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5: 원자의 내부 구조

강형구 2016. 6. 4. 06:43

 

15. 원자의 내부 구조

 

   원자가 물질의 궁극적인 단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전체적인 일련의 실험들을 통해서 확실하게 밝혀졌다. 이에 관한 첫 번째 성공은 원자들로부터 전자들을 분리해낸 것에 있었다. 용액 속의 이온화된 원자들, 즉 전자를 잃거나 얻은 원자들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어쨌든 전자들은 원자들 안에 존재해야 했고, 이는 두 번째 실험적 사실 역시도 보여준 것이었다. 두 번째 실험적 사실이란 원자들이 빛을 방출하는 현상을 관측한 것이다. 빛은 단지 전기적 파동에 지나지 않으므로, 전기적인 과정들이 원자들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원자 구조를 정량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지지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개념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가서 더 충분하게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지금은 단지 이를 언급만 해 두기로 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사능은 원자들의 분해를 보여주었는데 이 역시도 원자의 내부 구조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러한 구조가 어떤 형태를 갖고 있는지는 일련의 심오한 탐구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는데, 학자들은 이를 통해 원자 모형을 구성하고자 했다. , 원자의 내적 구조에 대한 공간적 상을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방향에서의 첫 번째 결정적인 발걸음을 뗀 사람은 영국의 물리학자 러더퍼드(Rutherford)였다. 그의 충돌 실험을 통해 그는 원자가 밀집된 질량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원자 내부의 많은 부분이 비어있을 수밖에 없음을 확신했다. 그래서 그는 원자들의 각 부분들이 서로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을 완전히 포기했고, 원자를 공간에서 서로 분리되어 있는 입자들의 체계로 생각했다. 이때 입자들은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서 서로를 붙잡고 있었으며, 회전 운동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그와 같은 관점은 곧 원자에 대한 소규모 행성 체계의 상으로 제시되었다. 커다란 행성 체계 역시 그와 같은 안정된 체계로, 중심에 있는 질량(태양)의 끌어당기는 힘이 주변을 회전하는 행성들의 원심력과 정확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행성들은 태양을 향해 떨어지지도 않고 우주로 날아가 버리지 않는다. 천문학적 조건과 러더퍼드의 행성 모형 사이의 유일한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러더퍼드 모형에서의 끌어당기는 힘은 질량을 끌어당기는 뉴턴의 힘이 아닌 전기적인 본성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러더퍼드 모형에서 전자들은 전기적으로 대전된 행성이며, 이 행성이 중심 주변을 회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들이 음으로 대전되어 있기 때문에, 중심에 있는 이 끌어당기는 힘을 유발하려면 이는 분명 양으로 대전되어 있어야 했다. 지금 문제가 되는 미시적 차원에서는 전기적인 힘이 질량 사이에 작용하는 뉴턴적인 힘에 비해서 매우 크기 때문에, 계산을 할 때 뉴턴 힘은 무시해도 될 정도이다.

  

   외부인의 시각에서 볼 때 러더퍼드의 행성 모형을 정당화하는 위와 같은 방법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분명 물리학이 이보다는 훨씬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나아간다고 상상하며, 넓은 함축을 갖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전에 훨씬 더 안전한 경험적 재료들을 조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에 대한 이와 같은 생각은 몇몇 학교 선생님들에 의해 제시된 특정한 이상적 상을 근거로 물리학자들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생님들은 자연과학에 엄격한 연역 과학의 지위를 부여하고자 하지만, 자연과학은 그러한 연역 과학이 아니다. 오늘날의 물리학자는 과감하게 추측하는 사람이다. 물리학자는 비록 그가 실제로 확실한 근거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새로운 가설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물리학이 사변적인 과학이 될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물리학자의 가설들이 수용될 것인지의 여부는 훨씬 이후에나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설들은 입증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에 따라 그 수용가능성이 판단된다. 물리학자들은 추측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운 좋은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의 가설들이, 가설들로부터 도출되는 모든 귀결들과 관련하여 입증되는지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를 사후적으로 경험에 물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물리학에는 대상들에 대한 실험뿐만 아니라 이론들에 대한 실험이 있다. 이는 물리학적 사고의 기민함(agility) 및 복잡한 상황들에서도 효과적으로 적용되는 물리학적 사고 능력의 토대가 된다. 따라서 물리학자의 작업 방식과 물리학자의 방법론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물리학자는 공상에 가득 찬 상태에서 올바른 관계들에 대한 본능적인 예감(premonition)을 갖고 직관적으로 작업하지만, 물리학적 방법은 엄격하게 비판적이며,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 정밀성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물리학자는 공상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성공적인 물리학자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때의 공상은 올바른 방향 감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이해력은 새로운 사실들 앞에서 고개를 숙일 준비가 되어야 있어야 하며, 자연으로부터 비롯되는 가설의 옳다 혹은 그르다는 판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 장과 다음 장의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위와 같은 논의를 먼저 제시하는 것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볼 때는 물리학자들의 직관적인 작업 방식을 정당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원자 구조에 대한 이론에 이르는 길은 결코 분리되지 않은 직선적인 경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주 이상하고 삐뚤삐뚤한 경로를 거쳐서 원자 구조에 대한 지식이 얻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심오한 통찰들뿐만 아니라 실수들도 다수 등장했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 과정이 일어난 사후에, 이 과정이 체계적인 계획에 의해서 일어난 것으로 보려고 하지는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러더퍼드의 모형에 대해 갖고 있는 믿음에 관련하여, 우리는 러더퍼드 본인이 갖고 있던 것과 아주 다르며 훨씬 더 좋은 근거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러더퍼드 당시에는 원자 모형에 관한 분명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고, 이는 당시 다른 학자들 역시 다양한 종류의 모형들을 제시했으며 이 모형들이 탐구 과정에서 폐기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만약 이후의 경험에 의해서 다른 결정이 이루어졌다면, 오늘날의 우리는 아주 다른 모형-아마도 전기적 소용돌이와 고리가 등장하는 모형-이 당시의 지식에 의해서 지지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러한 정당화를 포기하기보다는, 오늘날의 우리가 많은 부분 옳다고 생각하는 러더퍼드 모형에 대한 개요를 그려보도록 하자.

  

   러더포드에 따르면 원자는 행성 체계와 비교될 수 있다. 중심에는 양의 전기 전하를 가진 고정된 핵이 있고, 핵 주변을 음의 전기를 갖고 있는 전자들이 회전하고 있다. 여기서 특별히 중요한 것은 전자들의 숫자다. 양의 전기를 띤 핵은 특정한 수의 양 전하를 갖고 있다. 핵은 전하가 서로 균형을 이루게 될 때까지 동일한 수의 음 전하 단위를 묶어둘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전자들의 수는 핵의 양 전하 단위와 동일한 수만큼 커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핵의 양 전하가 각각의 원소를 특징짓는 수라는 사실이다. 원자핵이 무거워질수록 더 많은 음의 전하 단위를 포함하게 된다(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가장 가벼운 원자인 수소는 자신의 핵에 오직 하나의 양 전하만을 갖고 있어서 하나의 전자만을 가질 수 있다. 수소 핵 주위에는 하나의 전자가 돌고 있으며 이는 달이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수소보다 더 단순한 원자는 상상할 수 없다. 다음으로 무거운 원소는 헬륨이다. 헬륨의 핵은 두 개의 양 전하 단위를 갖고 있어 이에 따라 두 개의 전자를 갖고 있다. 다음으로 무거운 원소는 리튬인데, 리튬 핵은 3개의 양 전하 단위를 갖고 있어서 세 개의 전자를 갖는다. 이와 같은 동일한 방식으로 원소들이 분류되고 주기율 체계에서는 각각의 원소들이 전하의 단위 수와 대응되어, 원소들의 거대한 체계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납의 경우 핵에 82 단위의 양 전하를 갖고 있어서 이 복잡한 행성 체계에서는 82개의 전자들이 핵 주변을 회전한다. 가장 무거운 원소는 우라늄이다. 우라늄 핵 주변에서는 92개의 전자들이 회전하고 있다. 우리는 그보다 더 무거운 원자를 알지 못하고 있다. 원자가 더 무거운 핵을 가지게 되면 원자의 안정성이 상실되는 것처럼 보인. 이상이 화학적 원소들의 주기율 체계가 갖는 특정한 질서에 대한 설명이었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단순하고 분명하다. 그러나 대체 원자핵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이 곧바로 따라 나온다. 이 이론에서 원소와 원소 사이의 차이를 전자 궤도의 차이로 설명한다고 해도 이는 오직 부분적인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더 어려운 문제는 원자핵과 관련된다. 왜냐하면 서로 구분되는 원자핵은 질적으로 서로 다른 것으로 가정되기 때문이다. 방사성 계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물질의 분해는 원자핵 역시 기본 단위가 아니며 원자핵도 더 근본적인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이와 관련해 프라우트(Prout)의 가설, 즉 수소 원자가 모든 원자핵의 기본적인 성분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가설이 제안되었다. 가장 가벼운 원자핵은 수소의 원자핵이며, 따라서 수소의 원자핵만이 그와 같은 기본적인 성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프라우트가 지적했던 것처럼, 수소가 실제로 이와 같은 궁극적인 단위라는 것은 모든 원자 무게를 수소의 무게를 사용해서 표현했을 때 대략적으로 정수배로 나타난다는 사실에서 이미 드러나 있었다. 냐하면 이는 원자가 복수의 수소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수소를 통해서 무거운 원자핵이 구성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주기율 체계에서 수소 다음으로 오는 원소는 헬륨이다. 헬륨은 원자 무게 4를 갖고 있기에, 이는 분명 4개의 수소 원자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핼륨은 4개의 양전하 단위를 갖고 있을 것이지만 이는 관측 결과에 상반되는 것으로, 관측에 따르면 헬륨은 오직 2개의 양전하 단위만을 갖는다. 이러한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 헬륨의 원자핵은 두 개의 전자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렇게 되면 원자핵 내의 두 개의 전자가 양의 전하를 상쇄하여 결과적으로 원자핵의 전하는 2개의 양전하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두 종류의 전가 결합을 구분해야만 한다. 어떤 전자들은 원자핵에 속하며, 어떤 전자들은 원자의 겉껍질에 속한다. 화학적 변환에서 역할을 하는 것은 오직 겉껍질에 속한 전자들뿐이며, 원자핵 속에 있는 전자들은 방사성 변화 이외의 경우에는 원자핵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양으로 대전된 수소의 원자핵 4개가 서로를 밀어낼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원자핵 내의 전자들은 필요했다. 이 음전하를 가진 전자들이 수소 원자핵들 근처를 돌면서 평형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은 아주 작은 공간만을 차지할 뿐이며, 이러한 전체 체계는 원자를 나타내는 행성 체계의 핵심을 형성한다.

  

   더 무거운 원자핵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구성된다. 헬륨의 원자핵 그 자체가 더 무거운 원자핵을 구성하는 성분으로서 다시 등장한다는 것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이는 방사성 변환에서 헬륨이 발생하는 것으로부터 추론되었는데, 방사성 물질에서 방출되는 알파선은 다름 아닌 헬륨 원자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헬륨 원자핵은 수소 원자핵으로 이루어진 상대적으로 견고한 결합체임이 분명하며, 그렇기에 원자들이 폭발하는 와중에서도 그것의 통일성을 유지한다. 헬륨 원자핵은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 헬륨 원자핵을 분해하여 수소 원자핵을 생성해내기 위해서는 매우 양호한 충돌 조건이 필요하다. 러더퍼드는 그러한 조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질소 원자들에 알파선인 헬륨 원자핵을 쏘았다. 그랬더니 2차 알파선들이 생성되었는데, 이 선들은 원래의 1차 알파선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를 갖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따라서 러더퍼드는 이러한 2차 알파선들을 수소 원자핵들의 광선이라고 해석했다. 가벼운 수소 원자핵이 무거운 헬륨 원자핵과 부딪쳤을 때, 수소 원자핵은 헬륨 원자핵의 에너지를 받아서 훨씬 더 빠른 속도를 얻게 된다. 이를 통해 수소 광선의 빠른 속도를 설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주 특별한 구성을 가진 원자핵이 발견되었는데, 이 핵에서는 하나의 수소 원자핵과 하나의 전자가 아주 가깝게 결합되어 있다. 이 경우 수소 원자에서처럼 전자가 원자핵으로부터 표준적인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원자핵에 너무 가까이 결합되어 있어서 전체적인 형태의 크기는 하나의 원자핵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은 중성적인 핵으로 새로운 화학적 원소다. 이 핵에서는 양전하와 음전하가 서로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외부 세계에 대해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그러한 이유로 중성자라는 이름을 얻었다(J. 채드윅에 의해서). 주기율 체계에서 중성자는 수소보다 더 이전에 위치한다. 왜냐하면 중성자의 핵전하가 0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원소는 원자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전기적으로 중성이 되면 어떤 전자도 붙잡아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중성자의 발견은 국제적인 협력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예이다. 독일 물리학자인 보테(Bothe)와 베커(Becker)는 몇몇 가벼운 원자들, 예를 들어 베릴륨같은 원자들이 알파선에 의해 부딪쳤을 때 매우 투과성이 강한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랑스 물리학자인 이렌느 퀴리(Irene Curie)는 라듐을 발견한 퀴리 부부의 딸로, 그녀의 남편인 졸리오(F. Joliot)와 함께 이러한 새로운 방사선의 속성들을 탐구했다. 그리고 영국의 물리학자인 채드윅(J. Chadwick)은 이들의 실험 결과들을 바탕으로, 보테-베커의 방사가 중성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 가설에 완벽한 확실성이 부여되지는 않았음을 덧붙여야겠다.

  

   원자의 행성 체계가 갖는 차원에 대해서 좀 더 부연설명을 해보자. 이 체계의 정확한 크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체계의 지름은 비교적 잘 추정되어 있다. 수소 원자핵의 지름은 대략 1조분의 1밀리미터인 것이 확인되었다. 다른 한편, 전자의 지름은 대략 30억분의 1밀리미터이다. 이러한 지름들을 원자의 가장 안쪽에 있는 행성 궤도와 비교해보자. 이 궤도의 지름이 대략 천만분의 1밀리미터이므로, 우리는 원자 내부에서조차도 물질에 의해 차 있는 공간이 물질 사이에 있는 빈 공간에 비해 훨씬 더 작다는 사실에 직면한다. 우리가 이미 앞서 살펴본 것처럼, 무거운 원소들의 경우에는 원자들 자신의 배열 사이에 있는 빈 공간이 물질을 차지하고 있는 공간에 비해 훨씬 더 크다. 만약 우리가 한 고체 물체의 테두리 안에서 실제로 단단한 물질이 어느 정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즉 수소 원자핵과 전자들이 얼마만큼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계산해보면, 우리는 중간에 013개 나오고 그 다음의 자릿수가 5가 나오는 숫자(0.000...0005..)를 얻게 된다. 이렇듯 극도로 가늘게 흩뿌려진 고체 입자들로 구성된 성긴 물질이 겉으로는 꽉 차 보이는 것은, 입자들을 한데 모아주고 있는 강력한 끌어당김 힘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러더퍼드의 실험은 연금술의 오랜 꿈인 기본 물질의 변환이 결국에는 실현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사실상 이 실험들은 원소들을 의도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전 세기의 탐구자들은 대부분 금의 생산이라는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자신들의 실험을 수행했지만, 만약 실제로 금이 생산되었다면 이는 경제적으로 해로웠을 것이다. 새롭게 실행된 실험들은 모든 기술적인 목적을 제쳐둔 채 자연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즉 물질의 내적 구조에 관련된 비밀들을 밝혀내기 위해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오래된 꿈은 실현되었다. 철학이 최초로 시작되던 시기에, 세계에는 하나의 보편적인 기본 물질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등장했다. 이는 밀레투스(Miletus)의 탈레스(Thales)가 제시한 개념으로, 그는 이러한 기본 물질이 물이라고 생각했다. 방사성 현상에 대한 현대 물리학은 이러한 개념을 입증했다. 세계에는 보편적인 기본 물질이 존재하며, 물이 아닌 이 물질의 주요 성분은 수소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원자핵과 그것의 전하가 분리되는 개념인 것처럼 설명했고, 이에 따라서 수소의 원자핵에 양의 전하가 부여된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전에 우리는 양의 전기 원자가 물질적인 원자와 분리될 수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다른 한편, 지금껏 우리는 근본적으로 하나의 물질 원자가 존재함을 살펴보았고, 만약 우리가 수소 원자핵과 핵의 양전하 사이의 모든 구분을 없애버린다고 해도 이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 아니다. 수소 원자핵은 동시에 양의 전기 원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원자핵을 위한 이름인 양전자가 도입되었고, 이 이름은 전자라는 이름과의 유비를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모든 물질이 양전자와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즉 양의 전기와 음의 전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전기는 물질의 진정한 근본 물질로서의 본성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심오한 발견은 역사적 발전 경로의 최종적인 성과이다. 이전의 학자들은 전기적 현상들을 에테르 원자들의 역학으로 환원시키고자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역학의 구성 물질인 질량 그 자체가 전기적 본성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