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소소한 즐거움

강형구 2016. 6. 8. 20:42

 

 

   삶에는 여러 가지 즐거움들이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삶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들은 세상의 다른 즐거움들에 비한다면 퍽 소박한 편인 것 같다. 나 또한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나는 달리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오래도록 달리면서 땀을 흠뻑 빼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에는 운동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러닝머신 위에서 30분 정도 달리면 기분 좋을 정도로 땀을 흘릴 수 있다. 아내는 내가 오랫동안 운동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여보, 30분만 달리고 올게라고 말하고 운동을 하러 갔다 온다.

 

   달리기와 더불어 나는 독서를 좋아한다. 최근에는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곽영직 교수님이 쓰신 책인 [양자역학으로 이해하는 원자의 세계]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정년퇴임을 앞둔 교수님께서 허심탄회하게 쓰신 책이라 아주 마음에 든다. 곽영직 교수님은 과학책 번역도 많이 하셨고 과학사 책도 여러 권 쓰신 것으로 알고 있다. 과학사 전공자들 사이에서 곽영직 교수님은 잘 알려지지 않으셨지만 나는 과학사 연구와 관련된 교수님의 오랜 노력을 알고 있다. 나는 평생 물리학을 연구하고 가르쳐 오신 분들이 쓴 책들을 좋아하고 이런 책들 속에 많은 지혜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부제인 "시인과 과학자가 함께 하는 과학 시리즈"가 말해주는 것처럼, 비록 이 책에 수식이 많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일반인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한 문체로 쓰였다.

  

   그와 더불어 나는 온라인 학습강좌를 좋아한다.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국내 여러 대학에 재직 중인 훌륭한 교수님들의 좋은 강의들을 볼 수 있다. 2015년 가을학기에는 이종필 교수님의 상대성이론 강의를 수강했고, 2016년 봄학기에는 김찬주 교수님의 현대물리학 강의를 수강했다. 최근에는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명예교수이신 차동우 교수님의 물리학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나는 차동우 교수님을 마음속으로 존경한다. 차동우 교수님 역시 곽영직 교수님처럼 과학사, 과학철학 책을 다수 번역하시고 물리학 강의록도 여러 권 출판하신 분이다. 온라인 공개강의에도 활발히 참여하시고 계신 차동우 교수님은 내가 볼 때 우리나라 물리학 교육을 위해서 헌신하시는 분이시다.

 

   출퇴근 할 때 지하철에서 책 읽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매일 출퇴근 중에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이 편도 기준으로 약 20분 정도 되는데, 이 시간 동안에 제법 많은 양의 글들을 읽을 수 있다. 한글로 쓰인 평균 두께의 책 한 권을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일주일 정도 만에 읽어낼 수 있다. 역설적인 것은 퇴근 후 집에 왔을 때 분명 20분보다 많은 양의 시간이 남에도 불구하고 책을 잘 안 읽게 된다는 것이다. 집에 오면 소파에 앉아서 쉬고 아내와 이야기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는데, 그러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서 잠 잘 시간이 다가온다. 자고 난 뒤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출근 준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책 읽을 시간이 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의 독서가 큰 즐거움을 주는 까닭에, 통근 거리가 긴 것에 대해서 이제 나는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 삶의 가장 쏠쏠한 즐거움은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주말로부터 비롯되는 것 같다. 주말에는 마음 편하게 늦잠을 잘 수 있고, 읽고 싶은 책들도 실컷 읽을 수 있으며, 하루 중 어느 때고 달리기로 땀을 흘릴 수 있다. 아내와 함께 메뉴를 정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한다. 밤늦게까지 영화를 보기도 하고, 오래간만에 이런저런 글을 쓰거나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는다. 부산에 사는 부모님을 뵈러 갔다가 예쁜 조카들이랑 놀다 올 수도 있어서 좋다. 생각해보니 내 삶에는 이토록 소소한 즐거움들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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