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딸과의 데이트

강형구 2023. 8. 1. 17:04

   한창 여름방학 기간이다. 아내와 내가 맞벌이를 하는 까닭에 여름방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1학년 큰딸은 학교 돌봄교실에 다니고 있는데, 이번 주는 학원들마저 방학이라 오늘 오후에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반차를 쓰고 딸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우선 퇴근한 뒤 집에 도착해서 설거지를 한 후 딸의 학교 근처로 가서 아이를 태워 내가 평소에 다니는 카페에 왔다. 카페에서 나는 노트북을 펴서 번역 원고를 정리하고, 딸은 눈높이 교재(국어, 수학, 한자)를 푼다. 우리는 복숭아 스무디와 블루베리 요거트를 시켜 맛있게 마신다.

 

   최근 나는 “기본”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기본적인 사항들만 잘 지켜도 무난하게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 생활을 생각해보자.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라면, 출근 시간에 맞게 출근하고 퇴근 시간에 맞게 퇴근하면 된다. 어떤 사업을 수행한다고 하면, 사업 계획을 수립해서 결재를 득하고, 수립된 계획에 맞게 사업을 수행하고, 그 수행 결과를 잘 정리해서 결과 보고를 하면 된다. 점심시간에는 같은 부서에 속한 사람들과 같이 식사하면 되고, 여러 사람이 도와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서로 도와가며 일하면 된다. 그게 기본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그런 “기본”을 지키며 살려 했을 뿐, 뭘 특별하게 “잘하려고”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도 그렇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동안은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는 게 기본이다. 그래야 일도 진행이 잘 되고 회사에서 있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눈치 보고 “저 사람은 일을 안 하는데 왜 나만 일하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과 같다. 물론 열심히 하되 무리하지는 않는다. 열심히 하더라도 적당히 열심히 하자는 거다. 며칠 연달아서 야근하거나 밤새는 일은 하지 않는다. 업무 시간에 다른 짓 하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면 굳이 야근을 오래 하거나 밤샐 필요가 없다.

 

   그리고 상대가 누구든 상대가 나와 “대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기본이다.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나보다 학력이 낮아도 그러하다. 이와 대칭적으로,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나보다 학력이 높아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만의 생각이 옳을 수는 없고, 내가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으며, 늘 적절한 선에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나 혼자만 생각하는 것보다 낫다. 그렇다고 해도 한없이 의견 수렴을 할 수는 없으므로, 시간이 되면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맺고 끊음이 분명해 진다.

 

   괜히 불필요한 것들에 신경 쓰거나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런 “기본”들을 잘 지키면 된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또한 업무 처리에서 아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수를 신속하고 솔직히 받아들이고 인정해서 문제가 더 커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늘 자잘한 실수를 저지른다. 이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을 빨리 바로잡는 일이 중요하지, 실수를 부인하거나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도 늘 그렇게 얘기한다. 잘할 필요는 없고, 기본을 지키며 꼭 할 일만 제대로 하면 된다. 경쟁이 혹독하고 치열한 이 시대에 이런 나의 교육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유용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내 생각에 이것이 바로 나의 교육 철학이다. 무엇이든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 공부도, 일도 마찬가지다. 기본을 잘 지키며 뜻한 바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해 나가면 된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그 일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잘하게 된다. 그러면 최소한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남들 이상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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