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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몽상

어젯밤에는 오래간만에 아파트 운동센터에 가서 달리기를 했다. 나는 평소에 마음 편하게 걷거나 달리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곤 한다. 어제도 런닝머신 위를 달리면서 재미있는 생각들을 떠올렸는데, 이 생각들은 약간 비현실적이긴 했지만 나를 즐겁게 하고 미래를 살아갈 수 있게 고무해 주는 것이었다. 나는 나를 비교적 독특한 자연철학의 후계자라고 생각했다. 이때의 자연철학은 서양의 자연철학이다. 나는 내가 동양 자연철학의 후계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서양의 자연철학을 계승하게 된 이방인이다. 왜 이방인인 내가 서양의 자연철학을 계승하게 되었을까? 내가 태어났을 무렵에는 이미 우리나라의 교육체계가 서구적인 것으로 재편되어 있었다. 한학과 유학의 전통은 국가의 근대화 과정에서 정규 교육과정..

일상 이야기 2017.04.23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다

나의 친할머니(성함: 이순호)께서 2017년 4월 13일 목요일 밤 10시 26분에 별세하셨다. 할머니께서는 1922년 일본제국주의 시절 태어나셨으니 올해로 96세셨다. 약 4년 전부터 할머니께서는 경상북도 성주군에 있는 효요양병원에서 지내 오셨다. 할머니 슬하에는 5남매가 있다. 큰아버지(성함: 강선문), 큰고모(성함: 강기순), 아버지(성함: 강병석), 둘째고모(성함: 강기선), 셋째고모(성함: 강삼선). 할머니께서는 노환으로 인해 돌아가신 것으로 보인다. 나는 할머니께서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좋은 봄날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믿는다. 그날 퇴근하고 아파트 운동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나는, 아버지로부터 연락을 받은 후 차키를 가지러 가기 위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제사지낼 때 ..

일상 이야기 2017.04.16

포기하지 않는 삶

나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다른 학생들보다 머리 하나 크기 정도 키가 컸다. 기본적으로 신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컸기 때문에 나는 어떤 운동을 하던지 간에 유리했다. 그래서 달리기, 피구, 농구, 축구 등을 하면 항상 나는 비교우위를 선점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다른 친구들의 성장이 빨라지면서 그들의 키는 결국 나를 따라잡았다. 중학교 3학년이 되자 더 이상 나는 ‘키가 아주 큰 학생’이 아니라 ‘평균 이상의 키를 가진 학생’이 되었다. 신체 크기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자 운동에서 나의 본래 실력이 냉정하게 드러났다. 내겐 공을 다루는 재능이 거의 없었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순발력이나 민첩성도 부족했다. 쓸 만한 체력과 지구력을 가진 게 전부였..

일상 이야기 2017.04.02

36세 인간

나는 36세 남자 인간이다. 나의 성장은 오래 전에 멈췄다. 그래서 나의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내 삶은 퍽 안정되어 있다. 올해로 나는 6년째 직장에 다니고 있다. 나는 자신과 가족들의 생존을 위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에 조금씩 계속 익숙해지고 있다. 나에게는 아내와 딸이 있다. 나는 전세를 얻어 사는 세입자이지만, 대구 내 다른 지역에 내 명의의 아파트 한 채가 있다. 나는 평균 이상의 학력과 직장을 갖고 있으며, 평균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다. 이것이 내가 36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얻은 것들이다. 직장에서 나는 한창 일을 하고 있다. 내 나이의 직원들은 직장에서 일의 기획, 집행, 결과 보고에 이르기까지 주도적으로 열심히 일한다. 나 역시 그렇다. ..

일상 이야기 2017.03.25

지윤탄생 100일, 가족들과 함께 한 주말

지난 금요일은 딸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지윤이의 100일이라 나는 휴가를 하루 쓰고 직장에 나가지 않았다. 100일을 기념하여 장모님, 아내와 나는 지윤이의 100일 상을 차리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100일 상에 쓰인 재료들은 전문 업체로부터 대여한 것이었고, 대여료 8만 8천원을 냈다. 점심때 우리는 지윤이를 데리고 현풍 테크노폴리스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쿠우쿠우’에 가서 식사를 했다. 평일 점심때 ‘쿠우쿠우’에 가니 가격도 저렴하면서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는 수성구 황금동에 있는 대구과학고등학교로 향했다. 오후 2시 20분부터 수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수업 전에 잠시 대구과학고등학교 행정실에 들러 행정실 직원에게 나의 최종학력증명..

일상 이야기 2017.03.19

직장인이자 교사로서 살아가기

나는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퍽 진지한 편에 속하며,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다. 나는 직장인으로서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나는 내가 속한 조직에서 나에게 부여하는 공식적인 업무들을 무리 없이 잘 처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며, 안정적인 삶을 위해 다소 간의 무료함과 지루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편이다. 직장에서 내가 하는 업무는 공공행정(public administration)이다. 내가 속한 한국장학재단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정부에 의해 설립된 공공조직이다. 대한민국의 유지와 번영을 지원하기 위한 이 조직에서 현재 내가 맡은 업무는 조직의 성과를 평가하는 일이다. 나는 전에 대학생..

일상 이야기 2017.03.12

늘 애호가로서 살아간다 해도

내가 그다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나와 며칠 동안 함께 생활해 본다면 쉽게 알 수 있다. 단지 나는 무엇인가를 일관되고 꾸준하게 하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학교 시험과는 별 관련이 없는 수학과 과학에 관한 책들을 중학교 시절부터 읽어왔다. 그것은 내가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들을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책의 도움을 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는 책을 읽어도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 책을 읽기 전보다는 조금 더 나아져서 다행이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나는 자신의 지적 재능의 부족함을 책으로 메우고 있다. 사람들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고 하면 무엇인가 대단히 깊은 학식을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나..

일상 이야기 2017.02.25

코페르니쿠스 혁명에서 과학지식의 진화를 읽다

◎ Thomas S.Kuhn, Copernican Revolution: Planetary astronomy in the development of Western thought,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85. ◎ 토머스 쿤, 『코페르니쿠스 혁명』(정동욱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출판사, 2016) 서울대학교 자연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과정 한국장학재단 기획조정실 강형구 과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영국의 과학자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는 유명한 일화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과학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명한 과학사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토머스 쿤이 어느 날 도서관에서 아리스토..

과학사 이야기 2017.02.24

36살의 딜레마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 36년째 살아오면서 확실한 것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관심사는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정치적인 것이나 경제적인 것에 심각하게 관심을 기울여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내가 자연에 대한 일반적인 종류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자연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지금껏 인류가 자연을 이해해 온 방식들과 그 방식들이 갖는 의미들 또한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의 역사와 철학에도 관심을 가졌고, 궁극적으로는 자연과학이 아닌 자연과학철학을 나의 전공으로 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와 같은 나의 선택에는 장점뿐만이 아니라 단점 또한 있었다. 만약 내가 자연과학을 가르치면서 자연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병행해서..

일상 이야기 2017.02.12

세상에 대한 생각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대한민국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2016년 12월 9일에 국회에서 의결되었다. 2016년 12월 9일 이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고, 헌법재판소에서는 국회에서 제출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할지 기각할지의 여부에 대해서 재판하고 있다. 대통령의 직무를 국무총리가 대행하고 있지만,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저하되었고 국내외의 여러 상황들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성과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허덕이고 있으며, 가계에서는 처분가능한 소득이 부족하여 지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류독감 바이러스 및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닭, 소, 돼지 등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

일상 이야기 2017.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