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펠렌(Cappelen) & 르포(Lepore), 『맥락에 무관한 의미론』중 3~4장
캐펠렌과 르포에 의하면 온건한 맥락주의를 지지하는 데 사용된 논변은 직접적으로 극단적 맥락주의를 이끌어낸다. 달리 말하면 온건한 맥락주의자들은 상상력이 부족한 급진적 맥락주의자인 것이다. 충분한 독창성을 발휘한다면, 맥락 이동에 근거한 논변(CSA)은 어떤 종류의 문장과 어떤 종류의 표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을 ‘GEN’이라고 부르자. 예를 들어 “여기에 프랑스 여자애는 없어.”라는 문장의 경우는 양화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맥락 의존적이라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캐펠렌과 르포는 어떤 임의의 문장에서도 맥락에 따라 진리조건이 달라지는 직관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하며, 그들은 급진적 맥락주의자들이 제시한 다양한 사례를 근거로 그들의 주장(GEN)을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서 온건한 맥락주의자들은 양화사로 인한 제한에 의해 촉발되는 직관과 다른 직관들은 느낌 및 내적 성찰을 통해 파악한 특성상 차이가 난다고 응답할 수 있다. 하지만 온건한 맥락주의자들의 그러한 느낌이 편향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더 나아가 온건한 맥락주의자들은 왜 그들의 직관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에 대해서 또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온건한 맥락주의자들이 CSA를 안정화시키려는 두 번째 시도는 ‘놀랄만한․숨겨진․표명되지 않은 지표사들’을 찾음으로써 낙관적이고 열정적으로 국소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결책들 또한 매우 사변적이며, 이러한 해결책이 특정한 방식으로 제시되기 전까지는 과연 그게 해당 사례에 적절한 해결책인지마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 문제다.
온건한 맥락주의자들의 세 번째 시도는 단순히 GEN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이러한 주장은 그 자체로 유지될 수가 없음이 분명해보인다. 만약 GEN의 사례들에 ‘엄격히 말한다면’, ‘문자 그대로’, ‘정말로’라는 표현을 붙인다면 이 사례들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표현들의 실제적 사용을 감안한다면 이 표현들 또한 MC를 안정화시키는 데에는 실패함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온건한 맥락주의자들은 맥락의존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CSA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즉, CSA에 덧붙여 불완전성 논변(IA)이 추가되거나 특정한 구문론적 증거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응답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마지막 반론에 대해서 저자들은 IA 또한 불안정하고(5장), 이른바 특정한 구문론적 증거 또한 그 문장이 의미론적으로 맥락에 민감한지의 여부를 따지는 것과 무관함을 보이겠다(6장)고 한다.
저자들에 의하면 맥락주의자들의 주장은 ‘의미론적 내용에 대한 이론이 대화자들이 언화행위내용에 대해 갖는 모든 혹은 대부분의 직관들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가정(MA)에 근거하고 있다. 즉, 언어 L의 문장 S에 대한 발화 u를 통해 말해지거나 진술되거나 주장된 명제 p에 대해서 CSA가 특정한 직관을 유발시킨다면, L에 대한 충분한 의미론적 이론은 p를 u의 의미론적 내용으로 할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들을 들어보자. 카플란에 의하면 의미론적 이론은 ‘무엇이 말해졌는가’에 대한 대화자의 직관에 근거해야 한다. 이는 그가 MA를 가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빗슨, 프라츠, 랄슨과 루드로, 맥도웰도 암암리에 MA를 가정하고 있다. 트래비스 또한 ‘문장을 통해 말해진 것을 반영하지 않으면 한 문장은 진리조건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많은 철학자들이 특정 종류의 MA를 받아들인다. MA는 예화에 의해 촉발된 직관들이 의미론적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할 근거를 제공한다. 만약 MA를 받아들이면 RC를 받아들이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렇다면 의미론을 MA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이냐 아니면 RC를 받아들일 것이냐가 문제가 되는데, RC는 경험적으로도 충분하지 않고 정합적이지도 않으므로 의심스러운 MA를 희생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그들은 이른바 언화행위내용과 의미론적 내용 사이를 구분하는 전략을 사용하고자 한다. 첫째, S를 발화함으로써 대화자가 말하는 것을 S의 의미론적 내용에 할당하는 것에 대한 직관을 사용하기 위해서, 다양한 범위에서의 발화 S가 공통적으로 갖는 언화행위내용에 이론가가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험들을 식별한다. 둘째, 특정한 측면들에서 문제가 되는 표현이 전통적인 맥락의존적 표현들과 유사하게 행동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한다.
의미론적 내용과 언화행위내용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가정하자. 단어들이 조합되어 복합표현들과 문장들을 만든다. 단어들의 의미론적 값은 그것들이 소속된 복합표현과 문장들의 의미론적 값에 기여한다. 의미론은 단어, 복합표현, 문장들 사이에 의미론적 값을 부여하는 최적의 방식에 관한 것이 된다. 반면, 특정한 맥락 C에서 행해진 특정한 발화 행위는 특정한 맥락 C*의 특정한 청중을 대상으로 행해진 것이고, 이 특징들을 기반으로 해서 화자의 행위(발화)를 특성화시킬 수 있다. 위와 같은 캐펠렌과 르포가 제시하는 상(象)에 따르면 의미론과 화용론은 엄격하게 구분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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