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123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9: 상과 실재

19. 상과 실재 지금까지 우리가 현대 물리학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는 일을 했다면, 이제 우리는 물리적 사고의 일반적인 경향들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현대 물리학에서 우리는 두 개의 본질적인 경향성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 두 경향성은 그 방향은 다르지만 둘 사이는 밀접하게 얽혀 있다. 둘 중 하나는 자연과학이 경험의 세계와 밀접하게 접촉해 있다는 것이다. 현대 물리학의 작업에서 관측과 실험이 결정적인 부분을 이루고 있음은 우리가 살펴본 모든 내용들에서 명백했다. 마이컬슨의 실험,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에 대한 천문학적 시험, 방사 공식으로부터의 양자 개념 도출, 컴프턴 효과의 결과로 빛 양자 가설이 겪은 결정적인 변화, 보어 모형에 대한 증거로 주어진 스펙트럼선의 규칙성 등이 이를 보여주는 몇 가지..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8: 인과성과 확률

Ⅳ. 철학적 귀결 18. 인과성과 확률 우리가 살펴보았던 것처럼 양자역학의 해석은 이전까지 모든 물리학 이론에서 작동해왔던 엄격한 법칙 개념을 포기하는 데에 이르렀다. 법칙이 보편적으로 통제한다는 근본 원리는 인과성의 원리로도 불린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인과성 원리 대신, 사건들 사이에는 단순히 확률에 의해서 통제되는 관계가 있다는 개념을 사용한다. 인과성과 확률의 문제는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주제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근본적인 중요성을 갖는 문제이므로, 우리는 이에 대한 물음들을 조심스럽게 탐구할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이러한 탐구와 함께 시작할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는 현대 물리학의 귀결들에 대해서 다룰 것이며, 이는 자연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것들..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7: 물질의 파동적 특성

17. 물질의 파동적 특성 보어의 이론은 물리학에 마치 개선 행렬(triumphal procession)과 같이 등장했다. 이 이론은 10년 이상 물리학자들을 연구하도록 이끌었고, 그 결과 물질의 내부 구조와 관련된 새롭고 가치 있는 발견들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이론은 태생적으로 이론 실패의 원인이 되는 씨앗을 갖고 있었다. 왜냐하면 보어는 이론을 처음 작업할 때부터 자신의 가정이 고전적인 전기동역학과 상충된다는 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이론이 문제가 되는 상황들을 좀 더 철저하게 파악해야 하는 상황에 당면한다면, 이와 같은 내재적인 상충은 이 이론을 실패로 이끌 것이었다. 실제로 보어 이론의 정확성이 떨어지면서 이 이론의 불충분함은 점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스펙트럼선의 ..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6: 원자 기제의 법칙

16. 원자 기제의 법칙 지금까지의 일련의 고찰을 통해 우리는 물질의 원자 이론이 기초하고 있는 사실들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는 이러한 사실들로부터 귀결되는 원자 구조에 대한 개념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원자 구조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이론적 논의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는 우리에게 원자 구조가 갖는 독특한 유형의 법칙들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우리가 여기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원자에 대한 양자 이론과 보어의 원자 모형이다. 앞선 논의에서 우리는 이미, 원자로부터 방출된 빛이 원자들의 내부를 드러내어 주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 빛이 원자들 내부에서의 과정에 의해서 생성되므로, 빛은 원자의 구조에 대..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5: 원자의 내부 구조

15. 원자의 내부 구조 원자가 물질의 궁극적인 단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전체적인 일련의 실험들을 통해서 확실하게 밝혀졌다. 이에 관한 첫 번째 성공은 원자들로부터 전자들을 분리해낸 것에 있었다. 용액 속의 이온화된 원자들, 즉 전자를 잃거나 얻은 원자들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어쨌든 전자들은 원자들 안에 존재해야 했고, 이는 두 번째 실험적 사실 역시도 보여준 것이었다. 두 번째 실험적 사실이란 원자들이 빛을 방출하는 현상을 관측한 것이다. 빛은 단지 전기적 파동에 지나지 않으므로, 전기적인 과정들이 원자들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원자 구조를 정량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지지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개념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가서 더 충분하게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지금은..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4: 물질의 분해, 방사능

14. 물질의 분해: 방사능 1898년에 마리 퀴리 부인이 라듐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세계로 퍼져나갔고, 미래의 예언자들은 기술적 진보에 대한 아주 대담한 꿈들에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단지 상상되기만 했던 이 꿈들이 현실화되기를 바랐다. 사람들은 미래의 세대에서는 적은 라듐 결정이 등불을 대체해서 라듐 광선들이 모든 비밀스런 장소들을 다 비추고, 작은 라듐 금속이 모든 기계들과 발전소에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공급하리라 상상했다. 라듐이라는 이름 그 자체가 일종의 마법과 같이 들렸고, 많은 대중들에게 라듐은 중세 시대 사람들이 찾던 철학자의 돌과 같은 무엇인가를 의미했다. 특정한 의학적 치료 속성들은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모든 기술적인 희망들 중에 지금까지 현실화 된 것은 거의 없다. 시계의 시침과 분..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3: 원자의 존재

13. 원자의 존재 우리가 살펴보았던 원자 이론이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이론은 사람들로부터 잘 이해되지 못했고 모든 사람을 납득시킬 수가 없었다. 원자 이론이 연구자들 상당수로부터 지지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자 이론의 적대자들은 늘 있어왔으며, 오늘날에도 원리상 원자론적 개념에 반대하고 여전히 원자 이론에 대해서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 이런 사람들 중 상당수가 환상적으로 사변적인 경향을 가진 철학자들이며, 이들은 자연과학의 추론 방식에 의해 얻은 결과들을 근본적인 불신을 가지고 바라본다. 이들은 우리가 거시적인 차원에서 감각을 통해 관측된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시적인 차원의 것으로부터 물질이 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원자 이론에 대한 ..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2: 전기의 기본 입자, 전자

12. 전기의 기본 입자: 전자 우리로 하여금 원자 구조의 이론으로 이끈 것은 모든 물질의 속성들에 대한 좀 더 조심스러운 탐구였다. 우리가 원자의 개념을 추가했을 때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현상들은 명료하게 이해되었고, 물질이 보여주는 다양한 화학적 물리적인 속성들을 생성해내는 특성들 역시도 원자의 운동성과 배열을 통해 인지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껏 정당화한 것은 물질의 역학적 이론이었다. 이 이론에서는 역학적 법칙들에 따르는 원자들의 운동이 역학적 힘들에 의해 결합되어 모든 물리 법칙의 근본적인 유형을 나타내었고, 역학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설명하는 궁극적인 원리가 되었다. 한동안 이 이론은 자연을 설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차지했지만, 점차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다. 역학적 이론을 지배적..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1: 화학적 변화의 기본 입자, 원자

11. 화학적 변화의 기본 입자: 원자 이전 장에서 우리는 가장 작은 물질 입자들의 존재, 물질의 원자론적 구조가 직접적인 관측으로부터 연역될 수 없으며 추론되어야 함을 보았다. 우리가 관측하는 거시 규모의 연속적인 현상은, 오직 우리가 미시 규모에서 자연이 불연속적인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 현상이 서로 분리되는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지금껏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추론을 물리학에서 사용하여 열적 과정을 조심스럽게 검토해보았으며, 이제 화학으로 논의를 돌려 화학에서도 동일한 개념을 찾을 수 있음을 살펴보겠다. 화학에서 원자 이론의 연원이 되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이는 무게의 고정 및 정수 비율의 법칙이며, 이는 돌턴의 시대 이후 원자 이론의 기초를 형성했다. 우선..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0: 열적 과정의 기본 입자, 분자

Ⅲ. 물질 10. 열적 과정의 기본 입자: 분자 우리 눈에 매끄럽고 단단하게 비친다고 하더라도 모든 물체는 내부적으로 무수히 많은 작은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 즉 물체는 알갱이들로 구성되고 알갱이들 사이에는 틈이 있다는 생각의 기원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생각이 그리스 철학자들에 의해서 충분히 발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생각은 그 이후의 과학 발전 과정에서도 살아남아, 19세기 초에 이르면 이 생각은 완전히 새롭고 더 심오한 방식으로 정당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믿음은 분명 뿌리 깊고 강한 근원을 가질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사실 물질의 원자 이론으로 이끄는 개념들은 가장 기본적인 현상들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