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가족들과의 서울 여행

강형구 2023. 8. 14. 06:19

   장모님의 생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처남과 처남댁이 수도권(인천)에 살고 있어, 이번에 겸사겸사 가족들과 장모님을 모시고 짧게 서울에 다녀왔다. 2박 3일 동안 청계산 오라카이 호텔에 머물렀는데, 숙소가 아주 깔끔하고 조식도 괜찮았다. 내가 아내와 함께 박물관업(과학관Science Museum도 일종의 박물관이다) 종사자가 된 이후, 우리 가족은 대개 주말과 휴일을 ‘박미과도(박물관․미술관․과학관․도서관)’ 방문으로 보내고 있다. 이번 짧은 여행 또한 그러했다. 첫째 날에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둘째 날에는 예술의 전당 내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셋째 날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방문했을 때는 박물관에 재직 중이신 선배님(학예연구관)께 연락을 드려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맛있는 커피를 대접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박물관 기념품도 여럿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는 유명한 동화 작가 백희나씨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서 특별히 방문했다. [알사탕], [장수탕 선녀님], [구름빵]에 등장하는 사진 속 미니어처를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특히 아이들이 좋아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관람객들이 아주 많았다. 첫째 아이와 예전에 알사탕 뮤지컬도 같이 봤었는데, 마침 8월 하순에 알사탕 뮤지컬을 대구에서 한다고 해서 쌍둥이들을 포함한 온 가족이 같이 보기로 했다.

 

   장모님께서 지금껏 국립중앙박물관에 방문하신 적이 없다기에 중앙박물관을 일정의 마지막 방문지로 택했다. 첫째 아이가 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예약했다. 아이가 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는 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아주 많았는데, 특히 잼버리에 참여한 듯 보이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가히 국제적인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중앙박물관은 그 규모가 크면서도 세련되고 현대적이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박물관임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역사를 읽는 독특하고 독창적인 시선을 읽기 힘들다는 점이 다소 아쉽기는 했다. 물론 나는 그것이 중앙박물관이 정부 소속 기관이기 때문에 비롯된 결과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숙소 옆에 있던 다소 낡은 아파트의 가격이 궁금해서 아내에게 물어보니, 그 가격이 12억 원이라고 했다. 실로 놀라운 금액이었다. 아마 삼국시대부터 국가 내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 비슷한 격차가 있지 않았을까. 아주 오래전부터 국가 내에는 ‘인재 교육 및 발굴 시스템’이 있었을 것이고, 예전에 나 또한 그 시스템 안에서 공부를 했으며, 오늘날의 많은 학생도 공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본적이 경북이고 부산에서 자라 공부했던 나는 서울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후 비수도권인 대구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여러 번 방문한 바 있는 박물관을 거닐며 나는 많은 사람 속 나를 다시금 생각했다. 40대 초반이자, 기혼에, 아이가 셋 있고, 비수도권에서 거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남자로서의 나를.

 

   서울에서 대구로 차(카니발, 9인승)를 운전하니 대략 4시간 남짓 걸렸다. 혼자서 오는 출장이었다면 그 시간이 지루했을 텐데 가족들과 함께라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니 우리 집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호텔임을 다시금 실감했다. 모든 존재들에게는 자기 자리가 있고, 대부분은 자신에게 꼭 맞는 자리에서 존재하고 있다. 행정원으로 일하다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으로 어렵사리 박사학위를 받아 계속 논문을 쓰고 책을 번역하고 있는 나를 생각하면, 나도 결국에는 나의 존재에 맞는 자리를 찾은 것 같다. 나도 언젠가 우리나라 박물관에 남길 만한 일을 하나 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걸까. 잘 모르겠다. 그냥 내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다 보면 그런 행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런 행운이 없다고 해도 사실 그다지 슬프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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