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35살이 되는 것

강형구 2016. 7. 2. 20:09

 

 

   나는 198272일 아침 8시쯤 태어났다. 나는 경상북도 성주군 출신인 의류도매상 아버지(53년생)와 경상남도 합천군 출신인 가정주부 어머니(56년생) 사이에서 1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나는 부산의 금정구 구서동에서 태어났고, 내가 4살 때쯤 우리 가족은 동래구 명륜동으로 이사를 왔다. 나는 명륜동에서 19살까지 살았다. 나는 부산에서 유아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 대학을 다니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고,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에 사는 작은이모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대학생활 4년을 보냈다. 나는 4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24살에 대한민국 육군에 입대했다.

  

   나는 육군 통신장교로 강원도 홍천에서 34개월 동안 27살까지 복무했다. 2년 동안 공부하여 30살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31살에 직장에 취직했고, 33살에 결혼을 했고, 35살까지 직장 생활과 병행하여 박사과정 공부를 해왔다. 나는 자연을 이해하고 싶어 물리학에 관심을 가졌고, 물리학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 과학의 역사와 사상을 공부했다. 나는 물리학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나는 과학철학의 역사 중 논리경험주의를 대표하는 학자인 한스 라이헨바흐를 연구하여 학사학위, 석사학위를 받았다. 신변에 큰 변화가 없는 한 나는 한스 라이헨바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상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했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이 어느 순간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35살이면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에 내게 죽음이 닥쳐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내가 파일에 글을 쓰고 온라인 공간에 글을 남기는 것도 그러한 만일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작년에도 나는 생일에 언제 올지 모를 나의 죽음을 생각하며 글을 남겼던 바가 있다. 만약 내가 예상치 못한 일로 숨을 거둔다면 내가 현재 갖고 있는 모든 재산은 나의 아내에게 남긴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다소 걱정되기는 하지만, 지금껏 열심히 살며 모아두신 재산으로 남은 삶을 그럭저럭 보내실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에서 내가 하던 업무와 관련한 중요한 문서들은 직장 문서함에 전자문서로 남겨져 있다. 그래서 내가 없어도 나의 업무는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걱정되는 것은 내가 추구하던 학문 연구다. 나는 지금껏 과학철학, 특히 그 중에서도 논리경험주의의 역사를 연구해왔다. 나는 논리경험주의자였던 한스 라이헨바흐의 철학을 연구했고, 그가 쓴 몇몇 저작들을 번역했다. 나는 한스 라이헨바흐의 철학을 철저히 연구하는 것이 우리말을 쓰며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했던 라이헨바흐 연구 성과들을 집대성하고, 여태껏 번역되지 않은 라이헨바흐의 저술들을 번역하고, 논리경험주의의 철학적 성과들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규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는 내가 이 같은 작업을 하고자 생각하고 있으나, 나보다 더 능력이 뛰어난 친구가 이 작업을 나와 함께 또는 나를 이어서 해준다면 아주 좋은 일이겠다.

  

   앙리 푸앵카레, 에른스트 마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한스 라이헨바흐, 다비트 힐베르트, 헤르만 바일, 존 폰 노이만, 닐스 보어, 에르빈 슈뢰딩거, 루돌프 카르납. 이러한 학자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가장 우선적으로 아인슈타인과 라이헨바흐의 관계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과학자와 철학자 사이의 대화, 과학자와 철학자 사이의 관점 차이 및 목표 차이 등 연구할 만한 주제들이 많다. 재정적인 걱정 없이 연구할 수 있는 학자, 수학과 물리학을 아주 잘 알고 있는 학자가 이에 대해서 연구한다면 내가 연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들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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