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762

마지막 졸업식

서울이 아닌 대구에 사는 나로서는 내 마지막 졸업식에 참석하는 일이 일종의 ‘업무’로 여겨졌다. 부모님과 가족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행 준비를 한 후 오전 9시쯤 서울로 출발했다. 부지런히 차를 운전하여 학교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조금 안 된 시각. 곧장 학과 행정실에 가서 학위기와 축하패를 받고 학위복 대여 신청 서류에 사인받은 후, 학교에 계신 교수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논문을 한 부씩 드렸다. 마침 이날 연구실에 나와 있던 과학철학 전공자들에게도 인사와 함께 논문을 한 부씩 전달했다. 학위복을 대여해서 입은 후 신속하게 가족들과 사진을 찍었다. 학위복을 반납하고 식당 ‘두레미담’에서 식사를 오후 2시 정도에 시작했으니, 내 마지막 졸업 절차를 대략 1시간 만에 간단하게 끝낸 셈이다. 오래간만에 ..

연구자로서의 마음가짐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거라 본다. 그러나 자신의 논문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그만큼 갖은 고생을 하면서 쓴 논문일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준을 들이대면 나의 박사학위 논문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논문이겠지만, 나 스스로 나의 학사 및 석사학위 논문을 생각하면 나의 박사학위 논문은 그간의 내 과학철학 연구를 집약한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곧 졸업이다. 신신애의 노랫말 중에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라는 말이 있다. 정확히 그 노랫말처럼, 내가 잘난 연구자든 못난 연구자든 상관없이 나는 과학철학 연구자다. 내 논문이 좋은 논문이든 평범한 논문이든 상관없이, 이제 내가 연구자로서 박사..

늦깎이 신진 과학철학 연구자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제 고민 없이 이렇게 답한다. “저는 과학철학 연구자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9편의 학술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고(단독 저자 7편), 7권의 과학철학 관련 책을 번역했다. 1편의 학술논문은 학술지 게재 확정이 되었으며, 1편의 학술논문은 현재 학술지 게재 여부를 심사 중이다. 그리고 2023년 2월 24일이 되면 나는 공식적으로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는 매년 2편 이상의 학술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고 1권 이상의 과학철학 저술을 번역하여 출판하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 꾸준하게 계속 학술 활동을 하여 내 전공 분야에서 충분한 연구 성과를 거두고자 한다. 연구자로서 나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국내의 과..

아버지와의 금정산 등산

어제인 2023년 2월 11일 오후에 나는 아버지와 함께 부산에서 금정산에 올랐고, 등산 이후에는 부산 동래 온천장에 있는 목욕탕에 가서 아버지와 함께 목욕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말에 부산에 방문할 생각은 없었으나 셋째가 계속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러 가자고 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학위 논문을 쓰고 수정하는 기간에 나는 거의 운동을 못했기 때문에, 나는 부산에 내려가면 아버지와 함께 등산하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다. 마침 어제는 비교적 날씨가 포근한 편이어서 등산하기 적당했다. 금정산은 내게는 정겹고 친숙한 산이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매일 아침 아버지와 함께 금정산에 있는 금강공원에서 1시간 정도 운동하고 왔다. 당시 내가 비교적 우량아였기 때문에 아버지께서는 아들에게 운동시킨다는 이유로 그렇..

일상 이야기 2023.02.12

서울대학교 이학박사 학위논문을 제출하는 심정

나는 아직도 내가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것에 대해서 실감이 나지 않으며 다소 어리둥절하게 느껴진다. 우리 집안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은 내가 최초이다. 서울대학교에 학부생으로 입학한 것(2001년) 역시 우리 집안에서 내가 최초였다. 최초라는 것에는 좋은 의미도 있지만 그만큼 ‘의외’라는 의미도 있다. 가족 중에서는 계속 학문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주변에 상의할 사람도 딱히 없이 우리 집안에서 계속 학문 연구를 해왔다. 적절한 조언자나 역할 모델이 있었다면 모를까,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비교적 독립적으로 학문의 길을 걸어왔고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나는 학부를 정확히 4년 만에 졸업했지만, 졸업 후 곧바로 석사과정에 진학..

연구자로 거듭나기로 다짐함

박사학위 논문 제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3년 2월 6일까지 제출이며, 이번에 제출하면 앞으로 이 논문을 수정할 수 없다. 과학철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계속 간헐적으로 나의 학위논문을 검색하여 살펴볼 것이다. 객관적인 수준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학위논문을 썼다. 그리고 내 학위논문의 서론(1장)과 결론(8장)을 제외한 모든 장의 내용은 이미 국내의 철학 학술지(KCI 등재지)에 게재된 바 있다. 나는 적어도 나의 학위논문이 박사학위 논문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믿는다. 지금 돌이켜보면 학부 시절이 많이 후회된다. 만약 과학철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그때부터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했다. 운이 좋게..

내가 바라는 소소한 것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아버지께서는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 있던 1층 단독주택을 허물고 새로 3층짜리 집을 지으셨다. 지하실은 아버지의 의류도매업을 위한 창고이자 사무실로 사용되었고, 1층은 다른 가족에게 세를 주었다. 우리 가족은 2층과 다락방인 3층을 썼다. 새집으로 들어가면서 나에게도 방이 하나 생겼다. 아주 좁은 방이었지만 침대와 옷장과 책상이 있었다. 방문을 닫으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는 그런 나의 방이 아주 좋았다. 학창 시절 나는 오직 1개의 학원만을 다녔다. 어머니의 성화를 이길 수 없어서였다. 학원에서는 수학과 영어를 매일 1과목씩 70분간 가르쳤다. 월, 수, 금요일에 수학을 가르친다면, 화, 목, 토요일에는 영어를 가르쳤다. 나머지 과목들은 모두 혼자서 스스..

일상 이야기 2023.01.24

육아휴직을 6개월 연장함

내가 작년인 2022년 1월 17일 자로 육아휴직을 시작했으니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꼭 1년이 되었다. 나는 육아휴직을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고, 이는 아내와 충분히 상의해서 내린 결론이다. 작년 1월 1일 자로 복직한 아내는 회사 생활에 잘 적응했고 작년에 업무와 관련한 큰 상도 받았다. 올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와 셋째 아이는 올해 6월이 되면 세 돌을 맞기 때문에,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고 둘째와 셋째 아이도 세 돌까지 직접 돌보기 위해서 아내가 아닌 내가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늘리려고 하는 추세라, 아빠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일조하는 의미도 있다. 사실 작년에 나는 욕심을 좀..

일상 이야기 2023.01.17

과학철학 연구자로 살아가기

과학철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우리 사회에 실제로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과학철학’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이에 관한 설명을 찾을 수 있고, 과학철학을 전공한 교수님들께서 우리나라 대학 곳곳에 자리를 잡고 계신다. 대학들에서는 과학철학 강의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고, 과학철학 관련 책을 시중의 서점들에서 살 수 있으며, 과학철학 관련 각종 교양 강의와 특강 역시 여러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과학철학’은 우리 사회에 잘 자리 잡은 사회적인 현상이며 그 존재를 부정하기 어렵다. 자신만의 과학철학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치며 자신만의 훈련을 수행해야 한다. 기준을 너무 높게 세울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재능을 타고나..

경상지역에 서식하는 과학철학 연구자

아버지를 따른 나의 본적은 경상북도 성주군 가천면이고,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부산에서 자랐다. 나는 고등학교 1-2학년 시절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절이었다고 기억한다. 왜냐하면 이때 나는 그 무엇보다도 책들 속에서 스스로 모험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서점과 도서관에서 놀기 좋아했던 나는 책들을 구경하며 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고 나름대로 이해한 후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요령을 익혔다. 이렇게 독립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은 내게 평생토록 남게 되었다. 부산 서면의 부전도서관과 영광도서, 동보서적(지금은 사라졌다)이 없었다면 나는 그런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없었을 것이다.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는 철저히 부산이라는 지역의 물질적인 여건 속에서 자라났다. 이후 나는 서울에서 대학..

일상 이야기 202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