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낯선 집으로의 초대

강형구 2016. 6. 18. 10:59

 

   나는 나라는 개체 바깥에 나의 생물학적 생명과는 별개로 지속할 수 있는 하나의 집을 짓고 있다. 이 온라인 공간이 바로 그러한 집이다. 나 스스로가 이 집에서 종종 휴식을 취하지만, 내가 단순히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만 이 집을 짓고 꾸미는 것은 아니다. 삶이 혼자이기만 하다면 얼마나 고독하고 쓸쓸하겠는가. 나는 나의 집에서 나의 친구들 또한 쉴 수 있기를 바란다. 음악을 듣고 싶으면 음악을 들으라. 마음에 드는 글이 있다면 글을 읽어도 좋다. 나는 친구들에게 아무런 강요도 하지 않는다. 나의 집에서 그저 마음 편하게 쉬고 즐기다 돌아가시라. 다만 훗날 나와 나의 집을 기억해주시라. 내 집의 분위기를,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들을 잊지 말아 주시라.

  

   쓰는 것은 시간이 걸리지만 읽는 것은 금방이다. 이는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억울한 사실일 수 있지만,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우리는 뒤따르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희망을 걸 수 있다. 한 사람이 평생을 바쳐 10권의 책을 썼다고 하자. 그런데 똑똑하고 진지한 한 명의 젊은이가 열정에 넘쳐 그 10권의 책을 1년 만에 속속들이 독파했다고 하자. 책을 쓴 사람은 그 젊은이의 디딤돌이 될 것이고, 우리는 그 젊은이가 대체 어떤 새로운 생각을 해내게 될 것인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내가 생각할 때 우리에게는 아직도 우리말로 된 좋은 책들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좋은 책들을 많이 써야 한다. 그래야만 빛나고 위대한 새로운 세대들이 성장할 수 있다.

  

   나의 집에는 글들이 있다. 지금도 나는 계속 나의 집에 글들을 채워 넣고 있다. 온라인 공간 여기저기서 방황하지 말고, 만약 나의 집이 어느 정도 쉴만한 곳이라는 신뢰가 들었다면 진득하게 머무르며 편안한 마음으로 이 글들을 한 번 보시라. 자연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인간의 능력을 맛보시라. 특히 서양의 자연과학자들과 자연철학자들이 자연에 대해 어떤 종류의 사유를 펼쳤는지 감상해보시라. 아인슈타인과 라이헨바흐는 그러한 사유의 세계로 들어가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나는 여러분이 물리학자나 철학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여러분이 자연에 대해,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저 쉬어 가며 이런 저자들이 자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였는지를 음미해보길 바랄 뿐이다.

  

   다양한 지식을 늘어놓는 현학적인 사람들을 경계하라. 만약 여러분이 직접 읽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글이 아니라면, 그저 많은 이야기들을 겉핥기식으로만 나열하는 글이라면, 그 글을 피하라. 여러분을 운동시키고 결과적으로 여러분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글을 권한다. 아인슈타인, 푸앵카레, 라이헨바흐의 글들이 바로 그러한 글들이다. 여러분은 수많은 운동선수들이 운동경기를 하는 것을 즐겁게 관람할 수 있겠지만, 여러분 자신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직접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분을 한 명의 운동선수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저자들을 찾기 바란다. 나는 나의 집에, 특별히 그러한 저자들의 글만을 선별해서 모아두고자 노력했다.

  

   어쩌면 내가 나의 집에 대해서 과도하게 포장해서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정으로 나는 여러분에게 내가 왜 이 집을 짓고 있는지를, 내가 이 집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나는 자연에 대해서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 이 집을 짓고 있다.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듣는 것은 이 집에서 쉬면서 누릴 수 있는 하나의 덤이다. 살아내기 험한 이 시대에 잠시 나의 집에 들러 머리를 식히고 가시라. 나는 여러분에게 그 어떤 보답이나 대가도 바라지 않으니 걱정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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