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과학철학에의 헌신을 다짐하며

강형구 2021. 11. 19. 22:54

   나는 2012년 1월 중순부터 직장에서 일을 했다. 내년인 2022년 1월 중순이 되면 정확히 직장 생활을 한 지 10년이 된다. 나는 직장 생활 만 10년이 되는 내년 1월 중순부터 1년 간의 육아휴직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육아휴직 동안에는 아이들을 돌보며 틈틈이 학위논문을 써서 마무리하려 한다. 물론 이때의 마무리라는 것은 학위논문 초고 집필을 이야기할 뿐이다. 초고를 제출한 후 얼마나 더 수정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초고 집필을 끝내면 그 이후에는 계속 수정 작업을 하면서 학위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일하면서 나름 내 전공을 살려서 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관은 대학과는 다르다. 대학에서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할 수 있으나 과학관에서는 그렇지 않다. 과학관 업무 중 행정 업무가 상당하며, 전시나 행사를 준비하는 것은 과학철학 연구와는 성격이 사뭇 다른 활동이다. 나는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으나 과학철학 연구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다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아쉬움은 여가 시간의 과학철학 연구를 통해 채워나가고 있다. 아마도 나와 같은 재야 과학철학자는 그런 방식으로 과학철학을 연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일한 지도 4년이 넘었다. 대구에서 산 지는 6년 정도 되어가는 것 같다. 아이가 셋이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적응이 되었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했으며 다시 서울에서 취직해서 직장을 따라 대구로 내려온 후 한 번의 이직을 거치며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정착을 했다. 나의 아버지는 경상북도에서 태어나 직장을 따라 부산으로 내려오셨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태어나서 자란 부산의 동네에 애착을 느끼지만, 나의 아버지가 경상북도 성주를 떠나 부산에 정착했듯 나 역시 이제는 대구에 정착을 해야 하리라. 나의 아이들은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향후 어느 지역으로 갈지 알 수 없다.

 

   이제 나는 학위를 받은 후 계속 논문을 쓰고 책 번역을 하며 혹시 기회가 된다면 가끔 대학에 나가 강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과학철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던 순간부터 내가 교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그저 재미 있고 좋아서 과학철학을 공부한 것이지 뭔가 대단한 학문적 성취를 얻거나 교수 또는 학자로서 성공하고 싶지는 않았고, 내가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별로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심적인 나약함이 나의 약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그냥 나라는 사람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 스타일의 삶에는 장점과 단점 모두 있겠지만, 옳다 그르다라는 판단보다는 그냥 그러한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나는 아마추어 과학철학 연구자, 재야 과학철학자로서 나의 삶을 과학철학을 위해 헌신하고자 한다. 이때의 헌신이란 다음을 의미한다. 내가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해야 하는 일들, 내가 직장의 일원으로서 해야 하는 일들을 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나의 여유 시간을 과학철학 연구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책을 읽어도 과학철학 책만 읽고, 글을 써도 과학철학에 관한 글만 쓰고, 다른 취미 생활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다. 휴가 때도 책을 읽고 논문을 읽으며 논문을 쓰거나 번역을 한다. 아마도 이런 삶을 사는 나를 나의 아내나 나의 아이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나의 삶은 나의 것이므로, 나는 그냥 그런 방식으로 나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으리라.

 

   이런 글을 쓸 시간에 과학철학 연구를 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말이 맞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쓰면서 위로와 힘을 얻으므로, 이 정도의 일탈은 스스로 좀 봐주려고 한다. 이 글을 쓴 다음에는 또다시 내가 번역한 [상대성 이론의 공리화] 읽기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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