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천천히 걷는 길

강형구 2016. 6. 12. 08:59

 

   한스 라이헨바흐의 [상대성이론의 공리화]는 총 48절로 이루어진 책이다. 610일 퇴근 후 부산에 내려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틈틈이 번역을 해, 이 책의 7절까지 번역을 했다. 1주에 4개의 절을 번역한다면 번역을 10주 정도 만에 끝낼 수 있겠다. [경험과 예측]은 넉넉하게 잡아 올해 안에 번역을 끝낼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라이헨바흐의 책들을 번역하는 일은 한 단락 마무리되는 셈이다.

  

   올해가 끝나면 차근차근 논문자격시험 준비를 할 예정이다. 이론철학 부분과 과학철학 부분의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시험과 관련되는 논문들을 번역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번역을 하면 논문들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논문자격시험은 논문의 내용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논문에 대한 나의 생각도 담아야 하는 시험이라, 번역 만으로는 시험 준비를 제대로 하는 것이 힘들 것임을 알고 있다. 그래도 번역을 해 놓으면 번역된 글들을 기초로 나의 생각을 거듭 정리할 수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35세에 라이헨바흐 1차 번역, 36~37세에 논문자격시험 통과, 38~39세에 박사학위논문 준비 작업, 40세에 박사학위논문 초고 작성. 나의 목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논문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학위논문을 작성하는 것이다. 박사학위를 받고 난 후에는 매년 1권씩 라이헨바흐의 책을 번역하고, 학위를 근거로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 여기저기 교양 강의를 나가는 것이 목표다. 내가 60세가 될 때까지 라이헨바흐의 중요한 저술들을 모두 우리말로 번역하고, 번역된 글들을 좀 더 정확하고 간결하게 만들기 위해서 거듭 교정해나가는 것이 내 학문적인 목표다. 그것 말고 나의 학문적인 목표는 없으며, 나는 그와 같은 작업을 한다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철학적 기여를 충분히 한 셈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회사의 선배님들을 보면 여러 다양한 종류의 여가 활동을 즐기시는데, 나는 공부하는 것을 여가로 삼아서 평생을 지낼 생각이다. 또 다른 나의 여가 활동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달리기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도 제법 풀리고 소화도 잘 되는 것 같다. 나는 평소에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정적인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경향이 있고, 그러한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달리기만한 활동이 없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만약 전날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면 꼭 달리기를 30분 이상 할 것이다. 만약 전날 달리기를 했다면, 새벽 630분까지는 논문이나 책을 번역할 셈이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나의 여가 활동을 즐기고 자아실현을 하는 것은 그다지 나쁜 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곁에 가족들이 있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사랑하는 아내는 따뜻하고 한결같은 사랑과 밝고 긍정적인 힘으로 늘 나에게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부모님은 늘 내 마음의 따뜻한 안식처이며, 누나와 매형, 조카들도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가족들이다. 장모님과 처남 역시 나에게 따뜻함과 배려로 큰 힘이 되어주시고 계신다. 만약 가족들이 없다면 내 삶은 지금에 비해서 훨씬 더 피폐해질 것이 분명하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내 삶에서 다른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공부도 중요하지만 가족들과의 행복한 삶이 가장 중요하다.

  

   공부하는 것은 이제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해져, 마치 오래된 습관과도 같이 틈틈이 공부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공부하는 사람인 나에게는 내게 주어진 몫이 있겠지. 학문의 세계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그에 대해서 나에게는 한 치의 부러움이나 부끄러움, 아쉬움도 없다. 그저 나는 내가 할 일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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