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나는 지금껏 살아오며 분에 겨운 행운의 덕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성실하신 부모님 덕택에 배고프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배고픔을 알지 못했기에 세속적인 일들에 태연한 태도를 기를 수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치열하게 살아남을 필요가 없었기에 책을 읽으며 꿈을 키웠다. 나는 똑똑한 편은 되지 못했지만, 책을 읽으며 학문에 대한 꿈을 가졌고 그 꿈이 나를 끈기 있게 공부하게 했다. 만약 배가 고팠으면 나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그랬다면 끈덕지게 책상에 앉아 책을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게는 좋은 책들을 만나는 행운도 있었다. 나는 나보다 전 세대 선배들이 읽을 수 없었던 좋은 책들을 여럿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