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강형구 2023. 9. 16. 07:37

   나는 많은 측면에서 불완전한 사람이다. 내가 정말 잘하는 일들은 얼마 없다. 예를 들어, 나는 노래를 잘하지 못하며, 운동을 잘하는 것 또한 아니다. 각종 게임을 잘하지도 못한다. 그나마 내가 잘하는 것은 책을 읽고 이해하고 요약하고 글을 쓰는 일이며, 주로 영어로 된 글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이다. 다른 일들에 관해서는 평균적인 혹은 그보다 더 못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체 ‘잘났다’라는 것이 무엇일까? 공부를 잘하는 게 잘난 것인가?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돈을 잘 벌면 잘난 것일까? 요즘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어떤 측면에서는 잘나고 다른 측면에서는 못났다. 일은 잘하지만 관계에서 젬병인 사람도 있고, 일은 못하지만 관계를 잘 맺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그런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기준은 가능하다. 과연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없는가? 이 기준은 비교적 명확하다. 예를 들어, 과학관에서 교육해서 교육 인원과 수익금 실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 없는가? 달성하면 잘한 것이고, 달성하지 못하면 잘 못한 것이다. 물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부정한 수단을 썼다면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되겠지만,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 규칙을 잘 지켰다면 어떤 방법과 수단을 쓰든 상관이 없다. 직장인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여부’다. 이때 그 사람 개인의 능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개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조직 생활에서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나의 능력만으로는 못하는 일들을 해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 독자들은 내가 너무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이른바 한국의 교육 체제에 익숙해져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높은 성적을 받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공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힘을 빌려 자기가 속한 조직에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퍽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이른바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비교적 독립적인 방식으로 자기의 일을 수행하며 사회생활을 한다. 하지만 이런 전문 직종의 사람들은 전체 인구에서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중요한 일을 하기는 하지만 집단적인 협업이 필요한 일을 원활하게 해내지는 못한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은 조직 생활을 하며,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인정받고 일하는 것이 그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조직에 소속되기 이전에 어떤 학력과 경력을 갖추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혹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인정받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이전 학력과 경력은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조직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아주 사소한 일일 뿐이다. 모든 공식적인 일은 보고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일을 해 나간다. 이런 협업의 과정은 결코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각자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부대끼며 일을 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을 하는 기계가 아니므로, 육체적으로 지칠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 다른 사람과 맞지 않거나 심지어는 다툴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을 미세하게 조율해나가며 굴러가는 것이 조직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인정받아온 나는, 지난 11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직 생활이 가장 어려웠다. 일의 내용 그 자체는 어렵지 않았으나 늘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협업하여 일을 해 나가는 과정이 어려웠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나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공부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의 협업을 배우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