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다

강형구 2017. 4. 16. 22:28

 

   나의 친할머니(성함: 이순호)께서 2017413일 목요일 밤 1026분에 별세하셨다. 할머니께서는 1922년 일본제국주의 시절 태어나셨으니 올해로 96세셨다. 4년 전부터 할머니께서는 경상북도 성주군에 있는 효요양병원에서 지내 오셨다. 할머니 슬하에는 5남매가 있다. 큰아버지(성함: 강선문), 큰고모(성함: 강기순), 아버지(성함: 강병석), 둘째고모(성함: 강기선), 셋째고모(성함: 강삼선). 할머니께서는 노환으로 인해 돌아가신 것으로 보인다. 나는 할머니께서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좋은 봄날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믿는다. 그날 퇴근하고 아파트 운동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나는, 아버지로부터 연락을 받은 후 차키를 가지러 가기 위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제사지낼 때 쓰는 향의 냄새가 났다. 향의 냄새는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나서도 나를 따라왔다.

  

   요양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할머니께서는 숨을 거두신 후였다. 나는 이미 와 있던 가족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현풍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직장 동료들에게 연락해 조부모 상으로 인한 청원휴가를 다음 주 월요일까지 신청한 후, 나는 다음날 아침에 아내와 딸 지윤이를 데리고 구미에 있는 처갓집으로 갔다. 처갓집에 딸 지윤이를 맡겨 놓은 이후, 아내와 나는 성주 효요양병원 옆 장례식장에서 할머니의 빈소를 지켰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계기로 친가쪽 식구들이 하나씩 모였다. 큰아버지, 큰어머니, 두분의 아들인 상구형님, 경구형님, 민구형님. 형수님들. 그 아이들인 병일, 병우, 지민, 병헌, 채은. 큰고모, 큰고모부, 미경누나, 종찬형님, 미영누나. 그 아이들. 둘째고모, 둘째고모부, 현혜, 영혜, 그 아이들. 셋째고모, 셋째고모부, 명헌, 선혜, 그 아이들.

  

   장례는 4일 장으로 치렀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던 첫째 날이 너무 늦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3일 장이 아닌 4일 장으로 치렀다. 금요일 저녁에는 대구의 직장 동료들이 몇 분 찾아오셨다. 너무 감사했다. 가족들 중에 몇몇이 상조회사에 가입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굳이 상조회사를 부르지 않았다. 가격을 확인한 결과 요양병원 장례식장을 상조회사보다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금요일 오후에 염을 하고 입관식을 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손님들이 많이 왔다. 화환은 51개가 왔고, 나의 직장에서는 근조기를 보내주었다. 조의금이 장례식비를 충당할 만큼 들어와서 다행이었다. 나는 장례식장을 지키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등 이런저런 일들을 했다. 여러 명의 친척들이 나누어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할머니의 첫 손주가 아니었다. 나보다 손위의 친척들로 큰집의 형님 세 명, 큰고모네의 친지들 세 명이 있다. 나는 첫 손주가 누릴 수 있는 할머니의 사랑을 누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에 대한 할머니의 믿음과 사랑은 각별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장남이 아니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효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셨고, 할머니께서도 그것을 잘 알고 계셨다. 나는 아주 심지가 굳고 부지런하셨던 할머니의 모습을 기억한다.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늘 밭일이나 집안일을 부지런히 하고 계셨고, 아침에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셔서 다른 식구들을 다 깨우셨다. 또한 할머니께서는 나를 볼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라고 하셨다.

  

   염을 하고 입관을 할 때, 할머니의 관이 화장기구에 들어갈 때도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나오셨을 때는 잠시 울컥했다. 나는 5남매를 훌륭히 키우셨던 할머니의 삶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와 아내가 할머니만큼 훌륭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잘 알 수 없다. 장례식이 끝나고 나는 친지들과 작별인사를 한 후 딸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처갓집 구미로 돌아왔다. 다행히 딸 지윤이는 장모님, 처남과 잘 지내고 있었다. 내일 하루는 편안하게 쉰 다음, 나는 다시금 나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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