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배리 데인튼, [시간과 공간] 요약 정리 05: 시제가 있는 시간

강형구 2016. 3. 20. 12:20

 

5: 시제가 있는 시간

(Tensed time)

 

5.1. 시제 대 역동주의

    B-이론은 두 가지 주장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 세계는 4차원 집합체(ensemble)이며 모든 시간과 사건들은 동등하게 실재하며 공존한다. 둘째, 세계는 시제 없는 용어들로 충분히 기술된다. 저자는 제5장에서 둘째 주장을 거부하는 것의 함축을 살펴보고자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 로에(Lowe)A-틀을 옹호하며 시제 있는 시간 개념을 수립하고자 애썼다. 이제 이러한 로에의 입장을 검토해보자.

 

5.2. 시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제 관점이란, 시간에 대한 형이상학에서 맥태거트의 A-계열 용어들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비시제 관점이란, 시간에 대한 형이상학에서 B-계열 용어들만을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로에가 시제 관점(이론)을 옹호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시간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제를 갖는 방식으로만 속성들을 갖는다. 따라서 로에가 볼 때 “2099312일에 서울에 비가 온다는 진술은, 사실상 다음의 진술과 같다. “2099312일에 서울에 비가 왔거나, 지금 비가 오고 있거나, 비가 올 것이다”. , 전자의 진술은 후자의 진술을 축약한 형식의 진술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모든 시제적 진술이 비시제적 참됨 생성자를 갖는다는 B-이론가의 주장에 대해 로에는 어떻게 답변할 수 있을까? B-이론을 옹호하는 멜러(Mellor)에 따르면, A-이론가들은 다음의 두 가지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딜레마(dilemma)에 직면한다. 시제 있는 문장들은 사례를 반영하지 않는 시제 있는 사실들에 의해 참이 되거나, 시제 있는 문장들은 시제가 없는 사례 반영적 사실들에 의해 참이 된다. 의 수용은 시제의 물리적 의의를 거부하는 셈이며, 은 명백하게 비일관적이다.

  

   로에는 시제 있는 문장들의 진리 조건이 사례 반영적이어야 함을 받아들이지만, 진리 조건이 시제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로에는, “지금 서울에 비가 온다는 문장 유형의 사례 u, 시각 t에 서울에 비가 오는 그러한 시각 t에 발화될 경우에만 참이라고 본다. , 시제 있는 문장의 진리 조건에 시제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5.3. 맥태거트 입장에 대한 재검토(McTaggart revisited)

    맥태거트는 모든 사건이 과거, 현재, 미래라는 양립불가능한 속성들을 갖기 때문에 역설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에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사건을 진술할 경우 그 어떤 역설도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사건 e에 대해서 “e가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참이었거나 참이거나 참일 것이다.

 

5.4. 시제만으로 충분한가?

    로에의 입장을 취하면 시간의 시제 이론은 내적 비일관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그렇다면 로에의 입장에서 과거, 현재, 미래는 형이상학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로에는 과거가 현재와 미래와 구별되는 과거성, 현재가 과거와 미래와 구별되는 현재성을 갖는다고 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시제를 속성으로 볼 경우 앞서 살펴보았던 중복(중층) 결정(overdetermination)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에의 입장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를 무엇이 구분해주는가? 로에는 다음과 같이 과거, 현재, 미래가 구분된다고 본다. 과거의 사건들은 존재했었고, 현재의 사건들은 존재하며, 미래의 사건들은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현재, 미래의 존재는 모두 동등한가 그렇지 않은가? , 과거와 현재와 미래 존재의 실재성은 동등한가?

  

   이에 대해 로에는 과거와 미래가 실재하지 않는다고 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제 개념이 아주 근본적이어서(fundamental) 의미론적으로 환원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답변은 불충분해 보인다. 왜 과거 시제의 진술은 진리값을 갖는 반면 미래 시제의 진술은 그렇지 못한가? 단순히 지금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 존재성에 있어 미래는 현재 또는 과거와 차이가 있는 것 아닐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로에는 속 시원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한다. 로에의 입장을 최소주의적 역동주의(deflationary dynamism)라 부른다. 이 입장에서는 시제 술어가 등장하긴 하지만 시제 술어가 사물의 진정한 속성을 지시하지는 않으므로, 과거, 현재, 미래 사이의 차이는 단지 언어적인 것에만 머무른다. 저자는 6장에서 이러한 최소주의적 입장을 넘어서 과거, 현재, 미래 사이의 차이에 대해 좀 더 실질적인 주장을 하는 입장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