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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3: 원자의 존재

13. 원자의 존재 우리가 살펴보았던 원자 이론이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이론은 사람들로부터 잘 이해되지 못했고 모든 사람을 납득시킬 수가 없었다. 원자 이론이 연구자들 상당수로부터 지지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자 이론의 적대자들은 늘 있어왔으며, 오늘날에도 원리상 원자론적 개념에 반대하고 여전히 원자 이론에 대해서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 이런 사람들 중 상당수가 환상적으로 사변적인 경향을 가진 철학자들이며, 이들은 자연과학의 추론 방식에 의해 얻은 결과들을 근본적인 불신을 가지고 바라본다. 이들은 우리가 거시적인 차원에서 감각을 통해 관측된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시적인 차원의 것으로부터 물질이 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원자 이론에 대한 ..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2: 전기의 기본 입자, 전자

12. 전기의 기본 입자: 전자 우리로 하여금 원자 구조의 이론으로 이끈 것은 모든 물질의 속성들에 대한 좀 더 조심스러운 탐구였다. 우리가 원자의 개념을 추가했을 때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현상들은 명료하게 이해되었고, 물질이 보여주는 다양한 화학적 물리적인 속성들을 생성해내는 특성들 역시도 원자의 운동성과 배열을 통해 인지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껏 정당화한 것은 물질의 역학적 이론이었다. 이 이론에서는 역학적 법칙들에 따르는 원자들의 운동이 역학적 힘들에 의해 결합되어 모든 물리 법칙의 근본적인 유형을 나타내었고, 역학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설명하는 궁극적인 원리가 되었다. 한동안 이 이론은 자연을 설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차지했지만, 점차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다. 역학적 이론을 지배적..

도서관에 익숙한 삶

중학교 시절까지 나는 도서관보다는 서점과 친했다. 부산시 동래구청 앞에 있던 동광서적은 우리 동네에 있던 서점이었고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책을 좋아했던 나는 심심할 때마다 서점에 들어가서 이런 저런 책들을 구경하곤 했다. 좀 더 다양한 책들을 보고 싶을 때는 지하철을 타고 서면으로 나가서 부산의 대표 서점인 영광도서와 동보서적에 갔다. 큰 서점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둘러보고 있으면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동보서적, 동광서적은 이제는 문을 닫아서 더 이상 찾아갈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영광도서는 아직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서점에서는 책을 구경할 수는 있지만 공부를 할 수는 없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자유롭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그래서 서점보다는 도서..

일상 이야기 2016.05.29

단순하고 만족하는 삶

라이헨바흐의 [원자와 우주] 번역을 끝내고 잠시 쉬면서 이런저런 책들을 읽었다. 어느 정도 쉬었으니 다시 라이헨바흐의 책을 번역할 때가 왔다. 나에게 번역이란 공부를 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나의 경우 번역을 하면서 번역을 하는 논문이나 책이 더 정확하게 이해가 되는 것을 직접 경험해보았다.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번역이라는 공부 방식보다 더 좋은 공부 방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저 나는 내게 맞는 공부 방식을 선택하여 작업을 할 따름이며,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 번역해야 할 책은 라이헨바흐의 [상대성이론의 공리화(Axiomatization of the theory of relativity)]다. [공리화]는 내가 석사학위 논문을 쓸 때 주된 분석 대상이 되었던 책..

일상 이야기 2016.05.28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1: 화학적 변화의 기본 입자, 원자

11. 화학적 변화의 기본 입자: 원자 이전 장에서 우리는 가장 작은 물질 입자들의 존재, 물질의 원자론적 구조가 직접적인 관측으로부터 연역될 수 없으며 추론되어야 함을 보았다. 우리가 관측하는 거시 규모의 연속적인 현상은, 오직 우리가 미시 규모에서 자연이 불연속적인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 현상이 서로 분리되는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지금껏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추론을 물리학에서 사용하여 열적 과정을 조심스럽게 검토해보았으며, 이제 화학으로 논의를 돌려 화학에서도 동일한 개념을 찾을 수 있음을 살펴보겠다. 화학에서 원자 이론의 연원이 되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이는 무게의 고정 및 정수 비율의 법칙이며, 이는 돌턴의 시대 이후 원자 이론의 기초를 형성했다. 우선..

양식의 차이

토머스 쿤의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읽은 이후, 신칸트학파에 속했던 하인리히 리케르트의 [문화과학과 자연과학]을 읽었다. 독서 초반에는 책을 읽어내기가 다소 힘이 들었다. 번역의 문제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책의 문장들은 정확하고 읽기 쉽게 번역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양식과 문체였다. 한동안 잘 접하지 못했던 긴 문장과 긴 문단이 이어졌고, 구체적인 사례 분석보다는 정교한 개념 분석에 방점을 둔 서술이 이어졌다. 이렇듯 낯선 것에 적응하는 것에는 늘 그랬듯 시간이 좀 걸렸다. 편한 마음으로 인내심을 갖고 읽다보니 조금씩 양식과 문체에 적응이 되었다. 나는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몇 번 했다. 수학과 과학에 대한 교과서적인 설명만을 읽던 내게 아인슈타인의 글과 하이젠베르크의 글은 일종의 신선한 ..

일상 이야기 2016.05.27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10: 열적 과정의 기본 입자, 분자

Ⅲ. 물질 10. 열적 과정의 기본 입자: 분자 우리 눈에 매끄럽고 단단하게 비친다고 하더라도 모든 물체는 내부적으로 무수히 많은 작은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 즉 물체는 알갱이들로 구성되고 알갱이들 사이에는 틈이 있다는 생각의 기원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생각이 그리스 철학자들에 의해서 충분히 발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생각은 그 이후의 과학 발전 과정에서도 살아남아, 19세기 초에 이르면 이 생각은 완전히 새롭고 더 심오한 방식으로 정당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믿음은 분명 뿌리 깊고 강한 근원을 가질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사실 물질의 원자 이론으로 이끄는 개념들은 가장 기본적인 현상들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09: 빛의 물질적 특성

9. 빛의 물질적 특성 지난 장에서 살펴보았듯 빛 파동의 전기적 본성을 증명하는 실험을 했던 하인리히 헤르츠는 1899년에 열린 자연과학자들의 하이델베르크 협의회에서 대담한 표현을 사용하며 강연을 했다. “빛이란 무엇인가? 영과 프레넬의 시대 이후 우리는 빛이 파동임을 알고 있다. 우리는 빛 파동의 속도를 알며, 파장을 알며, 빛 파동이 횡파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빛 파동 운동의 기하학적 조건들에 대해 충분히 친숙해졌다.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의심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빛의 파동 개념을 논박하는 것은 물리학자에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적으로 말해, 빛의 파동 이론은 확실하다.” 지난 세기 말까지 물리학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빛의 파동 이론과 관련된 ..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08: 빛의 전기적 특성

8. 빛의 전기적 특성 파동 이론과 입자 이론이 경쟁하고 점차적으로 실험 결과들이 축적되면서 파동 이론이 승리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파동 이론만이 이론적인 개념들을 사용하여 거울, 격자(grating), 망원경, 현미경 등을 이용한 복잡한 실험 장치들로부터 얻은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리학자들이 이와 같은 상태의 지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에테르 이론을 통해 파동 관념에 대한 정당화를 추구했던 것은, 사실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고안된 이론을 좀 더 포괄적인 이론으로 설명함으로써 설명을 좀 더 심오하게 만들고자 했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설명하는 것, 이해하는 것은 다양한 사실들을 하나의 일반적이고 통합된 개념으로 종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파동 이론의 설명은 그 시대의 가장 ..

한스 라이헨바흐, [원자와 우주] 07: 빛의 파동적 특성

7. 빛의 파동적 특성 광선의 형태로 전파되고 다양한 색깔들로 분리된다는 것은 빛의 기초적인 속성들이며, 이는 빛에 대해서 최초로 탐구되고 정립된 사실들이었다. 이후 빛에 대한 좀 더 심오한 물음들이 제기되었는데, 이 물음들은 인류로 하여금 앞서 언급된 빛에 관한 사실들 너머로까지 나아가게 해 주었다. 그것은 바로 빛의 내재적 본성에 관한 물음이었다. 빛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이 물음을 “빛”에 대한 우리의 경험에 적용해서는 안 되며, 물리적 행위자로서의 “빛”에 적용해야 함을 살펴보았다. 이 물음은 외부 세계와 관련되며, 감각으로서의 “빛”이 우리의 망막에 발생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 물음에 답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빛의 속성들을 연구하는 것임을 안다. 왜냐하면 그러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