세상에서 30년이 넘게 살았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세상이 제시하는 질서에 맞게 착실하게 살려고 노력해왔다. 살아오면서 사회 전체의 구조와 질서 앞에서 나라는 개인의 무력함과 보잘 것 없음을 자주 느꼈다. 나는 내가 남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잘 하는 것이 없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다. 나란 개인은 안중에도 없는 듯 세상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 이것은 내게는 늘 일종의 경이로움을 준다. 내게 행복을 주는 시간의 특징이 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인정..

일상 이야기 2016.03.19

배리 데인튼, [시간과 공간] 요약 정리 04: 시간 내에서의 비대칭성

제4장: 시간 내에서의 비대칭성 (Asymmetries within time) 4.1. 시간의 방향 시간에 대한 B-이론가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시간은 흐르지 않지만, 시간의 내용상에서는 비대칭성이 발견된다. 그리고 이러한 비대칭성 때문에 우리는 시간적인 흐름이 있고 시간에 방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시간 그 자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시간의 내용적 비대칭성이 시간에 방향성을 줄 수 있는지의 여부가 달라진다. 실체론자는 비대칭성과 시간 자체를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고, 관계론자는 비대칭성이 시간 그 자체라고 주장할 것이다. 또한, 시간의 내용이 비대칭적이지 않더라도 시간이 그 전체로서 비대칭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시간의 한쪽 끝만 무한할 수 있으며, 양쪽 다 무한하더라도 한쪽만 분..

배리 데인튼, [시간과 공간] 요약 정리 03: 블록 우주

제3장 : 블록 우주 (The Block Universe) 3.1. 흐름 없는 시간 맥태거트의 다음과 같은 통찰에 현대의 철학자들은 동의한다. 즉, 우리의 세계는 블록과 같은 4차원 앙상블(집합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B-이론가들이 맥태거트와 다른 점은, 맥태거트는 시간의 존재를 부정한 반면, 이들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시간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시간은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저자는 3, 4장을 통해 위와 같은 시간에 대한 블록 관점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B-이론은 여러 측면에서 이상하고 반직관적이다. 따라서 B-이론의 지지자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임무에 직면한다. 첫째, 시간에 대한 일상적 믿음이 잘못되었음을 보이..

배리 데인튼, [시간과 공간] 요약 정리 02: 시간의 비실재성에 대한 맥태거트의 견해

제2장 : 시간의 비실재성에 대한 맥태거트의 견해 (Mctaggart on time's unreality) 2.1. 시간이 비실재적일 수 있는가? 우리의 경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세계가 어떠하다고 믿는 것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세계에 실제로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에서 시간이 사라진다면 세계에는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철학자 맥태거트는 세계가 우리에게 보이는 것과 같다고 인정하더라도 시간은 비실재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2.2. 시간의 본질로서의 변화 시간의 비실재성에 대한 맥태거트의 논증은 다음과 같다. (1) A-계열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2) A-계열은 형이상학적으로 비일관적이므로, 존재하지 않는다. (3) 따라서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배리 데인튼, [시간과 공간] 요약 정리 01: 기초적 내용

1장 : Preliminaries (기초적 내용) 이 장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관련된 가장 중요한 형이상학적 주제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공간에 적용되지 않는 시간 고유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1.1. 존재론 : 시간과 공간의 존재 시간과 공간은 존재하는가? 시간과 공간은 별, 행성, 원자, 사람들처럼 독자적인 자격을 갖는 개체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쉽게 답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시간과 공간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뉴트리노, 역장 등과 같은 물리학적 개체들도 보이지 않지만 그 존재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체론(substantivalism)은 시간과 공간이 독자적으로 존재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관..

작품이 아닌 기록

종종 나는 내가 학사과정과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과정에 입학해 공부할 수 있게 해 준 대학에 감사한다. 공부와 관련해서 나는 퍽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아 수학능력시험을 제법 잘 보았고, 대학원의 교수님들께서는 학부 성적이 좋지 않았던 나를 뽑아주셨다. 그런데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오직 자신의 만족을 위해 이기적인 방식으로 공부했다. 학부시절 나는 공부를 적게 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나는 강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문제는 내가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읽었고, 쓰고 싶은 글들을 썼다. 그래서 나는 수업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 대학원에서도 비슷했다. 나는 논리경험주의에 대한 논문을..

일상 이야기 2016.03.01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것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간 내게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나보다 뛰어난 주변 친구들에 대해 느껴지던 열등감이었다. 내 곁에 있는 친구들은 운동을 하던 공부를 하던 나보다 더 쉽고 빠르게 잘했다. 반면 나는 이해와 적응이 느렸고, 무엇이든 그것의 의미를 되풀이해서 곱씹어보아야 했다. 나는 일반적인 교과서 수준의 내용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웠으나, 똑똑한 나의 친구들은 심화문제들을 쓱쓱 잘 풀었고 아주 잘하는 친구들은 대학 수준의 내용으로 진도를 넘어갔다. 고등학교 때 나는 깨달았다. 나는 평범함의 영역에서 좀 더 많은 내용들을 기억하고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속하는 곳이 월등함의 영역은 아니다. 나는 나의 평범함을 조금씩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

일상 이야기 2016.02.27

암중모색하는 사람처럼

정확하게 누가 말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과학자는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했다. “보어는 암중모색하는 사람처럼 말하기를 즐겨했다.” 보어는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 항상 대화 상대자를 필요로 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상대와 이렇게 이야기하고 저렇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가능성들을 더듬어보며 생각을 조금씩 진행해 나갔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하이젠베르크가 쓴 [부분과 전체]에 다소 극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책에서 보어를 중심으로 한 물리학자들은 끊임없이 서로 대화하며 생각을 진행해나간다. 나는 무엇보다도 보어의 이러한 ‘암중모색하는 사람처럼’ 말하는 것으로부터 큰 인상을 받았다. 이러한 말하기의 목적은 내가 옳은지 네가 옳은지, 내가 더 많이 아는지 네가..

일상 이야기 2016.02.16

중력파 검출에 대한 단상

요 며칠 새 중력파가 검출되었다는 소식에 세상이 술렁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감탄하고 있다. 나는 중력파의 검출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 검출이 앞으로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순명료한 설명이 천체물리학 전문가에 의해 우리말로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솔직히 나는 중력파 검출 소식을 들었을 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 이유를 아래에서 이야기해보겠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중력의 효과와 관성력의 효과는 구분되지 않는다. 관성력은 질량을 가진 한 물체가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힘이다. 이 힘은 가속 운동이 있을 경우에 발생한다. 관성력 효과가 중력 효과와 동일하다 함은, 질량을 가진 물체가 다른 물체를 대상으로 가속 운동 효과를 유발함을 뜻한다. 이에 더해, 상대성원리..

일상 이야기 2016.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