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 6

아버지와의 목욕

추석이라 어제 오후 반차를 써서 대구에서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으로 내려왔다. 차가 좀 막히긴 했지만, 저녁 6시 30분쯤 부모님 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한창 아시안 게임이 유행이라 다른 가족들은 열심히 텔레비전으로 각종 스포츠 경기들을 시청했고, 나는 며칠 전에 주문한 인공지능 관련 책을 틈틈이 읽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필수 소양이고, 특히 과학관에서 과학교육을 담당하는 중인 나로서도 꼭 익혀야 하는 지식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아버지께서 목욕탕에 가자고 하셨다.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셋째 아이인 아들 태현이도 같이 데려가려 했으나, 오늘 아침에 아이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그냥 ..

일상 이야기 2023.09.28

블로그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 블로그에 쓰이는 대부분의 글들은 저의 독백과도 같은 글이지만, 이번 글은 특별히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위해 쓰고자 합니다. 우선 저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방문해주시고 제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소 저는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이 아닙니다. 어쩌면 말로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라 이렇게 글을 통해서라도 제 자신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 표현되는 저의 모습과 실제로 만났을 때의 저의 모습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저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매우 사랑합니다. 예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당연히 사랑한다고 해서 그것을 잘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자 혹은 연구자로서의 저의 역..

일상 이야기 2023.09.23

차분한 나날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이상적인 혹은 비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할 때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지극히 현실적인 의사 결정을 일관되게 해왔다. 내가 과학고등학교를 자퇴한 것은 내신 성적이 불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과학고등학교에서 교과과정 학습이 거의 끝나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자퇴했다. 자퇴 후 나는 응시 계열을 이과에서 문과로 바꿨는데, 왜냐하면 나의 경우 이과보다는 문과 계열 과목들에서 더 성적이 잘 나왔기 때문이다. 자퇴 후 나는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대입 입시학원에 등록했다. 과학고를 자퇴했던 까닭에 나는 학원에서 다른 과학고 자퇴생들과 함께 일종의 특별대우를 받아 매달 8만 8천원만을 내고 학원에 다닐 수 있었다. 나는 대입 입시학원에 다닐 때도 학원에..

일상 이야기 2023.09.19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나는 많은 측면에서 불완전한 사람이다. 내가 정말 잘하는 일들은 얼마 없다. 예를 들어, 나는 노래를 잘하지 못하며, 운동을 잘하는 것 또한 아니다. 각종 게임을 잘하지도 못한다. 그나마 내가 잘하는 것은 책을 읽고 이해하고 요약하고 글을 쓰는 일이며, 주로 영어로 된 글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이다. 다른 일들에 관해서는 평균적인 혹은 그보다 더 못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체 ‘잘났다’라는 것이 무엇일까? 공부를 잘하는 게 잘난 것인가?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돈을 잘 벌면 잘난 것일까? 요즘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어떤 측면에서는 잘나고 다른 측면에서는 못났다. 일은 잘하지만 관계에서 젬병인 사람도 있고, 일은 못하지만 관계를 잘..

일상 이야기 2023.09.16

때로는 맹목적으로

나는 20세기 경험주의를 대표하는 과학철학자 한스 라이헨바흐(Hans Reichenbach, 1891-1953)가 1938년에 출판한 [경험과 예측]을 번역하여 최근 출판사에 넘겼다. 돌이켜보면 내가 라이헨바흐의 저술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2004년부터 시작했다. 어느덧 20년 정도가 지난 셈이다. 지금 나는 그의 유고작인 [시간의 방향]을 번역하고 있다. 한 명의 과학철학자의 여러 저술을 계속 번역하는 일은 과학철학계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지만, 철학계에서는 비슷한 일들을 종종 찾을 수 있다. 나는 철학과를 졸업했으므로, 특히 칸트 연구자이신 백종현 교수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므로, 이런 식의 연구 작업이 어색하지 않다. 동시대의 과학 지식에 대한 아주 정확한 이해를 갖춘 철학적 정신은 꼭 필요하..

나답게 살되, 욕심을 줄이고 적을 만들지 않는다

살다 보면 참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난다.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대체 나는 왜 이런 사람인가 싶다. 나는 어쩌다가 이런 사람이 되었나. 거듭 생각해봐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참 여러 일들이 일어난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러나.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나. 왜 저 사람은 그런 사소한 일 때문에 그토록 과도한 힘과 열정을 소모하는가. 내가 아주 어린 학생 시절부터 억울함을 느꼈던 것도 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목소리를 드러내서 적극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저 미련한 곰처럼 나는, 공부를 해야 할 때는 그냥 말없이 공부했고, 세상에서 정해 놓은 여러 규칙을 순순히 따랐다. 그래도 나에게 고집은 있었고, 그 고집은 센 편이었다. 나..

일상 이야기 2023.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