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명상 음악을 들으며

강형구 2023. 7. 8. 18:07

   나는 2023년 7월 1일부로 1년 6개월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직장으로 복귀했다. 아내 또한 직장 생활을 하는 중이기에(우리는 같은 직장의 다른 부서에서 근무한다), 나는 정시 출근하며 쌍둥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후 정시에 퇴근하고, 아내는 첫째의 등교 시간에 맞춰 정시보다 30분 일찍 출근한 뒤 정시보다 30분 일찍 퇴근하면서 어린이집에서 쌍둥이들을 하원시킨다. 나와 아내 모두 퇴근하면 집에 와서 본격적인 집안일 시작이다. 다행히 부모님, 장모님께서 수시로 집안일과 육아를 도와주셔서 겨우 버틸 수 있다. 우리 가족에게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무사히 살아내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지난 1주일 동안 긴장하며 바쁘게 지냈다. 특히 새로운 부서에 발령되어(교육연구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의 직장 생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낯설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어쨌든 사람이 바뀌어도 일은 굴러가야 하고, 일이 굴러가기 위해서는 각종 형식적인 업무 처리들이 필요하다. 6월 결과를 보고하고 비용을 지출한 후, 8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7월 사업은 진행 중). 기존에 돌아가고 있던 일을 계속 돌아가도록 하면서도 앞으로 어떤 일을 새롭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10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한 사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들이 있고, 나는 그 일을 함으로써 급여를 받는다.

 

   그 성별과는 상관이 없이 사람들 사이에서는 끊임없이 다툼이 일어나고 그런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것은 자연의 섭리, 특히 생명의 섭리 아니던가? 그저 조용히 내 할 일을 하고자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호의와 악의 모두 초래하지 않기를 바라는 소심한 성격의 나로서는, 그런 인간 세상의 복잡다단한 일들이 다소 경이롭게 여겨질 뿐이다. 나는 말하기보다는 말을 참고, 가슴이 답답하면 산책하거나 소일거리를 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다른 사람과 다투게 될 것 같으면, 잠시 스스로 굽히고 말을 아끼면 된다. 그리고 그냥 내가 일해야 하는 시간에 충실히 열심히 일하면 된다.

 

   1년 6개월 만에 조직으로 돌아와 보니, 있던 사람 몇몇은 떠났고 새로운 사람 몇몇이 조직을 굴러가도록 빈 자리를 채워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책상을 배정받고, IT 담당 직원의 도움으로 컴퓨터를 제공받아, 그간 쌓였던 메일을 체크하고, 문서 등록대장의 문서들을 확인하고, 연간 사업계획을 살펴보고, 업무 인수인계서를 확인했다. 전임자의 뒤를 이어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부터 손을 쓰기 시작했고, 7월 안에 반드시 해내야 하는 까다로운 몇몇 일들을 추렸다. 새로운 부서원들과 식사하고, 차를 마시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나자 나는 다시금 한 명의 조직원이 되어 일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 그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절차였다.

 

   나는 틈이 나면 명상 음악을 들으며 조직원이 아닌 나 자신이 해야 하는 일들을 한다. 손으로 번역한 원고를 전자파일로 옮기고, 도서관 강의 자료를 준비하고, 학술 대회 참여를 위해 베트남에 갈 준비한다. 무엇이든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그것을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직 생활도 그렇다. 조직이 잘 굴러가는 게 중요하지, 조직 내에서 내가 높이 올라가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술, 담배를 하지 않고, 딱히 다른 취미도 없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기에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런 내게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나는 지금 매달 받는 급여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돈을 더 많이 받아서 무엇하겠는가. 그저 다른 사람들의 미움을 사지 않고 계속 내가 할 일들을 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무난하면서도 일관되게 살기 위해 나는 자주 명상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아주 소소한 나의 일들을 앞으로 꾸준히 무난하게 잘해 나가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