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늦깎이 신진 과학철학 연구자

강형구 2023. 2. 18. 01:21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제 고민 없이 이렇게 답한다. “저는 과학철학 연구자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9편의 학술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고(단독 저자 7편), 7권의 과학철학 관련 책을 번역했다. 1편의 학술논문은 학술지 게재 확정이 되었으며, 1편의 학술논문은 현재 학술지 게재 여부를 심사 중이다. 그리고 2023년 2월 24일이 되면 나는 공식적으로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는 매년 2편 이상의 학술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고 1권 이상의 과학철학 저술을 번역하여 출판하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 꾸준하게 계속 학술 활동을 하여 내 전공 분야에서 충분한 연구 성과를 거두고자 한다. 연구자로서 나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국내의 과학철학 연구를 유지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내가 아내와 함께 나의 생물학적 자손들을 낳아 기르듯, 나는 학문적으로도 나의 자손들을 낳아 기르기를 바란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국내에서 과학철학을 연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일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철학에 큰 관심을 가진 나는,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시간과 공간의 철학에 관련된 저술을 출판하실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함께 원고를 읽고 토론하며 다듬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또한 나는 다른 연구자분들과 함께 매달 1편의 과학철학 논문을 읽고 토론하는 것에 참여하고 있다. 국립과학관에 재직 중인 선임연구원으로서 나는 다른 국립과학관에서 시공간과 관련된 특별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기획에 관해 조언하고, 모 국립대학교에서 초청해주신 아인슈타인 관련 특강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나는 나 스스로 전문적인 과학철학 연구자가 되어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한국연구재단에서 주관하는 연구자 지원 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수시로 살펴보게 되고, 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각종 인문학 사업들도 시간 날 때 들여다본다. 직장인이기보다는 연구자. 연구자인 직장인. 나는 내가 전공과 관련된 글을 읽거나 영상을 보면서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박사학위 취득은 실로 그저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꾸준히 계속 일관되게 연구해 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년 이상 한결같이 연구를 쌓아나가면, 그 연구가 이후 다른 새로운 연구자를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계속 읽고 생각하고 쓰고 발표하고 토론하고 강의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논문을 영어로 쓰는지 한글로 쓰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영어 논문을 무턱대고 높이 평가하는 관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내가 누구를 대상으로 학술연구 활동을 하는지 잘 생각해보라. 나의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이 대부분이며, 나와 진정으로 협업하는 학자들 역시 한국 학자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외국 학자들과 생산적으로 협업하는 일은 아주 좋은 일이지만, 나는 한국에 살면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이지 외국 대학에서 외국 학자들 및 학생들과 활동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므로 나는 영어로 논문을 쓰는 것보다는 한글 논문의 수준을 영어 논문 수준만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영어로 논문을 쓰고 해외 저명 학자들과 교류하는 일은 정말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정말 중요한 일은 우리말로 쓰이는 논문들을 훌륭하게 만들고,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연구자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는 한국의 과학철학 발전을 위해서 애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철학 연구 환경이 아무리 열악하더라도, 이 환경 속에서 내 나름의 노력과 투쟁을 계속 벌일 작정이다. 나는 한국의 과학철학 연구자이다. 그것이 나의 존재 이유이자 내 자부심의 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