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세월호 침몰 후 2년

강형구 2016. 4. 16. 20:25

 

   오늘은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고 그 안에 타고 있던 고등학생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희생자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흐릿해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시시각각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과 싸워나가며 과거의 기억과 조금씩 더 멀어진다. 나 역시 그러했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의 당혹스러움, 절망감, 분노는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퍽 수그러들었다. 그동안 나는 내 앞가림하기 바빴고 내 가족들 챙기기에 바빴다. 그래서 나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지 2년째 되는 오늘을 기념해, 세월호 사건에 대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소회를 밝혀보고자 한다.

  

   2014년에 세월호가 침몰했고,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한국장학재단 교육기부사업부에서 대학생 지식봉사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대학생이었다면 나는 신랄하게 정부를 비판했을 것이다. 그러나 2014년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정부, 그 중에서도 교육부 산하기관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에 책임이 있다면 나 역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생각은 내가 군대에서 복무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육군 통신대대의 소대장과 중대장으로 복무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는 전쟁의 관람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되어야 했다. 나는 경기의 관람객이 아닌 선수였으므로, 육군에서 사망사고와 같은 각종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그것은 남이 아닌 나의 일이었다.

  

   과연 왜 세월호는 침몰했을까? 왜 사전에 세월호가 침몰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안전 점검을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왜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즉각적으로 승객들을 대피시키지 않았을까? 왜 그토록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까? 세월호와 관련된 각종 소문들이 유령처럼 떠돌았다. 그렇지만 세월호 침몰이라는 사건은 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의 안전 점검이 허술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또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국가의 대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잘못된 것이 있다면 이에 대한 관계자를 처벌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 또한 너무나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났다. 세월호 사건이 계기가 되어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비난이 거세게 일었고, 이러한 비난이 이념적 성격을 띠기 시작하자 정부 역시 무관심과 냉대로 대응했다. 좌와 우의 대립,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세월호 침몰 이후 뒤를 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바란 것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이었다. 다시 말해,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명백히 밝힌 후 처벌하고, 잘못된 것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이며 어떻게 바로잡았는지를 정부가 설명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는 없었다. 침몰 후 1주년, 2주년이 되어도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나라의 재난 대비 체계가 어떻게 정비되었는지에 대해 알기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설명을 찾기 어려웠다.

  

   아마 오늘 저녁 전국 곳곳에서 2년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릴 것이다. 추모제에 참여하지 않는 나는 마음으로나마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다시 한 번 너무나 단순한 질문을 던진다. 세월호 이후 우리나라는 더 안전한 나라가 되었는가? 만약 세월호 이후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면, 그것은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에, 다른 집단을 향한 비판과 질타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내 주변 시설들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지, 이 시설들에 대한 안전 점검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직접 알아보는 것부터 이러한 실천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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