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766

서양과학사 독서노트 11: 근대 초 의학과 생명과학

제12주: 근대 초 의학과 생명과학 하비(Harvey), 『동물의 심장과 피의 운동에 대한 해부학적 논고』에서 발췌 하비의 『동물의 심장과 피의 운동에 대한 해부학적 논고』는 피가 인체를 순환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는데, 이는 1천 년을 넘게 정설로 받아들여진 갈레노스(Galenos)의 의학을 근대적 의학으로 대체한 사건이었다. 하비는 맥박이 뛰면서 심장으로부터 방출되는 피의 양을 계산하는 것과 같은 정량적인 방법을 이용하고 있으며, 결찰사(結紮絲)로 팔을 동여매어 피가 동맥을 통해 몸의 끝부분으로 갔다가 정맥을 통해 돌아옴을 보이는 실험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피는 동맥에서 정맥으로 돌아가서 다시 우심실로 복귀한다. 그래야지만 정맥이 완전히 텅 비워지고 동맥이 파열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소화..

과학사 이야기 2016.04.20

서양과학사 독서노트 10: 실험과학의 등장 - 실험 철학, 실험실, 기구

제11주 : 실험과학의 등장 : 실험 철학, 실험실, 기구 샤핀 & 섀퍼, 『리바이어던과 공기 펌프 : 홉스, 보일, 실험적 삶』중에서 보일과 홉스는 과연 실험이 지식의 기초를 제공하는지에 대해서 논쟁을 벌였다. 보일의 『새로운 실험』은 체계적인 지식 이론을 수립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험을 하고, 가설을 세우고, 인과적으로 이론화하고 설명하는지를 직접 보여주었다. 그의 책에서는 탄성, 압력, 무게 등의 개념이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으며 사실과 설명 사이의 구분을 명료하게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보일은 공기의 탄성과 압력이 사실인지 가설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는 암시적인 방식으로 실험적 철학과 그 외부의 경계를 그리려고 했다. 실험을 통해 생산된 지식의 확실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그 실험을 직접 확인하는..

과학사 이야기 2016.04.19

서양과학사 독서노트 09: 기계적 철학

제10주 : 기계적 철학 웨스트팔(Westfall), 「기계적 철학」 생명체로서의 인간이 자연 속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압도적으로 감각적이다. 햇빛을 받으면 따스하고, 봄바람이 불면 그 안에서 향기로운 꽃내음이 느껴진다. 물고기나 개, 새 등과 같은 생명체를 보면 정확히 같지는 않더라도 그것들에 인간과 비슷한 영혼이 있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느껴진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사람들의 의식은 기쁨, 슬픔, 두려움, 분노 등과 같은 정념들로 가득차 있고 이는 외부 세계와 엄격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오늘날 목적론적 세계관 혹은 물활론적 세계관이란 표현은 아주 비과학적이고 원시적인 세계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아주 상식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세계관은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과 잘 부합한다. 오히려 정말..

과학사 이야기 2016.04.18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03: 시간

3. 시간 우리가 시간의 문제를 공간에 문제와 비교해보면, 우리는 시간이 인간 존재와 밀접하게 닿아 있다는 점을 금세 알게 된다. 시간은 공간에 비해 인간의 내적 정신과 더 긴밀하게 얽혀 있다. 비록 우리가 인간을 시간과 공간 속의 존재라고 부른다고 하더라도, 시공간적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우리의 몸일 뿐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 정신의 흐름은 공간적인 연장 속에 포함되지 않은 채 시간적 질서에 따라서만 흘러간다. 따라서 우리의 내적 삶 전체를 통틀어 우리는 시간의 흐름 한 가운데 서 있다. 시간의 흐름은 우리를 관통해서 흘러가는 듯 보이며, 우리는 “~이전에”, “~이후에”, “지금”, “~형성되다”와 같은 시간적인 기초 요소들을 직접적으로 느낀다. 이렇듯 우리는 시간을 직접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우리 ..

세월호 침몰 후 2년

오늘은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고 그 안에 타고 있던 고등학생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희생자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흐릿해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시시각각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과 싸워나가며 과거의 기억과 조금씩 더 멀어진다. 나 역시 그러했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의 당혹스러움, 절망감, 분노는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퍽 수그러들었다. 그동안 나는 내 앞가림하기 바빴고 내 가족들 챙기기에 바빴다. 그래서 나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지 2년째 되는 오늘을 기념해, 세월호 사건에 대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소회를 밝혀보고자 한다. 2014년에 세월호가 침몰했고,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한국장학재단 교육기부사업..

일상 이야기 2016.04.16

서양과학사 독서노트 08: 갈릴레오와 과학혁명

제9주 : 갈릴레오와 과학혁명 갈릴레오(Galileo),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별의 메신저)』 코페르니쿠스는 그 자신이 교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고, 자신의 저서가 교회 및 대학에서의 전통적인 우주론과 상치되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천구의 회전에 대하여』는 그의 사후에야 비로소 출판된다. 교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철학을 단순히 수용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걸쳐서 동화시켰고, 대학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철학을 교과 과정의 표준으로 채택했다. 비록 교회의 자연 철학자들이 단순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수용하는 차원을 뛰어 넘어 그 철학을 더 심화시키고 더 나아가 그 철학에 반대되는 결론들을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세계관 그 자체의 변화는 특정 철학 내부에서의 발전으로만은 이루..

과학사 이야기 2016.04.16

서양과학사 독서노트 07: 천문학의 혁명 - 코페르니쿠스, 티코, 케플러

제7주 : 천문학의 혁명 - 코페르니쿠스, 티코, 케플러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중 서문 및 1권 코페르니쿠스의 이름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우리 시대에 지구가 태양 주위를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지구의 회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우리가 우주의 구조에 대해서 얼마만큼 ‘확신’을 갖고 있는지 묻는다면 우리들 중 대부분은 아마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우리가 지구가 회전한다는 것을 지식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더라도, 일상적인 경우 우리는 지구가 ‘정지해 있고’, 뜨고 지는 것은 지구가 아닌 ‘태양과 달 및 별들’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의 회전을 정확하게 증명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경험의 차원이 아니라 ..

과학사 이야기 2016.04.15

서양과학사 독서노트 06: 르네상스 - 과학혁명의 지적, 사회적 배경

제6주 : 르네상스 - 과학혁명의 지적․사회적 배경 린드버그(Lindberg), 『서양 과학의 시초』14장 14장 : 고대와 중세 과학의 유산 과연 고대와 중세 과학이 근대 과학의 출현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가 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린드버그는 중세가 과학의 불모지였다는 편견은 20세기 이후로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어졌음을 전제하고, 과연 중세 과학과 근대 과학을 구분하는 기존의 주장이 타당한지를 차례로 묻는다. 비록 중세에 자연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수학적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 때의 수학적 작업은 물리적 실재와는 구분되었기 때문에 진정한 ‘수리과학(mathematical science)'은 탄생하지 못했다는 것이 기존의 첫 번째 주장이다. 그러나 린드버그에 의하면 아리스토텔레스를 ..

과학사 이야기 2016.04.14

[블랙 라이크 미(Black Like Me)]를 읽고

몇 주 전 한 지인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시고 말도 참 잘하시는 분이라 식사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식사 도중 그분이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인께서는 얼마 전 미국 출장 기간 동안에, 한 백인이 흑인으로 변해 직접 경험했던 내용들을 담은 책인 [블랙 라이크 미]를 읽으셨다고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뒤, 예전과는 달리 미국의 거리에서 흑인들을 만나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졌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주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하시면서, 나 역시 꼭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해주셨다. 나는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직접 이 책 한 권을 주문해서 나에게 선물까지 해 주셨다. 선물로 받은 직후에는 이 책을 읽지 못했다. 다른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일상 이야기 2016.04.13

서양과학사 독서노트 05: 중세 후기의 과학

제5주 : 중세 후기의 과학 린드버그(Lindberg), 『서양 과학의 시초』중 11~13장 11장 : 중세의 우주 7장~10장까지 로마시대 이후 기독교적 전통에서 그리스와 이슬람의 과학을 동화시키려는 서양 문명의 노력을 보여준 린드버그는, 앞으로 3장에 걸쳐 이 시기의 우주론, 물리학, 생물학을 서술하고 있다. 백과사전 전통의 학자들로부터 우주에 대한 초보적 지식을 물려받은 서양에 플라톤의 저작이 소개되면서 플라톤 철학과 신학의 우주론을 조화시키려는 시도가 등장한다. 이런 시도를 한 대표적인 인물들로 티에리(Thierry)와 그로세테스테(Grosseteste)가 있으며, 특히 후자는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반영하여 빛으로부터 우주가 생성되었다고 주장한다. 12세기까지는 우주가 균질하다(homogeneou..

과학사 이야기 201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