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육아휴직을 6개월 연장함

강형구 2023. 1. 17. 12:39

   내가 작년인 2022년 1월 17일 자로 육아휴직을 시작했으니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꼭 1년이 되었다. 나는 육아휴직을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고, 이는 아내와 충분히 상의해서 내린 결론이다. 작년 1월 1일 자로 복직한 아내는 회사 생활에 잘 적응했고 작년에 업무와 관련한 큰 상도 받았다. 올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와 셋째 아이는 올해 6월이 되면 세 돌을 맞기 때문에,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고 둘째와 셋째 아이도 세 돌까지 직접 돌보기 위해서 아내가 아닌 내가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늘리려고 하는 추세라, 아빠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일조하는 의미도 있다.

 

   사실 작년에 나는 욕심을 좀 부렸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틈틈이 연구하여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가을부터는 경상국립대학교에서 과학철학 강의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집 청소, 빨래, 설거지, 아이들 돌보기 등 육아휴직자로서 맡은 일을 다 하면서 동시에 다른 일들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해냈다. 내 생각에 무엇보다도 작년의 성과는 나 자신의 정체성을 ‘과학철학 연구자’로 굳혔다는 데 있다. 과학철학을 연구하여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끝마치게 된 이상, 앞으로 내가 어떤 기관에서 어떤 일을 하든 나의 정체성이 ‘과학철학 연구자’임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내가 맡은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나는 ‘과학철학 연구’가 내가 우리 사회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확실하게 믿게 되었다.

 

   20세기를 중심으로 19세기-20세기-21세기를 과학 사상사의 관점에서 연결하고, 20세기 과학 사상의 의미가 대체 무엇이었는지를 과학철학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것이 앞으로 내가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연구의 중심에는 라이헨바흐와 아인슈타인이 있다. 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뉴턴과 흄 혹은 뉴턴과 칸트 사이의 관계로서 볼 필요가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아인슈타인 그 자신이 뉴턴보다 더 철학자(인식론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는 데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아인슈타인은 라이헨바흐보다 더 매력적이지만(인간적인 측면과 사상적인 측면 모두에서), 아인슈타인의 과학 사상을 선명하게 부각하기 위해서조차도 그의 철학적 동지이자 경쟁자였던 라이헨바흐를 대항마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아인슈타인이 헬름홀츠와 푸앵카레 모두를 존경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헬름홀츠와 푸앵카레는 과학 사상에서의 위대한 두 전통인 경험주의와 규약주의를 대표한다. 물론 헬름홀츠가 소박하고 강경한 경험주의를 취한 것은 아니었고, 그의 경험주의에는 소박한 경험주의라고 볼 수 없는 미묘한 요소들이 분명히 있다. 그 누구보다도 ‘칸트로 돌아가자’라고 외친 것이 헬름홀츠 아니었던가. 헬름홀츠의 제자가 헤르츠, 키르히호프, 플랑크였던 것을 생각하자. 그러나 과학철학자로서 나는 결과적으로 헬름홀츠를 ‘경험주의’의 이름 아래 둔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헬름홀츠의 ‘경험주의’로부터 푸앵카레의 ‘규약주의’로 이행한 것으로 본다.

 

   아인슈타인 스스로가 특수 상대론 개발을 위해 흄과 마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흄, 헬름홀츠, 마흐는 ‘경험주의’의 이름 아래 함께 묶인다. 그리고 나는 라이헨바흐가 마흐와 비교할 때 더 온건하면서도 세련된 경험주의를 체계적으로 개발했다고 본다. 이 새로운 경험주의는 ‘규약적 요소’를 인정하면서도 세계에 대한 인간의 경험을 규약에 비해 인식론적으로 더 우위에 둔다. 비록 문헌적 근거를 더 찾아야겠지만, 나는 아인슈타인이 사람을 보는 예리한 눈을 가졌고, 흄과 비견될만한 명민한 경험주의자로서 라이헨바흐를 인정했다고 믿는다. 나는 아인슈타인의 철학적 맞수가 보어라기보다는 라이헨바흐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슐리크와 카르납은 아인슈타인의 철학적 맞수가 아니었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와의 금정산 등산  (0) 2023.02.12
내가 바라는 소소한 것  (0) 2023.01.24
경상지역에 서식하는 과학철학 연구자  (3) 2023.01.05
분수를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0) 2022.12.29
성실함의 위안  (0) 2022.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