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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애호가

한때 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수학과나 물리학과에 진학해서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되거나, 수학교육과나 물리교육과에 진학해서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철학에 대한 열정이 열병처럼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그 열정을 따라 철학과로 진학했다. 지금도 가끔씩 나는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철학을 전공해서 과학의 의미를 연구하면서 이 땅에서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나의 역량이 부족함을 느꼈고, 결국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는 직장을 찾았다. 직장인인 나는 주중에 하루 8시간을 행정업무를 처리하는데 사용한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행정업무..

일상 이야기 2015.11.29

푸앵카레 규약주의의 논리적, 심리적, 경험적 성격

유명한 과학자, 특히 수학자는 그가 하는 일에서 예술가와 같은 경험을 한다. 그의 기쁨은 그만큼 크고 본질적으로 그와 같은 것이다. -앙리 푸앵카레- 1. 여는 말 : 19세기 말 자연과학의 풍경 19세기가 끝나갈 무렵의 자연과학의 상황은 매우 다채롭고 역동적이었다. 아이작 뉴턴(Issac Newton)이 그의 저작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를 1687년에 발표한 이후, 역학과 해석학은 서로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한다. 수학과 물리학 사이의 상호작용은 복잡하면서도 필수적이다. 물리학적 직관이 수학의 개념들을 창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물리학적 직관 또한 수학적 개념들로 투영되었을 경..

수피, [핸슨의 귀추적 방법] 요약 정리

핸슨(N. R. Hanson)에 의하면 이제까지의 과학철학자들은 법칙, 가설, 이론들이 초기에 시험적으로 제시될 때의 추론 과정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새로운 자료를 발견한 경우 과학자들은 그에 관련한 개념적 유형(conceptual pattern)에 잘 들어맞는 설명(explanation)을 찾으려 한다.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자료들을 개념적으로 조직화한 후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그럴싸한 가설들을 귀추적으로(retroductively) 추론하는 과정을 통해서 발견된다. 요한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와 티코 브라헤(Tycho Brahe)가 함께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그 순간 케플러는 태양이 고정되어 있고 지구가 그 주위를 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브라헤는 지구..

글리모어, [연역적 방법] 요약 정리

카르납(Carnap)은 가설들이 입증되었는지(confirmed)의 여부 혹은 가설들이 충분히 의미 있는지의 여부를, 가설들로부터 관찰 가능한 주장을 이끌어내는 것을 통해 판가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에 따라 등장한 문제는, 부분적인 증거가 이론 전체의 일부분과 어떤 유관한 관계를 맺는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헴펠(Hempel)이 제시한 역 귀결조건(converse consequence condition)을 생각해보자. 이 조건에 따르면, 증거 e가 가설 g를 입증하고 가설 h가 논리적으로 g를 도출할 수 있는 경우, 증거 e는 가설 h 또한 입증한다. 입증과 관련된 헴펠의 또 다른 원리에 따르면, 만약 e가 h를 입증하면 e는 h의 모든 귀결을 입증한다. 이 둘을 엮어보면, 특정한 진..

카르납, [부분적으로 해석된 형식체계] 요약 정리

23. 물리적 연산규칙(calculi)과 그 해석 우리는 먼저 연산규칙을 구성하고, 해당하는 물리 이론이 실질적 내용(factual content)을 갖는 해석된 체계가 될 수 있도록 의미론적 규칙의 형식을 띤 해석을 부여한다. 이론물리학에서는 주로 연산규칙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연역해내는 작업을 한다. 실험물리학에서는 이 연역 결과를 해석하고 실험을 통해 해당 이론을 시험한다. 대표적인 예로 열팽창 이론을 살펴보자. (의미론적 규칙) 는 시각 에 센티미터 단위로 나타낸 물체 의 길이이다. 는 시각 에 섭씨 단위로 나타낸 물체 의 절대 온도이다. 는 물체 의 열팽창 계수를 나타낸다. 은 고체 물체의 집합을 나타낸다. 은 철 물체의 집합을 나타낸다. (공리, 혹은 의미론적 규칙에 의한 물리 법칙) 모든 에..

황소걸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는지와 독립적으로 지금껏 나는 나의 길을 걸어왔다. 내가 생각할 때 나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격려를 받으면서 승리의 길을 걸어왔다기보다는, 나는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관심이 없거나 별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길을 묵묵하고 뚝심 있게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유태인의 삶, 19세기 노동자의 삶, 방랑자의 삶을 떠올린다. 나라를 잃고 종교적으로도 박해 받던 유태인들은 힘든 일상 속에서도 자신들 고유의 신앙과 지혜의 전통을 지켜나갔다. 나에게 철학을 계속 공부하는 것은 유태인들이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신앙과 지혜를 지켜나갔던 것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 또 다른 비유는 19세기 노동자의 삶과 관련된다. 19세기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고..

일상 이야기 2015.11.21

반 프라센, [설명의 화용론] 요약 정리

반 프라센, 「설명의 화용론」 4.2. 물음(Questions) 우리는 화용론적 측면에서 설명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이제 화용론적 설명 모형에서 중요한 요소인 ‘물음’을 서술하는 일반적인 논리를 세워보자. 물음이란 추상화된 존재자(entity)로서 의문형(interrogative)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물음에 대한 답변에는 여러 유형(typology)이 있다. (1) 하나의 물음에 대한 직접적 답변(direct answer)이 있다. (2) 그 직접적 답변의 핵심(core)이 있다. (3) 직접적 답변으로부터 함축되는 문장을 부분적 답변(partial answer)이라 한다. (4) 직접적 답변을 함축하는 문장을 완전한 답변(complete answer)이라 한다. 직접적 대답을 통해 물음을 특징지을 ..

대구 생활에 적응하며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아내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밥을 먹을 때도 있고, 토스트를 먹을 때도 있다. 7시 30분쯤 집을 나서 차를 몰고 대구1호선 진천역 공영주차장까지 간다. 운전시간은 25분쯤 걸린다. 지하철을 타고 칠성시장역까지 가는데 약 25분쯤 걸리는데, 그동안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한다. 역에서 내려 회사까지는 걸어서 15분, 사무실에 있는 내 자리에 앉으면 8시 40분쯤 된다. 컴퓨터를 켜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다시 직장에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9시 전까지 회사 수첩에 오늘 할 일들을 적는다. 일들을 하나씩 하다 보면 오전이 가고 오후가 간다. 대구로 이전한 이후 대다수의 직원들은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가 아니면 불필요한 야근을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더 이상 ..

일상 이야기 2015.11.14

30년 중의 4년

나는 31살이 되던 2012년 1월에 직장에 취직했다. 지금이 2015년 11월이니, 취직 이후 3년 10개월 정도 시간이 지났다. 나는 2005년 7월부터 2008년 10월 말까지 군복무를 했는데, 군복무를 시작할 때 나는 내가 40개월이라는 복무기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결국에는 40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군복무가 40개월이었다면 직장생활은 30년 정도 해야 하니 360개월 정도 된다. 군복무 기간이었던 40개월보다 9배 정도 많은 셈이다. 나는 군복무를 착실하게 했다고 자부하지만, 나의 복무로 인해서 대한민국 육군이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미 존재하고 있던, 특정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던 조직의 일원으로..

과학관 이야기 2015.11.09

할 수 있는 만큼만

요 며칠 동안은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씻고 출근 준비를 한다.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에서 글을 읽는 시간도 30분 남짓,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에 도착하면 다시 직장인의 일상이 시작된다. 하루 내내 그날 처리해야 하는 일들에 시달리며 오전이 지나고 오후가 지난다. 퇴근시간 즈음이면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피곤해서 글을 읽을 마음도 잘 나지 않는다. 집에 오면 잠시 기분이 좋아지지만, 수업을 준비해야 하고 번역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갑갑하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며 밤이 지나가면 다음날 아침 또다시 같은 생활이 반복된다. 그렇게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굳이 왜 나는 나 자신에게 이런저런 많은 의무들을 부여하고 ..

일상 이야기 201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