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 7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

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사람마다 취미, 특기, 취향 등이 서로 다르다. 나는 학생 시절부터 글 읽는 것을 좋아했다. 사실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글 읽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시험을 봐서 좋은 성적을 얻는 일에는 크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을 시험 성적에서 앞지르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었다. 그냥 공부를 해서 시험을 보는 것은 학생으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의무였고, 그저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다. 나는 한반도의 남쪽 지역에서 서식하는 5천만의 인간 개체들 중 하나이다. 41년 동안 죽지 않고 겨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한 지방의 중산층 가정에서 1980년대 초반에 남성으로 태어나, 표준적인 교육 과정을 거친 후, 군 복무를 하고, 공공기..

일상 이야기 2023.08.28

오만함을 반성함

요즈음 ‘공동체’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그 어떤 사람도, 그 사람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특정한 공동체의 일원에 지나지 않는다. 한 사람이 모든 일들을 다 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무엇인가 제대로 된 일은 그러한 공동체 속에서 다른 구성원들의 인정을 받은 후에야 이루어진다. 공동체 내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그것은 그저 특정한 개인의 머릿속에 상상이나 몽상으로서 남아 있을 뿐이다.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최근 복직하여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연구는 개인적일 수 있다. 개인 단위로 연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경우 최소한 2명 이상이 함께 논문을 쓴다. 책 집필도 마찬가지다. 설혹..

일상 이야기 2023.08.23

체력 운동으로서의 글쓰기

나는 나를 장거리 달리기 선수라고 생각하는 것을 즐긴다. 나는 장거리 육상 선수이며, 유명하지 않고, 경기 실적도 뛰어나지 않지만, 계속 달린다. 혹은 다른 비유도 있다. 나는 무명의 복싱 선수이며 공격형이라기보다는 수비형이지만, 근성과 고집이 있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한순간도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으며 매 순간이 치열한 전투임을 잊어본 적이 없다. 우리가 죽기 전까지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인간의 모든 개인적인 업적들은 개인적인 투쟁 속에서 힘겹게 만들어진다. 글을 쓰는 활동은 나라는 인간에게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번역’이라는 작업은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쓰인 문장들을 나의 모국어 문장들로 옮기는 작업이다. ‘논문 집필’이라는 작업은 ..

일상 이야기 2023.08.19

가족들과의 서울 여행

장모님의 생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처남과 처남댁이 수도권(인천)에 살고 있어, 이번에 겸사겸사 가족들과 장모님을 모시고 짧게 서울에 다녀왔다. 2박 3일 동안 청계산 오라카이 호텔에 머물렀는데, 숙소가 아주 깔끔하고 조식도 괜찮았다. 내가 아내와 함께 박물관업(과학관Science Museum도 일종의 박물관이다) 종사자가 된 이후, 우리 가족은 대개 주말과 휴일을 ‘박미과도(박물관․미술관․과학관․도서관)’ 방문으로 보내고 있다. 이번 짧은 여행 또한 그러했다. 첫째 날에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둘째 날에는 예술의 전당 내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셋째 날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방문했을 때는 박물관에 재직 중이신 선배님(학예연구관)께 연락을 드려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맛있는 ..

일상 이야기 2023.08.14

아인슈타인을 연구하는 한 방법

과학자, 특히 이론 물리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아인슈타인 연구자’라고 할 만한 사람은 사실 별로 없다. ‘상대론 전문가’는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앙대학교 물리학과의 강궁원 교수님이다. 만약 ‘아인슈타인 연구자’가 있다면, 아마 그 사람은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이 물리학 학위를 갖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아인슈타인 연구자는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일 필요가 있다. 아인슈타인을 연구해서 국내의 대학에 자리를 잡는 것은 힘든 일이다. 오히려 나는 과학관의 연구원이자 학예사인 내가 아인슈타인 연구를 그나마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인슈타인은 과학에서는 불멸의 인물이다. 과학교육에..

직장인과 학술인의 중간에서

이른바 ‘교육과정’을 마치고 나면, 실질적으로 한 사람을 정의하는 것은 실제로 그 사람이 사회 속에서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을 하여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느냐이다. 석사학위를 마치고 내가 처음 취직했던 기관은 교육부 산하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이었다. 이 기관은 국가장학금 사업, 학자금 대출 사업, 대학생 교육 기부 사업과 같은 공공적 특성이 강한 일들을, 교육부를 대신하여 수행하는 기관이었다. 나는 대학생 교육 기부 사업과 행정 부서에서의 기획 업무(기관 및 부서 평가)를 했다. 이런 일들은 사회적으로 볼 때 바람직했지만, 나의 전공인 과학사 및 과학철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일들이었다. 장학재단에서의 5년 6개월 근무 이후 이직해서 지금까지 재직하고 있는 국립대구과학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딸과의 데이트

한창 여름방학 기간이다. 아내와 내가 맞벌이를 하는 까닭에 여름방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1학년 큰딸은 학교 돌봄교실에 다니고 있는데, 이번 주는 학원들마저 방학이라 오늘 오후에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반차를 쓰고 딸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우선 퇴근한 뒤 집에 도착해서 설거지를 한 후 딸의 학교 근처로 가서 아이를 태워 내가 평소에 다니는 카페에 왔다. 카페에서 나는 노트북을 펴서 번역 원고를 정리하고, 딸은 눈높이 교재(국어, 수학, 한자)를 푼다. 우리는 복숭아 스무디와 블루베리 요거트를 시켜 맛있게 마신다. 최근 나는 “기본”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기본적인 사항들만 잘 지켜도 무난하게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 생활을 생각해보자.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라면, 출근 시간에..

일상 이야기 202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