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둘째 아이에게 열이 있어, 오늘은 아내와 첫째(초등학교)와 셋째(어린이집)를 내보내고 둘째는 집에 데리고 있었다. 오전 틈틈이 노트북으로 일을 보고, 집 정리와 청소와 설거지를 했다. 점심때는 며칠 전 중국집에서 시켜 먹고 남은 서비스인 짬뽕 국물을 데워서 밥이랑 대충 먹고, 둘째에게는 밥과 김과 밑반찬을 차려주었다. 식사 후에는 빨래를 널고 둘째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온 후 돌아오는 길에 첫째를 하교시켰다. 오후 5시쯤 셋째를 하원하고 나면 오늘 하루도 대략 저물어갈 것이다.
집안일과 육아를 하다 보면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 이제 4월이 되었으니 나의 육아휴직도 대략 3개월 남짓 남은 셈이다. 그동안 둘째, 셋째가 많이 컸다. 우리 집 쌍둥이들은 올해 6월이면 세 돌이 된다. 첫째도 입학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초등학교 생활에 그럭저럭 적응한 것처럼 보인다. 혹시 몰라 궁금한 마음에 오늘 오전에 은행에 전화를 해보니, 주택담보대출액의 금리가 현 고정 금리에서 변동하게 되는 시점이 2025년 4월쯤이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그때면 내가 복직하고도 남을 시점이니 원리금 상환에 문제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첫째 등하교를 해주고 있고 둘째 셋째 어린이집 하원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아빠들보다는 엄마들을 많이 본다. 특히 등하교의 경우 아빠가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나로서는 그런 사실이 약간 어색하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아주 약간만 그러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와 아빠가 둘 다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 특히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나는 집에서 집안일을 끊임없이 하는 편이다. 아내가 집을 어지르는 사람이라면 나는 집을 치우는 사람이다. 나는 정리 정돈한 상황에서 차분하게 일하는 것을 선호하고, 아내는 혼돈 속에서 일을 척척 해내는 것을 선호한다. 청소기 돌리기, 집 바닥 닦기, 빨래하고 빨래 널기, 설거지 등은 주로 나의 몫이다.
아이가 셋이라 우리 가족이 더 다채로워진 것 같다. 첫째, 둘째, 셋째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이 출산율이 낮아서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 이 경우에도 나는 그저 실천하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정말 거짓말하지 않고 나는, 둘이 만났으니까 최소 둘 이상은 낳아야지 우리 사회가 유지된다고 생각했다. 고맙게도 이런 생각에 아내도 동의해 주었다. 우리에게 둘이 아닌 셋은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쌍둥이를 키울 때는 정말 아내와 나 모두 너무 힘들었는데, 세 돌을 바라보며 부쩍 큰 아이들을 보니 언제 그 시간이 다 지나갔나 싶다.
그냥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다 보면 소소하게 살길이 열리는 것 같다. 특히 올해 2월에 졸업해서 속이 다 후련하다. 수료만 한 상태에서는 늘 찝찝했는데, 이제 졸업했으니 깔끔하게 마무리했다는 느낌이 든다. 위대한 학자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성실한 연구자가 되자. 6월까지 [경험과 예측]을 번역하기로 계획을 세웠고, 총 4부 중 3부의 번역이 대략 끝났다. 4월에는 번역 말고는 딱히 달리 할 일이 없는 상황이라, 가사와 육아를 하면서 틈틈이 번역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이 책의 번역은 인공지능 번역기에게 부탁하고 싶지 않다. 책을 번역하는 시간 동안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빼앗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5월부터는 매주 1회 대구 시내에 있는 한 도서관에 나가 중장년 어른들에게 아인슈타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이다. 6월 말에는 한양대학교에서 한국과학철학회 연례 학술대회를 한다. 참, 4월 중순까지 학술대회 참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 잊고 있었다. 7월에는 직장에 복직하는데, 복직 후 한동안은 새로운 삶의 패턴에 적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첫째의 하교가 걱정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데, 왜냐하면 첫째도 이제 제법 강해졌기 때문이다. 나랑 같이 등교하다가도 이제 됐다며 저 혼자서 가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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