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삶의 전략에 대하여

강형구 2016. 3. 9. 22:06


   세상에서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 나름대로의 전략을 실천하면서 살아간다. 나는 승리하는 사람, 뛰어난 사람의 전략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전략적 선택을 실천하고 있다. 승리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잘 드러난다. 반면 승리하지 못하고 패배하거나, 겨우 패배를 면하고 승부를 유예한 사람들은 다수이며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승리하는 사람들보다는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수많은 패배 끝에 쉽게 패배하지 않는 법을 몸으로 익히게 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있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 곁에는 늘 다른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다른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생존 전략을 실천해나간다. 나의 경우, 나는 어린 시절부터 꼭 해야 하는 일을 의무적으로 해내는 것으로써 집단에서의 생존을 보장받고자 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했고, 출석을 충실하게 해야 했으며, 숙제를 잘 해가야 했다. 그것이 나에게는 학교에 가는 이유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선생님으로부터 인정을 받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운동을 하거나 숙제를 하는 것은 제법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그것을 잘 해서 다른 친구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내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나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일이 있다. 초등학생 시절, 반에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아이가 있었다. 반의 다른 친구들은 그 아이의 말이라면 어떤 말이든 쉽게 수긍을 했다. 반면 덩치가 작고 힘이 약한 아이의 말은 잘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 일종의 분노를 느꼈다. 내 생각에 누가 이야기를 하든 옳은 말은 옳은 말이고 그른 말은 그른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끼리의 어울림에서는 옳고 그름의 중립적인 판단 기준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앎의 영역, 지식의 영역에서는 옳고 그름이 비교적 합리적으로 판단되는 것처럼 여겨졌다. 수학 문제는 힘이 세다고 잘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 아이들이 풀 수 있는 것이다. 참가자들에게 비교적 평등하고 공정한 경기를 나는 공부에서 보았다.

  

   그 일 이후 나는 비교적 공정한 경기인 공부에 집중을 하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읽고 싶은 책들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다. 학창시절에는 공부에만 집중을 해도 살아가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학생들에게 가장 큰 삶의 목표는 대학에 잘 진학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진학하고 난 뒤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학의 졸업기준은 다름 아닌 학점이었고, 졸업을 위한 학점 기준을 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하고 과제를 제출한 후 시험을 치르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인정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친밀한 교제에 크게 목말라하지는 않았다.

  

   이후 나는 군 복무를 했고, 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대학원 이후 지금까지 직장에 다니고 있다. 지금껏 내가 겪어본 사회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덜 공정하고, 아주 많은 부분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의존한다. 사회생활은 공부처럼 모든 사람들이 유사한 여건 속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경쟁이 아니다.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에서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고수하고 있는 원칙이 있다. 최대한 공정하게 일을 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은 반드시 한다. 일을 함에 있어 사람에 따라 차별을 두지 않으며, 일관성 있게 행동하고자 애쓴다. 요약하면, 단순하고 명백한 기준에 의해 행동하고, 속임이 없이 정직하게 일한다. 이는 크게 효율적인 전략은 아니지만, 나로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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