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배리 데인튼, [시간과 공간] 요약 정리 11: 절대적 운동

강형구 2016. 3. 26. 09:29

 

11: 절대적 운동

(Absolute motion)

 

11.1. 관성 운동

    뉴턴은 상대론을 반박하기 위해 두 개의 논증을 제시했다. 첫째는 관성 효과로부터의 논증이다. 유명한 양동이 사고실험이 이 논증에 포함된다. 둘째는 실재 관성 운동으로부터의 논증이다. 두 논증 모두 뉴턴의 첫 번째 운동법칙인 관성의 법칙과 연관되어 있다.

 

11.2. 실재 관성 운동으로부터의 논증

    이 논증은 뉴턴의 중력(De Gravitatione)에 포함되어 있는 논증으로, 이 논증은 데카르트의 물리학을 명시적인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데카르트는 관성의 법칙과 운동의 관계적 개념을 둘 다 옹호하였으나, 뉴턴은 이 두 개념이 양립불가능함을 지적한다.

  

   관성의 법칙은 직선 경로 운동과 곡선 경로 운동 사이에 실재적이고 객관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곡선 경로 운동을 하는 물체에는 실제로 힘이 작용하는 반면, 직선 경로 운동을 하는 물체에는 힘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운동의 상대적 개념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상대론에서는 그 어떤 물체도 운동의 기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의 상대적 개념을 사용하면 기준계에 따라 물체가 힘을 받기도 하고 받지 않게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일관성(consistency)이 없어진다. 따라서 일관성 있는 물리학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실재 관성운동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를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뉴턴의 절대속도 개념은 그와 같은 구분을 제시해준다.

  

   뉴턴은 데카르트의 상대적 운동 개념이 받아들일 수 없는 다음과 같은 귀결들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았다. 상대적 운동 개념을 가정하면 움직이는 물체의 과거 위치나 경로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 따라서 공간은 시작도, 길이도 갖지 못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물체의 지나간 경로를 정의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체의 속도를 정의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 물체의 운동을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절대적 공간에 대한 절대 운동을 가정하면 물체의 속도를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11.3. 관성 효과로부터의 논증

    더 나아가 뉴턴은 프린키피아의 주해(Scholium)에서, 두 개의 상대 운동을 구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뉴턴은 절대속도를 경험적으로 감지할 수는 없으나 절대속도의 가속도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때, 가속도는 힘과 관련되어 있다.

  

   역학은 실재 가속도와 상대 가속도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관성력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턴의 절대적 공간은 이러한 구분의 기준을 제시한다. 뉴턴은 주해에서 이에 관한 두 개의 사고실험을 제시한다. 사고실험에서 등장하는 운동은 회전운동인데, 회전운동은 속도의 방향이 지속적으로 변하는 운동이므로 가속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양동이 실험>

    물이 가득 찬 양동이를 줄로 연결해서 천장에 매단다. 양동이를 돌려서 줄을 꼬고, 다 꼰 다음에는 줄을 푼다. 그러면 양동이와 물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회전운동을 한다.

  

   1. 양동이와 물은 서로에 대해 정지해 있어 물 표면은 편평하다.

   2. 잠시 후 양동이는 움직이기 시작하고, 물은 여전히 정지해 있고 물 표면은 편평하다.

   3. 이제 물은 양동이와 함께 회전하지만, 전과 달리 물 중앙이 움푹 패고 물 주변은 높이가 올라간다.

  

   이 실험에서 양동이 안에 있는 물의 행동이 상대론자에게 문제가 된다. 상대론자에 따르면 양동이에 대한 물의 운동이 가장 큰 2단계에서 물 중앙이 움푹 패고, 양동이와 물의 상대운동이 줄어들다가 사라지는 3단계에서는 물 표면이 다시 편평해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에 대해 상대론자는 물이 그 자체에 대해서 회전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하기도 어렵고, 물이 관찰자에 대한 상대 운동 때문에 팬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물이 절대공간에 대해 운동하기 때문에 중앙이 팬다고 설명하는 뉴턴의 입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구체 사이의 장력 시험>

    뉴턴은 두 개의 구체를 줄로 연결해서 줄에 장력이 작용하는지의 여부를 측정하면 물체의 회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만약 장력이 작용하면 물체가 회전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만약 세계에 두 개의 구체 밖에 없고, 세계1에서는 장력이 작용하지만 세계2에서는 장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관계론자는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에 반해, 뉴턴은 세계1에서는 두 개의 구체가 절대공간에 대해 운동하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다.

 

    두 사고실험 모두에서 가속도는 관측가능한 효과를 유발하고, 이는 절대공간에 대한 운동 때문이라고 가정하면 잘 설명된다. 뉴턴의 논증은 역학적 현상에 대한 최선의 설명을 통한 논증이라고 할 수 있다.

  

   P1 : 역학적 현상 일반에 관한 최선의 설명은 절대 가속도를 사용한다.

   P2 : 절대 가속도는 절대 공간에 상대적인 가속도로 이해되어야 한다.

  

   뉴턴의 이와 같은 설명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쉽게 관측할 수 있는 관성력을 잘 설명해준다고 볼 수 있다.

 

11.4. 진퇴양난의 상황(stalemate)인가?

    관계론자인 라이프니츠는 절대속도가 경험적 의의가 없다고 주장했고, 뉴턴 역시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뉴턴은 절대속도의 변화인 절대가속도가 경험적 의의가 있음을 보임으로써 절대속도와 절대공간을 옹호했다. 따라서 관계론자로서는 관성효과에 대한 뉴턴의 설명에 대한 대안적인 설명을 제시할 필요가 생긴다.

 

11.5. 라이프니츠의 응답

    뉴턴의 양동이 논증을 알고 있던 라이프니츠는 뉴턴의 옹호자였던 클라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명했다. 라이프니츠는 물체의 절대적이고 참된 운동이 오직 다른 물체들에 대한 상대적 변화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라이프니츠는 참된 운동이란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물체 자체에 있을 경우에 일어난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라이프니츠의 제안은 몇몇 경우에는 잘 들어맞는다. 예를 들어, 연료를 분출하면서 움직이고 있는 로켓은 그 원인이 물체 자체에 있으므로 참된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력이나 자기력 같은 원거리력은 라이프니츠의 제안으로 설명하기 곤란하다. 또한, 뉴턴의 사고실험에서 등장하는 회전운동계는 어떤 외부적 힘도 가정하지 않는다. 회전운동계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의해서 운동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전운동에 대해서는 별도의 힘을 상정할 필요가 없다.

  

   이에 대해 라이프니츠는 회전운동이란 실제로는 직선운동들의 결합체에 불과하다고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어떤 운동이 직선이고 어떤 운동이 그렇지 않은지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게 되는데, 상대론은 그러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11.6. 마흐의 응답

    19세기 물리학자 에른스트 마흐(Ernst Mach)는 과학이 관측가능한 사물들과 사건들 사이의 관계만을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뉴턴의 절대공간을 비판했다. 버클리와 유사하게 마흐는 뉴턴이 관측자료를 넘어서는 주장을 했다고 보았다. 뉴턴이 사고실험에서 제시한 장력 측정은 실제로 수행할 수 없다. 세계에서 2개의 구체 이회의 다른 사물들을 제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양동이 실험의 경우, 마흐는 물이 움푹 패는 현상은 절대공간에 대한 운동 때문이 아니라 우주 안의 다른 물체들에 대한 물의 상대운동 때문에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지구의 관점에서 볼 때 항성들은 고정되어 있으므로, 항성들에 대한 물의 상대적 운동 때문에 물이 패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뉴턴과 마흐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마흐는 상대운동이 있어야만 관성효과도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뉴턴은 상대운동 없이 절대공간에 대한 운동만으로도 관성효과가 발생한다고 본다.

  

   그러나 마흐의 문제는 항성들이 완벽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따라서 마흐는 관성효과에 대한 정확한 역학적 설명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이에 대해 마흐는, 전체 우주의 질량중심에 대해 물체들이 가속운동을 한다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마흐는 우주 내에 질량을 가진 물체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정량적인 물리이론을 제안하지는 못했고, 이것이 그의 입장이 가진 단점이었다. 이에 반해 뉴턴은 절대공간에 기초한 자신의 중력이론을 제시했다.

 

11.7. 스클라(Sklar)의 응답

    라이프니츠와 마흐 모두 가속도는 특정한 사물에 대한 속도의 변화임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스클라는 속도의 변화가 상대적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클라는 물체가 특정한 궤적운동을 할 때 갖는 가속도를 물체의 기초적인 개체적(monad) 속성이라고 보았다. 이 속성은 절대공간과는 독립적인 기본적 속성이다.

  

   이러한 스클라의 제안은 상대론자의 입장에는 부합하지만, 그가 제안하는 기초적 속성을 뒷받침하는 독립적인 근거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물체들이 특정한 원리 없이 혹은 우연적으로 기초적 속성(가속도)을 갖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스클라는 가속도와 관성효과의 상관성을 주장하겠지만, 뉴턴은 어떤 운동이 관성운동이고 어떤 운동이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하는 기준까지도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 풍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