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배리 데인튼, [시간과 공간] 요약 정리 08: 시간 여행

강형구 2016. 3. 23. 07:15

 

8: 시간여행

(Time travel)

 

8.1. 시간여행의 가능성과 역설에 대한 물음들

    공간에 비해 시간은 많은 제약을 갖고 있다. 공간은 사방으로 움직일 수 있고 왔던 경로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반면, 시간은 일차원적이며 같은 비율로 흘러가는 현재에 꼼짝없이 포착당한 것 같다. 과연 시간여행이 가능할까? 아니면 시간의 본성 때문에 시간여행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아래와 같은 주장들을 고려해보자.

 

   ① 시간여행은 논리적인 종류의 극복 불가능한 역설을 포함하고 있어, 형이상학적으로 불가능하다.

  

   ② 시간여행은 형이상학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우연한 물리법칙들로 인해서 우리 세계에서 금지되어 있다.

  

   ③ 시간여행은 형이상학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 시간여행은 우리 우주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났을 수 있다.

  

   8장에서는 시간여행에 관한 위와 같은 주장들을 4차원 블록 이론의 관점에서 검토해보고자 한다.

  

   시간여행 기계는 다양한 유형들로 분류된다. 과거에만 갈 수 있는 기계, 미래에만 갈 수 있는 기계, 과거와 미래 모두로 갈 수 있는 기계가 있다. 그리고 시간을 미끄러져 가는 기계와 시간을 뛰어넘어 가는 기계로 구분된다. 물리적으로나 논리적으로 그다지 문제가 없는 시간여행은 미래로 미끄러져 가는 것이다. 냉동됐다가 깨어나거나,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왕복운동을 하거나, 강한 중력장 근처에 있으면 고유시간이 외부시간에 비해 느리게 가서 미래로 미끄러져 갈 수 있게 된다.

  

   이는 4차원 블록 이론가에게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 과거, 현재, 미래 사이에 존재론적 차이가 없다면 왜 과거로 미끄러져 가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할까?

 

 

8.2. 오해들(misconceptions)과 다차원들

    시간여행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시간을 구분해야 한다. 첫째, 개인적인 시간 또는 고유시간. 둘째, 표준적인(normal) 또는 외부적 시간. 일상적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으나, 시간여행에서는 두 종류의 시간이 서로 분기한다. 상대성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원칙적으로 서로 다른 운동 상태에 있는 물리계는 서로 다른 시간 기준을 갖는다.

  

   과거 시간여행에 대한 다음과 같은 반론을 살펴보자. 시간여행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미 과거가 지나갔는데, 시간여행을 통해 시간여행자가 이미 지나간 과거로 갈 수 있다면 그 과거는 여행자가 있는 과거가 된다. 하지만 시간여행자가 없었던 과거와 있었던 과거가 동시에 성립할 수는 없다. 이는 모순(contradiction)이다. (호스퍼스 Hospers, 1997)

  

   이 반론은 두 개의 전제를 갖고 있다. 첫째, 과거는 변화 불가능하다. 둘째, 과거 시간여행은 과거에 대한 변화를 포함한다. 이 전제들이 옳은지의 여부는 시간의 본성에 의존한다.

  

   과거가 변화될 수 있다는 개념은 반직관적이다. 블록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주어진 시간에 발생한 사건들은 고정되어 있고 변화될 수 없다. 블록 이론에서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내용 역시 이미 블록을 구성하고 있다고 본다. 이때 중요한 구분이 등장한다. 과거에 영향을 주는 것과 과거를 변화시키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시간여행이 과거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과거를 변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간 모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메이랜드(Meiland)2차원 모형을 들 수 있다. 이 모형에서 각각의 현재는 그 고유의 과거를 갖는다(125). t1에서의 과거 P1이 있고, t2에서의 과거 P2가 있는 셈이다. 만약 t4에 철수를 3년 전의 과거로 옮긴다면, t5에서 보았을 때 철수는 3년 전의 과거에 있지만 t3에서 보았을 때는 과거에 철수가 없다. 왜냐하면 t3의 과거 P3에는 과거로 옮겨간 철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2차원 모형은 정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동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러한 2차원 모형에 대한 실증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 모형은 존재론적 경제성의 관점에서 볼 때 선호할 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모형은 역설적 귀결들을 일으키지 않고서도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또한 다중우주의 세계에서도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이 경우 우주 A에 있던 철수가 전쟁을 막기 위해 시간여행을 해서 우주 B에 갔지만 전쟁을 막는 것에 실패한 후, 다시 우주 C로 가서 전쟁을 막는 것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시간여행을 통해 하나의 세계 안에서 그 자신의 과거로 돌아간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철학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하나의 세계에서 자신의 과거로 되돌아가는 종류의 시간여행이다.

 

8.3. 자기 파괴적인(self-defeating) 회로

    세계 내에서의 과거 시간여행 개념은 자기 파괴적인 회로의 가능성 때문에 문제가 된다.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가 나의 부모님이나 어린 시절의 나를 죽일 수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하지만 그런 자기 파괴적인 행위는 불가능할 것이다. 시간여행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을 것이다. 루이스(Lewis)는 시간여행자가 과거의 자신을 죽이는 것이 실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나는 원숭이와 달리 신체구조상 중국어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중국어 연습을 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어를 말할 수 없다. 이는 할 수 있다라는 표현의 애매성이 개입된 사례다. 이와 비슷하게, 시간여행자에게는 과거의 자신을 죽일 능력이 있지만 그러한 시도는 늘 실패로 돌아가고, 그것은 그럴 수밖에 없다. 이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8.4. 전체적(global) 일관성 제약들

    15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현재의 정원에 심어져 있는 나무를 베려는 시도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과거로 돌아가 나무를 베려는 시도를 할 때마다 매번 국소적인 원인들로 인해 이 시도들이 실패할 것이다. 매번 시도할 때마다 우연의 일치로 인해서 아니면 재수가 없어서 자기 파괴적 회로를 성립시킬 수 없다는 설명이 합리적일 수 있을까? 과연 블록 이론의 관점에서 이와 같은 우연의 일치들을 설명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과거, 현재, 미래가 동등하게 실재하며 이 우주에 과거의 자신을 파괴하고자 하는 시간여행자도 존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우연의 일치들을 사용하여 자기 파괴적 회로가 성립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제아무리 세계의 창조자라고 해도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기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 논리 법칙과 물리 법칙에 합치하는 전체적으로 일관된 우주에서 과거 시간여행자의 자기 파괴적 행동을 막는 우연의 일치들은, 사실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필연적으로 일어나야만 하는 일들인 셈이다. 블록 우주에서 미래의 사건은 과거의 사건을 제약하고, 이것이 반드시 인과적인 것일 필요가 없다. 대개의 경우 이는 조율(coordination)의 문제이다.

 

8.5. 가로채기(bilking)

    역행 인과란 미래의 사건이 과거의 사건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역행 인과가 불가능함을 보이고자 하는 논증이 가로채기 논증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어떤 부족의 족장은 부족 사냥꾼들의 사냥이 끝난 시점에서도 사냥꾼들이 용감하게 사냥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춤을 춘다. 이러한 족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상황을 설정한다.

  

   사냥꾼들 중 한 명에게 무선전신기를 딸려 보낸다. 그리고 매일 사냥의 상황을 전신으로 보고하라고 한다. 만약 사냥꾼들이 사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족장이 춤을 춘다면, 이는 족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족장이 어떤 이유에서든 춤을 제대로 추는 데 실패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족장의 춤이 사냥꾼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볼 필요는 없다. 역으로, 사냥꾼들의 성공적인 사냥이 족장이 춤추는 것을 가능하도록 인과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있다. 인과의 방향이 반대인 것이다.

  

   사냥꾼들이 성공적으로 사냥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도적으로 족장이 춤추는 것을 방해하려고 했지만 이를 막을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역행 인과는 반박된다. , 이른 사건이 느린 사건의 인과적인 원인이 되며 그 역은 아닌 것이다.

  

   족장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답변할 수도 있다. 족장이 추는 춤이 성공적인 사냥의 확률을 높이기는 하지만 성공적인 사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춤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은 매우 섬세해서, 가로채기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서 환경을 조금이라도 변경시키면 이러한 변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춤의 효과가 떨어진다. 만약 가로채기 전략(사냥꾼에게 무선전신기를 딸려 보내서 사냥꾼들의 사냥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 실패한다면, 사냥의 결과가 족장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고 족장의 춤이 사냥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족장의 입장은 여전히 다음과 같은 난점을 갖는다. 사냥꾼들의 사냥 결과에는 족장의 춤 이외의 별도로 독립적인 인과적 선행조건들이 있다. , 인과적 중복결정(overdetermination)의 문제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과적 선행조건들이 전체적 일관성 제약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라고 답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 이는 역행 인과의 가설을 결정적으로 반박하는 실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시간여행자가 나에게 와서 내가 구체적인 시간에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알려주고 갔다고 해보자. 만약 내가 시간여행자 말대로 하지 않으면, 그는 진짜 시간여행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만약 내가 시간여행자의 말대로 행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시간여행자 말대로 행동했다면, 그는 진짜 시간여행자였고 이는 전체적 일관성 제약 조건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8.6. 양자적 역작용(retroaction)

    과거 시간여행의 자기 파괴적 회로 형성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과거 시간여행이 가능하지만 시간여행은 출발 시점으로부터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에 도착하기 때문에 시간여행자가 자신에게 인과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아니면, 역행 인과는 국소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자기 파괴적인 회로가 발생하지 않는다.

  

   프라이스(Price)는 물리적 법칙 자체가 역행 인과에 대한 가로채기 전략을 허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첫째, 원인 L이 일어나기 전에 결과 E가 일어났는지의 여부를 발견하는 것이 법칙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 둘째, 결과 E가 일어났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는 있으나, 이는 E의 발생 여부에 인과적으로 관련이 있는 특정 절차를 사용해야만 알 수 있다. 이제 프라이스가 제시한 가상적 상황을 살펴보자.

  

   도박꾼이 다음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도박꾼은 두 개의 상자 중 어떤 상자에 구슬이 있는지 선택한 후 둘 중 하나의 상자만 열어볼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박꾼이 열어 본 상자에서만 구슬이 나온다. 이는 도박꾼이 상자를 열었기 때문에 해당 상자에 구슬이 있게 되는 것, 즉 역행 인과의 결과일까? 이에 대한 2개의 대안적인 설명이 있다. 첫째, 불연속성 선택지(discontinuity option). 구슬이 Y에 있다가도 도박꾼이 X를 선택하면 구슬이 X로 간다는 것이다. 둘째, 미결정성 선택지(indeterminacy option). 구슬이 미결정 상태에 있다가 도박꾼이 선택을 하는 순간에 해당 상자로 간다는 것이다.

  

   이는 양자역학에서의 상황과 유사하다. 양자역학적 계의 상태는 측정이 수행되기 전까지는 미결정적이기 때문이다. RT를 양립불가능한 속성이라고 하자. 그리고 AB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상태라고 하자. 이 때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진술들이 참이다.

  

   ① SA 상태일 때, 원자들의 100퍼센트는 속성 T를 갖는다.

  

   ② SB 상태일 때, 원자들의 100퍼센트는 속성 R을 갖는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AB의 조합 상태 C에 있는 물리계는 다음의 두 진술을 만족한다.

  

   ③ SC 상태일 때, 원자들의 60퍼센트는 속성 R을 갖는다.

  

   ④ SC 상태일 때, 원자들의 60퍼센트는 속성 T를 갖는다.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위 두 진술들은 실험적으로 입증되었다. 여기서 핵심은 양자역학에서는 이 시험되면 가 시험될 수 없고, 가 시험되면 이 시험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철학자 퍼트남(Putnam)은 양자역학에서는 고전적인 교란 없음의 원리(The Principle of No Disturbance)’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라이스는 이를 역행 인과로 설명 가능하다고 본다. , R-측정이 수행될 것이라는 사실이 60퍼센트의 원자들이 속성 R을 갖도록 유발했다고 볼 수 있다. 역행 인과 개념을 사용하면 EPR 역설 역시 설명할 수 있다. 미래의 측정이 역으로 입자 탄생의 순간에 입자가 갖는 상태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8.7. 해명될 수 없는 것(The inexplicable)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새로운 종류의 회로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다음과 같은 예들을 생각해보자. 첫째, 결혼 결정. 순희는 철수와 영호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 미래에 가서 자신이 철수와 행복하게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순희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 철수와 결혼한다. 둘째, 발견. 시간여행 기계에 관한 책을 우연히 발견한 과학자는 누가 그 책을 갖다놓는지 보려고 과거에 갔다가 과거의 자신이 들어오기 직전에 본인이 직접 그 책을 해당 장소에 갖다놓게 된다. 셋째, 커다란 회로. 시간기계를 만든 문명에서 시간기계를 빅뱅이 등장한 특이점으로 보내고, 이 기계는 빅뱅과 유사한 폭발을 생성토록 한다.

  

   우선, 위 사례들에서 사물이 완전하게 순환하는 회로와 오직 정보만이 순환하는 회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례인 발견에서는 사물인 책이 완전히 순환한다. 그런데 이 과정 속에서 사물이 완전히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 이 사례는 성립될 수 없다. 이와 달리 셋째 사례인 커다란 회로에서는 사물의 순환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둘째 사례인 발견에서 책을 전자메일로 대체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래도 여전히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남는다. 대체 시간여행 기계에 관한 정보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 루이스(Lewis), , 빅뱅, 우주의 무한한 과거, 방사선 원소의 방사 현상 등과 같이 해명되지 않는 것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도, 위의 정보도 해명될 수 없는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도이치와 락우드는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해명될 수 없다는 답변은, ‘지식은 진화적이고 객관적인 과정을 통해서만 존재하게 된다는 포퍼(Popper)의 형이상학적 제약 원리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작위적인 과정을 통해서 복잡성이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8.8. 역동적 시간 속에서 탐험하기

    오직 현재만 존재한다면 존재하지 않는 다른 시간으로 이동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이를 목적지 부재의 문제라고 한다. 과연 역동적 시간 개념을 유지하면 시간여행이 가능할까? 켈러와 넬슨에 따르면 역동적 현재주의에서는 한 개 이상의 현재에 머무른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시간여행이 불가능하지 않다. 역동적 현재주의에서도 과거 또는 미래에 일어난 일에 대한 참인 명제가 있다고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역동적 현재주의에서 시간여행은 무엇을 의미할까?

  

   환원주의적 입장을 검토해보자. 이 입장에서 보면, 과거로 돌아갔을 때 현재에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존재가 소멸 가능해진다. 또한 이 입장에서는 과연 시간여행자가 완전히 과거를 떠났는지가 불확실해진다. 시간여행 기계를 통해 과거가 아니라, 오직 현재 존재하는 과거에 대한 증거 또는 흔적으로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혼합적 현재주의에서는 현재가 중첩되기 때문에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해보인다. 하지만 시간여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전 위상과 후 위상이 존재해야 하는데, 혼합적 현재주의에서는 그런 위상이 없다. , 마법 이외에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

  

   성장하는 블록 관점에서는 다른 이유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 만약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이는 과거 기준으로 볼 때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로부터의 여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성장하는 블록 이론가는 다음과 같이 대응할 수 있다. 만약 시간여행자가 미래로부터 온다면, 그와 관련된 미래의 사건들은 결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 미래는 부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우주 내에서의 시간여행 개념을 다루었다. 만약 우리가 우주를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시간여행을 고려할 경우, 많은 난점들은 사라진다. 하지만 시간을 뛰어넘는 시간여행보다는 시간을 미끄러지는 시간여행이 더 그럴듯하고 가능성이 있다. 상호대칭적인 골드 우주에서도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한 쪽 우주에서 보낸 우주선에 다른 쪽 우주의 개체가 탑승한다면, 이 개체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듯 시간이 역동적인 경우에도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적어도 상상될 수 있는 것이다.


8.9. 실재적 시간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서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불가능한 선험적 근거 또는 모순을 찾지 못했다. , 과거 시간여행은 자기 파괴적 회로를 만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이제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제기해보자. 첫째, 우리 우주에서는 어떤 형식의 시간여행이 법칙적으로 가능할까? 둘째, 시간에 대한 어떤 모형이 실제 우리 우주에서 법칙적으로 가능한 시간여행과 양립 가능할까?

  

   몇몇 현대의 물리이론은 시간 역행적 존재를 가정한다. 이는 우리가 블록 우주에 살고 있음을 의미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성장하는 블록 이론에서도 이러한 존재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우주에는 과거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특정한 시공간 구조가 존재하는데, 이를 웜홀이라고 한다. 두 개의 웜홀 입구 사이에 시간적인 비합치가 생기면 웜홀은 시간여행 기계가 된다. 예를 들어, 1960년의 서울과 2010년의 서울이 각각 웜홀의 입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웜홀이 가능하다면 이는 블록 우주 이론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웜홀이 존재하는지, 우리가 이러한 웜홀을 만들 수 있는지는 현재의 과학적 지식만으로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한동안은 이 문제에 관한 전통적인 탐구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