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나는 철학적 전통 아래에 속하는 사람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만약 그가 나에게 “그렇다면 당신은 철학자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철학자라는 직업을 갖지 않고서도 철학적 전통에 속할 수는 있다”라고 답할 것이다. 그가 다시 이렇게 물을 것이다. “당신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철학적 전통 아래에 속하게 되었는가?” 이에 대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나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철학을 배웠고, 이를 입증하는 학위를 갖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에서 얻은 학위는 내가 공식적으로 철학적 전통에 속하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만약 내가 조선시대에 태어나 서당이나 서원, 성균관과 같은 조선왕조의 교육기관을 거치며 유학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