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금정산 등산

   어제인 2023년 2월 11일 오후에 나는 아버지와 함께 부산에서 금정산에 올랐고, 등산 이후에는 부산 동래 온천장에 있는 목욕탕에 가서 아버지와 함께 목욕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말에 부산에 방문할 생각은 없었으나 셋째가 계속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러 가자고 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학위 논문을 쓰고 수정하는 기간에 나는 거의 운동을 못했기 때문에, 나는 부산에 내려가면 아버지와 함께 등산하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다. 마침 어제는 비교적 날씨가 포근한 편이어서 등산하기 적당했다.

 

   금정산은 내게는 정겹고 친숙한 산이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매일 아침 아버지와 함께 금정산에 있는 금강공원에서 1시간 정도 운동하고 왔다. 당시 내가 비교적 우량아였기 때문에 아버지께서는 아들에게 운동시킨다는 이유로 그렇게 매일 금정산으로 데리고 다니신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운동보다는 아버지의 운동이 더 중요했던 것 같기는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매일 산에서 운동하고 돌아오는 것이 참 좋았다. 아버지께서는 등산을 좋아하셨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금강공원에서의 운동을 넘어 아버지를 따라 금정산을 등산하기에 이르렀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함께 금정산에 다녔고, 중학교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온천장 근처에 있는 금강공원 입구에서 시작해서 케이블카 종착지까지 올라가는 데 대략 1시간이 걸리고, 그곳에서 금정산성 동문을 거쳐 금정산성 북문을 지나 범어사로 내려오는 데 대략 3시간이 걸린다. 총 4시간 코스의 등산길을 친한 중학교 친구들과 함께 걸었다. 이런 등산은 그 자체가 우리에게 하나의 모험이었다. 그렇게 몇 번 4시간 코스의 등산을 한 이후, 나는 종종 나 혼자서 그 길을 걷곤 했다.

 

   내가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산을 타며 땀을 흠뻑 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운동은 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과 경쟁한다. 축구, 농구, 배구, 탁구 등 대부분의 운동이 그렇다. 그런 경쟁 위주의 운동에서는 늘 내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상대방을 이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나는 그런 경쟁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등산에는 별다른 경쟁이 없다. 육상 경기처럼 먼저 도착하면 이기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기만 하면, 그 과정에서 충분히 운동하고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등산의 목적은 충족된다.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에도 나는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금정산을 찾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많은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걱정이 해소되었다. 또한 운동하니까 건강도 좋아졌다. 더욱 좋은 점은 등산하기 위해 큰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편하게 차려입고 산을 오르기만 하면 된다. 이번에 아버지와 함께 3시간 남짓 등산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중단되고 걷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에는 요즘 내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이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생각한 것이라 억지스러운 것은 전혀 없었다.

 

   등산 후 온천장에 있는 목욕탕에서 아버지와 함께 목욕했다. 늘 그랬듯 나는 아버지의 등을 밀어드렸다. 아버지와의 목욕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부자간의 전통이다. 나는 목욕도 참 좋아하는데, 이것도 아버지에게서 배운 습관이다. 아버지께서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목욕탕에 다니실 정도로 목욕을 즐기시는데, 매번 반신욕을 하신다. 나는 반신욕을 하지는 않고 건식 및 습식 사우나를 즐긴다. 등산한 후 목욕하고 집에 돌아가 맛있게 식사하는 일은 우리 집안의 좋은 전통이다. 나는 훗날 나의 아들과도 이 좋은 전통을 유지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