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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남자 02

앞선 글에서 필자는 태현을 자의식이 강한 남자, 혹은 인식론적 흥미를 느끼는 남자라고 했다. 상인인 민수는 태현의 아버지이고, 선영은 태현의 어머니이자 민수의 아내라 했다. 태현에게는 형이 한 명 있었는데 이름이 성현이었다. 정민수, 정성현, 정태현. 선영의 성은 김이다. 그래서 태현의 가족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로 구성된다. 정민수, 김선영, 정성현, 정태현. 민수의 혈액형은 A형이고, 선영의 혈액형은 B형이다. 성현의 혈액형은 A형이고, 태현의 혈액형은 AB형이다. 태현은 1980년에 태어났다. 성현은 태현보다 2살 일찍 태어났으니, 1978년에 태어난 셈이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민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장 취직을 해야 했다. 덩치가 크지 않고 호리호리한 편인 민수..

일상 이야기 2016.08.30

2010년 겨울 독서모임 공부자료 04

헴펠,『자연과학의 철학』8장, ‘이론적 환원(Theoretical Reduction)’ 8.1. 기계론과 생기론의 논쟁 신생기론자들은 생물체와 생물학적인 과정이 어떤 근본적인 면에서 순전히 물리-화학적인 물체나 과정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기계론자들은 생물체가 매우 복잡한 물리-화학적인 물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를 기계론과 생기론의 논쟁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으며, 헴펠은 이 논쟁이 철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료하게 밝히고자 한다. 이러한 철학적 명료화를 토대로 논쟁의 해결 가능성에 대한 시사를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자. : 생물체들이 지닌 모든 특성들은 물리학과 화학의 개념들을 사용하여 완전히 기술될 수 있다. 이를 좀 더 구체화해..

생각하는 남자 01

태현은 자의식이 강한 남자였다. 자의식이 강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과 세계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태현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경이롭게 여겼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어느 휴일 아침이었다. 태현은 아버지를 따라 동네 근처에 있는 작은 산에 올랐다. 시절은 봄이었고, 산 중턱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넓게 뻗은 가지들과 초록빛 잎사귀들을 뽐내며 울창하게 서 있었다. 맑은 날씨에 하늘은 푸르렀고, 태현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쏟아지는 환한 햇살을 쳐다보았다. 찬란한 빛이 태양으로부터 태현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공기 중에 퍼져 있는 조그만 먼지 입자들이 빛 사이로 이리저리 움직였고, 태현은 빛 속에서 움직이는 입자들을 물끄러미..

일상 이야기 2016.08.29

짧은 여름 나들이

어제 오전에는 아내와 함께 여성병원에 갔다. 아내가 정밀초음파 및 임신당뇨 검사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아내도 공가를 내고 직장을 하루 쉴 수 있었고, 아내의 진료가 끝나고 난 뒤 우리는 부산으로 가기로 했다. 아내가 초음파검사를 받는 동안 나는 여성병원 옆 건물에 있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었다. 미용실에서 볼일을 보고 다시 여성병원으로 돌아가 아내를 만났는데, 아내는 아이가 아무 문제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해운대에 있는 숙소는 목요일 저녁에 예약을 해 두었다. 우리는 해운대 신세계백화점으로 이동했다. 백화점 지하에서 ‘나마스떼’라는 인도음식집에서 커리를 먹었는데, 맛이 제법 괜찮았다. 우리는 식사 후에 서점 ‘반디앤루니스’에 가서 책을 좀 구경하..

일상 이야기 2016.08.27

2010년 겨울 독서모임 공부자료 02

1. 필립 프랑크(Philipp Frank, 1884-1966) 필립 프랑크는 아버지 이그나츠 프랑크(Ignaz Frank)와 어머니 예니 파일렌도르프(Jenny Feilendorf) 사이에서 태어났다. 필립은 비엔나 대학에서 볼츠만(Boltzmann)의 지도 아래 물리학을 공부했으며, 1907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학창시절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학철학이었다. 나는 매주 목요일 밤에 낡은 비엔나 커피 하우스에서 이루어졌던 학생들의 모임에 참여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물음에 거듭 되돌아오곤 했다. 어떻게 우리는 전통 철학에서 보여지는 애매모호함을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는 서로 요원해진 철학과 과학을 화해시킬 수 있을까? ..

살아있기, 지켜내기

요즘 들어 부쩍 아내는 내 머리의 정수리 부분을 쳐다보면서 자주 걱정을 한다. 머리가 많이 빠져 휑하다는 것이다. 올해 겨울에 태어날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이면 내 머리 중앙이 반들반들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가면서까지 모발을 관리하고 싶지는 않다. 지구 위에서 살아온 지 35년 정도 되었으니, 점점 털도 빠지고 기력도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죽지 않고 잘 살아왔다. 앞으로도 잘 살아가야 할 텐데, 그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어제부터 여름휴가지만, 휴가라고 해서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다. 나는 아침에 아내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동네 도서관에 와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시간을 ..

일상 이야기 2016.08.25

권기헌 등 지음, [정의로운 공공기관 혁신](한언, 2014)을 읽고

지난 번 읽었던 배용수 교수의 [공공기관론]이 개념 중심의 이론서였다면, 권기헌 등 3명의 저자가 저술한 [정의로운 공공기관 혁신]은 우리나라 공공기관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실용서라 할 수 있다.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에서 정부가 사회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지원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 공공기관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수, 조직 규모, 예산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증가하고, 그 경영이 민간에 비해서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며, 정부와 공공기관 간의 불공정한 유착관계가 심해진다면, 국민들은 국가에서 공공기관이 담당하는 역할과 존재 가치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공공기관을 통해 전국의 도로와 철도를 관리하고, 전력을 공급하며, 해외 무..

과학관 이야기 2016.08.25

2010년 겨울 독서모임 공부자료 01

1. 칼 구스타프 헴펠(Carl Gustav Hempel, 1905-1997) 논리실증주의를 주도했던 인물들 중 한 명이었던 헴펠은 1905년에 독일의 오라니엔부르크(Oranienburg)에서 태어났다. 1982년 3월 17일부터 24일까지 헴펠은 리처드 놀런(Richard Nolan)과 인터뷰를 가졌고, 인터뷰 내용은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어 1988년에 최초로 출판되었다. 이 인터뷰는 뒤따르는 헴펠의 일생을 서술하는데 있어 주요한 자료를 제공해준다. 헴펠은 베를린에 있는 레알김나지움(Realgymnasium)에서 공부했고, 1923년에 괴팅겐 대학에 입학한 후 그는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 및 에드문트 란다우(Edmund Landau)와 수학을 공부했으며, 하인리히 베만(Heinrich..

존스턴, [기계적 생명의 유혹] 요약 정리 07

7장, 새로운 인공지능 : 행동과학 기반의 로봇공학, 자율적 행위자, 인공적 진화 중앙처리장치가 전체 체계를 통제하고 하부 체계들은 이전에 기록되고 주입된 규칙들과 알고리즘만을 따랐던 고전적 인공지능은, 비록 영역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곧 능력상의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이러한 한계점들을 인식한 몇몇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이전까지의 기호체계 중심, 중앙 집중식의 인공지능 개념을 탈피하고, 부분적으로는 기호체계/알고리듬을 통해 작동됨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 구현된 부분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체 계가 점차적이고 창발적으로 지능적인 모습을 보이도록 만드는 새로운 개념의 인공지능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개미들 : 집단적 정보 처리에 대한 하나의 모형 더글러스 호프스태터(Hofst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