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직장인이자 교사로서 살아가기

강형구 2017. 3. 12. 17:40

 

   나는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퍽 진지한 편에 속하며,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다. 나는 직장인으로서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나는 내가 속한 조직에서 나에게 부여하는 공식적인 업무들을 무리 없이 잘 처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며, 안정적인 삶을 위해 다소 간의 무료함과 지루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편이다.

  

   직장에서 내가 하는 업무는 공공행정(public administration)이다. 내가 속한 한국장학재단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정부에 의해 설립된 공공조직이다. 대한민국의 유지와 번영을 지원하기 위한 이 조직에서 현재 내가 맡은 업무는 조직의 성과를 평가하는 일이다. 나는 전에 대학생들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을 담당했었고, 지금은 조직 성과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내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게 될 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예측하기가 어렵다. 나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일함으로써 나와 내 가족의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자본을 얻고 있다.

  

   새로움, 올바름, 모험을 추구하는 기질은 젊은 시절의 나에게도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과학을 배우면서 과학의 역사와 그 사상적 배경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대학에서 과학철학을 공부했으며, 대학원에서도 관련 공부를 계속 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이라는 분야가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지며, 중등 과학교육이나 고등 과학교육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 교육의 필요성이 광범위하게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상황은 조금씩 변했다. 과학교사들을 양성하는 교육과정에 과학사와 과학철학 교육이 포함되었으며, 영재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전국 과학영재학교들의 교육과정에도 서서히 과학사와 과학철학이 포함되고 있다. 직장인인 나에게 대구과학고등학교에서 과학철학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은 진실로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사와 과학철학 전공자는 상대적으로 희소하며, 대부분의 전공자들은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구에서 과학철학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과학영재들에게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가르치는 것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나타낼 것인가? 현재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대구과학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과연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배운 학생들이 좀 더 과학에 대해 의욕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학생들에게 과학철학을 가르치는 목적은 학생들을 과학사학자나 과학철학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는 학생들이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과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과학철학을 가르친다. 학생들이 과학을 좀 더 흥미진진한 것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강의를 통해 과학에 대한 새로운 사상을 제시하는 것이 나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나는 과학사학회지 서평 및 대구과학고등학교 독서 아카데미 준비를 위해서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이 훌륭한 책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퍽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과학철학과 궤를 달리한다고 보는 나의 관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과학철학은 특정한 과학이론을 좀 더 심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생각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와 같은 과학철학은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과학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에 덧붙여 나는 과학철학이 과학자 또는 과학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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