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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의 산행

어제는 오래간만에 아버지와 함께 등산을 했다. 어제 아버지와 나는 집에서 아침식사를 한 후 등산복을 입고 점심 도시락을 챙겨 범어사로 갔다. 우리는 부산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범어사까지 올라간 후, 적당한 속도로 금정산 최고봉인 고당봉까지 걸어 올라갔다. 어린 시절부터 부산에서 살고 금정산 등산을 자주 다녀본 나였지만, 고당봉에 직접 오르는 것은 처음이었다. 다행히 날씨가 맑고 따뜻해서 등산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우리는 오전 10시쯤 범어사에서 출발했고 고당봉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30분이었다. 고당봉에서 아버지와 나는 다른 등산객에게 부탁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아마도 나와 아버지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리라. 돌이켜보면 나는 아버지와의 산행을 통해 조금씩 산을..

일상 이야기 2016.01.03

새해를 맞이하여

사실 내가 어제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어제는 2015년이었고, 오늘은 2016년이다. 해가 바뀌었다. 아마도 좀 더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어제의 내가 아니라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운전이다. 작년 1월에 나는 운전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매일 운전을 해서 출퇴근한다. 물론 나는 운전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은 적응과 학습의 동물이라 조금씩 운전에 익숙해지고 있다. 간혹 운전이 재미있을 때도 있다. 작년에는 평소에 서울에서 지내다가 주말마다 대구에 내려와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는 매일 대구에서 출퇴근하며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내와 나는 죽이 잘 맞는다. 아내는 나를 웃..

일상 이야기 2016.01.01

써야하기 때문에

오늘은 아내가 휴일 근무를 하는 날이었다. 아침에 아내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나는 동네에 있는 달성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에서 공책에 글을 좀 쓰고 있으려니까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도서관을 나서 근처에 있는 현풍초등학교 운동장을 천천히 걸으며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날씨가 사뭇 쌀쌀했다. 매주 누군가와 과학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것은 나에게 좋은 일이다. 영화에 대해, 음식에 대해, 혹은 다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역시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는 참 좋은 일이 되리라.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의 오랜 습관이다. 학창시절에는 도서관에 나의 또래들이 많았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많..

일상 이야기 2015.12.27

평가에 대한 단상

나의 개인적인 평가가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나는 현재 상영되고 있는 영화들 중에 ‘대호’를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이 영화가 올해 나온 영화들 중 가장 뛰어난 영화들의 집단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흥행 순위를 보면 ‘대호’는 12월 26일 현재 3위 안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히말라야’와 ‘대호’ 둘 다 관람한 주변 사람들에게 둘 중 어떤 영화가 더 괜찮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대호’가 더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물론 나는 여기서 소수의 사례들을 가지고 성급하게 일반화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나는 나의 개인적인 평가가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엇갈리는 현상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는 어느 정..

일상 이야기 2015.12.26

행복한 삶에 대하여

아내의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하지만 수술 이후에도 아내는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나는 종종 휴가를 써서 일찍 퇴근한 후 집에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우리 둘이서 무엇인가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아내와 함께 앉아 있거나 누워 있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틈틈이 아내를 위해 설거지를 하거나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집 바닥을 닦는다. 아내는 나와 함께 있으면 마음의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오늘 오전 직장에서는 예전에 서울시 교육감으로 활동하셨던 문용린 선생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행복에 대한 강연을 했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고 용서하며 모든 일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나는 강연 내용에 많..

일상 이야기 2015.12.22

미셸 얀센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탐구] 요약

1. 들어가는 말 1905년에 발표된 특수상대성 이론은 등속 운동에 대한 갈릴레이-뉴턴 상대성원리를 역학에서 물리학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한 이론이었다. 2년 뒤인 1907년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원리를 모든 종류의 임의적 운동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왜냐하면 아인슈타인은 궁극적으로는 모든 운동이 상대적인 운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은 모든 운동을 상대적인 것으로 만든 이론은 아니었다. 그의 이론은 정확히 말해 새로운 중력이론이었다. 일반상대성은 실제로 그의 이론에서 완전히 구현되지 못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 역시 등속운동과 비등속운동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은 국소적으로는 가속도의 효과와 중력의 효과를 구분할 ..

과학사 이야기 2015.12.20

고독한 혁명가에서 창조적 재해석자로 : 아인슈타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들

1. 여는 말: 죽은 아인슈타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토머스 쿤은 자신의『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성숙과학의 지위에 오른 과학이 위기 상황을 맞이했을 때의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전까지의 패러다임과는 공약불가능할 정도로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과학자들이 갖는 영감의 원천들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케플러 등은 아리스토텔레스 주의에 입각한 이전까지의 천문학 및 물리학과는 공약불가능한 새로운 천문학과 물리학을 착안했지만,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고 과정을 통해서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었는지의 문제는 들춰볼 수 없는 어두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과학사 이야기 2015.12.13

과학 애호가의 휴일

나는 과학 애호가다. 내가 왜 과학 애호가가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냥 좋으니까 시간이 나면 나도 모르게 과학에 대한 책을 읽고 과학에 대한 동영상들을 찾아보며 과학에 대한 글을 쓴다. 과학 애호가인 것이 좀 독특한 취향일 수는 있다. 하지만 과학을 좋아하는 것은 야구나 등산을 좋아하는 것, 요리를 좋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나라의 과학 문화 역시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우리의 음악과 영화는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과학 애호가가 되어 좋은 것은 과학을 굳이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누구나 수학과 물리학 문제를 풀면서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100점 만점에 어떤 사람..

일상 이야기 2015.12.13

노동과 공부

직장에 다니면서부터 전에 비해 제법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나 스스로를 위해 쓰는 돈은 취직하기 전에 비해서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책을 사는 데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책들은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대부분 마련해두었다. 꼭 살 필요가 없고 빌려서 봐도 좋은 책들은 동네 도서관이나 직장 도서실에서 대여한다. 인터넷에서 PDF 파일을 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글을 쓸 수 있는 공책과 펜은 그다지 비싸지 않고, 문서작업용 노트북도 저렴한 가격으로 마련해 둔 상태다. 옷도 그렇다. 대학시절 이후로 나의 체형은 크게 변하지 않아서 집에 입을 수 있는 옷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굳이 새 옷을 사 입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직장에서..

일상 이야기 2015.12.05

과학 애호가

한때 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수학과나 물리학과에 진학해서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되거나, 수학교육과나 물리교육과에 진학해서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철학에 대한 열정이 열병처럼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그 열정을 따라 철학과로 진학했다. 지금도 가끔씩 나는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철학을 전공해서 과학의 의미를 연구하면서 이 땅에서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나의 역량이 부족함을 느꼈고, 결국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는 직장을 찾았다. 직장인인 나는 주중에 하루 8시간을 행정업무를 처리하는데 사용한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행정업무..

일상 이야기 201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