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후생가외(後生可畏)도 파이팅 있게

강형구 2023. 6. 24. 10:34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중에 ‘연하남’이 있다. 실제로 ‘연하남’의 유튜브 영상들은 작년에 내가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 큰 도움이 되었고,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에도 나는 그의 영상들을 수시로 보고 들으면서 큰 자극을 받는다. ‘연하남’은 사회과학 중의 한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듯 보인다. 내가 인문학을 폄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사회과학 연구자들은 이른바 ‘파이팅’이 인문학 연구자들보다 전반적으로 좀 더 강하지 않나 싶다. SCI급 논문들을 팀을 이루어 협업해서 쓴다든지, 정성적인 분석보다는 정량적인 분석을 기본으로 하는 모습을 봐도 그러하다. 또한 ‘연하남’은 포기하지 않고 근성 있게 도전하고 늘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려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참으로 배울 만하다.

 

   내 추측에 ‘연하남’은 나보다 나이가 2-3살 정도 적을 것이다. 나보다 어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게서 본받을 만한 점을 많이 찾는다. 이것이 비단 ‘연하남’에만 적용되겠는가. 나보다 어린 사람 중에서 나보다 훌륭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겠는가. 그러니 나는 나보다 나이가 적더라도 훌륭한 사람들을 존중하며 그들로부터 내가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한다. 이른바 ‘후생가외(後生可畏)’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나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와 대등한 인격체로서, 나와 동등한 대화 상대자로서 대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후생가외’가 메마른 무관심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계속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예의를 지키면서도 계속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대학의 강의도 그러하다. 교재에 있는 내용만을 학생들에게 전달한다면 학생들의 관점에서 그 강의가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럴 거라면 굳이 학생들이 ‘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다. 유튜브에 좋은 영상들이 많이 있고, 구글링하면 웬만한 고급 정보는 다 찾을 수 있다. 오히려 내 생각에 대학 강의의 중요성은 ‘오프라인 얼라잉(Off-line Allying)’에 있다. 학생들의 관점에서는 교수와의 대면 접촉을 통해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종류의 ‘협력자’를 얻는다.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학생과 교수 사이의 ‘대면 동맹’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A 대학의 교수라면, 그 교수는 A 대학이라는 사회적 운명 공동체의 리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하고 교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진출한다. 오히려 관점을 다르게 하여, 교수가 다양한 사회적 직업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교수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전공 분야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육성하는 것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학생들과 교수는 같은 운명 공동체에 속하며, 교수는 어떻게든 학생들이 졸업 후 이 사회 속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교수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의 리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와 같은 종류의 리더십이 이미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는 거다. 대표적인 예가 군대이고, 민간 기업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리더십의 형태를 대학에도 적용하자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대학은 ‘연구’ 중심의 공간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은 사회에서 잘 활동할 수 있는 ‘교양 있는 준-전문가를 양성’하는 공간이다. 대학은 좀 더 공동체 중심으로 뭉칠 필요가 있다. 내부에서의 경쟁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내부 구성원들이 독특한 정체성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연대감과 자부심을 부여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교수는 그러한 대학 공동체의 적극적인 리더이자 멘토가 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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