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36살의 딜레마

강형구 2017. 2. 12. 19:53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 36년째 살아오면서 확실한 것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관심사는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정치적인 것이나 경제적인 것에 심각하게 관심을 기울여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내가 자연에 대한 일반적인 종류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자연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지금껏 인류가 자연을 이해해 온 방식들과 그 방식들이 갖는 의미들 또한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의 역사와 철학에도 관심을 가졌고, 궁극적으로는 자연과학이 아닌 자연과학철학을 나의 전공으로 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와 같은 나의 선택에는 장점뿐만이 아니라 단점 또한 있었다.

  

   만약 내가 자연과학을 가르치면서 자연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병행해서 공부하는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국립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수학교육학 혹은 물리교육학을 공부하여 교사자격증을 딴 후, 임용고시를 치러 교사로 부임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틈틈이 수학이나 물리학의 역사와 철학을 공부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아직까지도 이와 같은 가정적인 상황을 상상해보곤 한다. 그러나 나는 이미 36살이다. 이미 학사학위와 석사학위를 받았고, 직장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되어버린 나의 삶을 되돌리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처한 삶의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서, 이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내가 이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상, 자연과학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은 직장생활 이외의 시간들을 활용해서 진행해야 한다. 지금 내가 당면해 있는 가장 직접적인 학술적 임무는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일이다. 내가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이론철학 논문자격시험, 과학철학 논문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론철학 시험에 과학철학 시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두 번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기존의 표준적인 과학철학 논의들에 대한 복습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논문자격시험을 통과한 이후에는 실질적인 논문 작성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논문 작성 전까지 과학철학과 관련된 모든 학술적인 행위들은 논문 작성에 기여하게끔 의도적으로 고안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구과학고등학교에서 강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박사학위 논문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강의를 한다.

  

   아직 나에게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한 7년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7년 이내에 박사 논문을 쓰지 못하더라도 나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있다. 10년 이상 성실하게 회사생활을 한 다음, 박사학위 논문 작성을 위해서 1년 동안 휴직을 할 수 있다. 박사과정 공부를 위한 휴학은 가능하다고 회사 규정에 명백하게 기재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부를 하는 것이지 박사학위를 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나에게는 박사학위논문을 책을 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 나는 과학철학에 대한 나 자신의 책을 쓰고 싶은 것이고, 학위는 그런 책을 쓰는 데 활용되는 하나의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나는 책을 쓰고 싶을 따름이지 책을 많이 팔아서 이윤을 남기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나는 1인 출판사를 차려 나의 책을 출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학에 빠진 사람이 되고 싶다. 직장생활 이외의 모든 시간을 자연과학에 대한 글을 읽고 쓰는 데 사용하고 싶다. 나는 나 자신이 평범한 사람임을,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큰 야심을 갖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일상생활의 소소한 실천 속에서 자기만족을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꾸준하게 과학책을 읽는 사람이 되는 것, 틈틈이 과학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목표다. 늘 그랬듯 나의 목표는 이해하고 만족하는 것이지 잘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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