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서점을 둘러보며

강형구 2016. 6. 26. 20:05

 

   주말이면 아내와 대구 시내에 나가서 이런 저런 구경을 하거나 음식을 사 먹는다. 오늘 점심때는 아내가 쭈꾸미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대구 동성로에 있는 낭만 쭈꾸미에 가서 쭈꾸미 볶음을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동성로 중심부를 지나쳤다. 시내에서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퀴어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반대편에서는 보수주의 단체에서도 나와 반대 집회를 하고 있었다. 두 집단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 병력들도 제법 많이 출동한 상태였다.

  

   아내와 나는 이들을 지나쳐 서점 교보문고를 둘러보았다. 서점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2층의 자연과학 코너로 가서 책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눈에 띄었던 책은 웨스트폴이 쓴 뉴턴의 전기인 [아이작 뉴턴]이었다. 4권으로 된 책이었는데, 과학책 번역으로 제법 잘 알려져 있는 김한영 선생님과 김희봉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것 같았다. 수학자인 이무현 선생님께서 감수하신 것도 확인했다.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훑어보았지만 이 책을 본 것이 나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른 책들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이종필 선생님의 [신의 입자를 찾아서]를 뒤적이면서 이 책이 2015년에 새로 인쇄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좋은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아파트 주민센터에서 30분 동안 달리기를 했다. 운동 후 샤워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집 바닥을 닦고 걸레를 빨았다. 이 모든 일들을 하면서도 아까 서점에서 보았던 뉴턴의 전기에 관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제법 오래 전에 천문학자였던 조경철 선생님이 번역하셨다. 이후 수학자인 이무현 선생님이 유클리드의 [원론], 갈릴레이의 [대화], [새로운 두 과학],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번역하셨다. 물리학자 차동우 선생님이 물리학자 윤진희 선생님과 함께 뉴턴 전문가인 웨스트폴의 [뉴턴의 물리학과 힘]을 번역하셨고, 최근 천문학자 안상현 선생님이 [뉴턴의 프린키피아]라는 책을 저술하셨다. 이제 웨스트폴의 뉴턴 전기 [아이작 뉴턴]이 과학 전문번역가인 김한영, 김희봉 선생님에 의해서 번역되었으니,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이 뉴턴을 공부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나는 이와 같은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서양의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뉴턴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뉴턴을 제대로 이해해야 뉴턴 이후의 과학도 이해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예전에 출판되었던 좋은 책들이 절판되어 찾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홍수현, 구자현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은 이제 절판되어 구입할 수가 없다. 지동섭 선생님께서 오래 전 번역하신 아인슈타인인펠트의 [물리이야기] 역시 절판되었다. 임경순 선생님께서 편집하신 [100년 만에 다시 찾는 아인슈타인]도 절판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일반 상대성이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면서도 정작 아인슈타인의 원전 번역은 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기념행사가 그저 일회성 행사로만 그치고 마는 것이다.

  

   과학의 원전을 번역하는 일, 과학 원전에 대한 2차 문헌을 번역하는 일, 과학자 혹은 과학의 원전에 대한 저술 활동은 우리나라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들을 대개 수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 사학자, 과학전문번역가들이 하고 있다. 물론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전공한 학자들도 이에 관련한 일들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서양과학의 역사상 위대한 인물이 뉴턴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뉴턴 전문가, 맥스웰 전문가, 아인슈타인 전문가, 슈뢰딩거 전문가 등 개별 과학자에 대한 전문가가 나오면 어떨까 싶다. 아니면 시대별 전문가가 나와도 좋다. 17~18세기 물리학 전문가, 19세기 물리학 전문가, 20세기 물리학 전문가 등과 같이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문적인 연구 전통이 후학들에게도 일관성 있게 이어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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