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145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1: 화학적 변화의 기본 입자, 원자

11. 화학적 변화의 기본 입자: 원자 이전 장에서 우리는 가장 작은 물질 입자들의 존재, 물질의 원자론적 구조가 직접적인 관측으로부터 연역될 수 없으며 추론되어야 함을 보았다. 우리가 관측하는 거시 규모의 연속적인 현상은, 오직 우리가 미시 규모에서 자연이 불연속적인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 현상이 서로 분리되는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지금껏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추론을 물리학에서 사용하여 열적 과정을 조심스럽게 검토해보았으며, 이제 화학으로 논의를 돌려 화학에서도 동일한 개념을 찾을 수 있음을 살펴보겠다. 화학에서 원자 이론의 연원이 되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이는 무게의 고정 및 정수 비율의 법칙이며, 이는 돌턴의 시대 이후 원자 이론의 기초를 형성했다. 우선..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0: 열적 과정의 기본 입자, 분자

Ⅲ. 물질 10. 열적 과정의 기본 입자: 분자 우리 눈에 매끄럽고 단단하게 비친다고 하더라도 모든 물체는 내부적으로 무수히 많은 작은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 즉 물체는 알갱이들로 구성되고 알갱이들 사이에는 틈이 있다는 생각의 기원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생각이 그리스 철학자들에 의해서 충분히 발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생각은 그 이후의 과학 발전 과정에서도 살아남아, 19세기 초에 이르면 이 생각은 완전히 새롭고 더 심오한 방식으로 정당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믿음은 분명 뿌리 깊고 강한 근원을 가질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사실 물질의 원자 이론으로 이끄는 개념들은 가장 기본적인 현상들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09: 빛의 물질적 특성

9. 빛의 물질적 특성 지난 장에서 살펴보았듯 빛 파동의 전기적 본성을 증명하는 실험을 했던 하인리히 헤르츠는 1899년에 열린 자연과학자들의 하이델베르크 협의회에서 대담한 표현을 사용하며 강연을 했다. “빛이란 무엇인가? 영과 프레넬의 시대 이후 우리는 빛이 파동임을 알고 있다. 우리는 빛 파동의 속도를 알며, 파장을 알며, 빛 파동이 횡파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빛 파동 운동의 기하학적 조건들에 대해 충분히 친숙해졌다.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의심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빛의 파동 개념을 논박하는 것은 물리학자에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적으로 말해, 빛의 파동 이론은 확실하다.” 지난 세기 말까지 물리학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빛의 파동 이론과 관련된 ..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08: 빛의 전기적 특성

8. 빛의 전기적 특성 파동 이론과 입자 이론이 경쟁하고 점차적으로 실험 결과들이 축적되면서 파동 이론이 승리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파동 이론만이 이론적인 개념들을 사용하여 거울, 격자(grating), 망원경, 현미경 등을 이용한 복잡한 실험 장치들로부터 얻은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리학자들이 이와 같은 상태의 지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에테르 이론을 통해 파동 관념에 대한 정당화를 추구했던 것은, 사실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고안된 이론을 좀 더 포괄적인 이론으로 설명함으로써 설명을 좀 더 심오하게 만들고자 했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설명하는 것, 이해하는 것은 다양한 사실들을 하나의 일반적이고 통합된 개념으로 종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파동 이론의 설명은 그 시대의 가장 ..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07: 빛의 파동적 특성

7. 빛의 파동적 특성 광선의 형태로 전파되고 다양한 색깔들로 분리된다는 것은 빛의 기초적인 속성들이며, 이는 빛에 대해서 최초로 탐구되고 정립된 사실들이었다. 이후 빛에 대한 좀 더 심오한 물음들이 제기되었는데, 이 물음들은 인류로 하여금 앞서 언급된 빛에 관한 사실들 너머로까지 나아가게 해 주었다. 그것은 바로 빛의 내재적 본성에 관한 물음이었다. 빛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이 물음을 “빛”에 대한 우리의 경험에 적용해서는 안 되며, 물리적 행위자로서의 “빛”에 적용해야 함을 살펴보았다. 이 물음은 외부 세계와 관련되며, 감각으로서의 “빛”이 우리의 망막에 발생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 물음에 답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빛의 속성들을 연구하는 것임을 안다. 왜냐하면 그러한 연구..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06: 빛의 광선적 특성

Ⅱ. 빛과 방사 6. 빛의 광선적 특성 과학적 탐구는 항상 일상생활의 견해들 및 물음들과는 특정한 대조를 이룬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매 순간 해야만 했던 일들은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는 더 이상 그 일들을 문제로서가 아니라 궁극적인 사실들로 받아들이며, 과학의 임무란 모든 다른 현상들을 이러한 가장 단순한 사실들로 환원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물이 축축한 것, 빛이 밝고 색깔을 띠며 사물들에 그림자를 형성하는 것 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사실들이다. 우리가 이러한 가장 단순한 사실들을 더 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이 사실들을 탐구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과학적 비판 정신이 어느 정도 성숙해야만 한다...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05: 천체역학

5. 천체역학 운동의 상대성 개념을 끝까지 발전시키면 중력 이론이 도출된다는 것을 지난 장에서 살펴보았다. 운동의 상대성을 단순한 시각적 경험 너머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이러한 기초해 있다. 순수한 운동학적 기술을 넘어서 자연의 객관적 현상에 대한 진정한 이론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세계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인 기술은 톨레미적인 기술보다 더 “참된” 이론, 실재에 더 잘 부합하는 이론으로 간주되었다. 태양의 움직임은 그저 겉보기에만 그러한 것으로서 우리의 감각을 기만하며,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물체는 지구라는 관점을 지지하는 결정적인 논증들이 뉴턴의 이론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뉴턴의 이론은 우주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인 관점에 대한 동역학적 정당화를 제공해주었다. 뉴턴은 세계에 대한 코페르니..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04: 운동의 상대성

4. 운동의 상대성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그 이름을 본뜬 운동의 상대성 개념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경험해 본 다음과 같은 단순하고 생생한 경험을 그 근원으로 갖는다. 모든 사람들은 기차 안에 앉아서 자신이 탄 기차가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옆 선로에 있는 기차가 그 때 마침 움직이기 시작해서 마치 자신이 탄 기차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종류의 경험은 주변에서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다리 위에 서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리가 반대편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풀밭 위에 누워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어느 순간에 구름은 멈춰 있고 나뭇가지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경험들은 우리의 감각에 아주..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03: 시간

3. 시간 우리가 시간의 문제를 공간에 문제와 비교해보면, 우리는 시간이 인간 존재와 밀접하게 닿아 있다는 점을 금세 알게 된다. 시간은 공간에 비해 인간의 내적 정신과 더 긴밀하게 얽혀 있다. 비록 우리가 인간을 시간과 공간 속의 존재라고 부른다고 하더라도, 시공간적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우리의 몸일 뿐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 정신의 흐름은 공간적인 연장 속에 포함되지 않은 채 시간적 질서에 따라서만 흘러간다. 따라서 우리의 내적 삶 전체를 통틀어 우리는 시간의 흐름 한 가운데 서 있다. 시간의 흐름은 우리를 관통해서 흘러가는 듯 보이며, 우리는 “~이전에”, “~이후에”, “지금”, “~형성되다”와 같은 시간적인 기초 요소들을 직접적으로 느낀다. 이렇듯 우리는 시간을 직접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우리 ..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02: 공간

2. 공간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우리가 갖고 있는 거시 세계에 대한 개념을 확장시킨 것을 소개하면서 우리의 논의를 시작해보자.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에 따르면, 공간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루어진 발전은 오직 거시 세계에서만 지각 가능한 변화를 일으킨다. 따라서 천문학의 문제들 속에서 공간의 새로운 이론이 경험적 성취를 얻을 수 있었다. 분명 이러한 발전의 개념적 기초는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이러한 사고의 발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상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기원전 3세기에 활동한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 이래로 공간의 과학인 기하학은 고전적인 형태를 띠게 되었으며, 이는 공간 문제에 대해 이후 이루어진 모든 탐구의 시발점이 되었다. 유클리드는 기하학에 공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