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블로그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강형구 2023. 9. 23. 10:07

   제 블로그에 쓰이는 대부분의 글들은 저의 독백과도 같은 글이지만, 이번 글은 특별히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위해 쓰고자 합니다. 우선 저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방문해주시고 제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소 저는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이 아닙니다. 어쩌면 말로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라 이렇게 글을 통해서라도 제 자신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 표현되는 저의 모습과 실제로 만났을 때의 저의 모습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저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매우 사랑합니다. 예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당연히 사랑한다고 해서 그것을 잘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자 혹은 연구자로서의 저의 역량은 너무나 부족합니다. 둘째, 저는 탁월함을 추구하지 않으며, 저의 평범함을 받아들이면서 제게 맞는 방식으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연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탁월함을 추구하는 연구자분들께는 제 사례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저는 가장 우선적으로 제 자신과 저의 가족들을 위해 글을 씁니다. 실제로 제 블로그에 쓰이는 글들은 학술적인 가치가 별로 없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아내와 아이들을 포함하는 저의 가족들에게는, 먼 훗날 제가 생을 마감하고 난 뒤, 이 글들이 약간의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저는, 이토록 지극히 개인적인 글들이기 때문에 저의 가족이 아닌 다른 분들에게도 제 글들이 독특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껏 너무나 평범하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 기억에 저는 고등학생이 된 이래로 제가 속한 집단에서 특별히 주목받거나 잘 한다고 인정을 받은 일이 없습니다. 과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는 늘 주변에 저보다 지성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이 많았고, 육군과 직장에서는 저보다 실무를 잘 하고 인간관계도 잘 맺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늘 제가 소속된 집단에서 평균이거나 그 이하로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유일한 장점인 근성과 고집이 있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해 나갔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과학사 혹은 과학철학 분야에서 진정으로 뛰어난 연구자 혹은 학자가 되시려는 분들은 제 블로그에 찾아오시는 게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저의 사례는 진정한 연구자에게 참고가 될 만한 사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군대를 가지 않고 계속 공부를 했었다면, 휴학과 취직을 하지 않고 계속 공부를 했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가버렸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저는 학문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계속 연구를 이어나가기를, 연구에 전적으로 집중하기를 권합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하는 연구는 제대로 된 연구가 되기 매우 어렵고, 그 질적인 수준도 퍽이나 떨어질 것입니다.

 

   저는 ‘성공하지 못한’ 학자이지만, 여러 선후배님들의 도움으로 ‘실패’만은 가까스로 면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논문이지만 겨우 박사학위를 받았고, 우리나라 과학철학의 발전을 위해 몇 가지 일들 또한 제게 맡겨주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렇게 저를 배려해주시는 것에 대해 너무나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앞으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봉사하고 섬긴다는 마음으로 제가 몸담고 있는 학회의 발전을 위해서 일할 것입니다. 또한 늘 저 자신의 부족함을 잊지 않고 겸손함을 거듭 되새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블로그 독자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 나갈 것입니다. 그것이 제게 살아가는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제 블로그에 계속 찾아오시라는 말씀보다는, 여러분도 여러분을 살아가게 해 주는 일을 계속 꾸준히 하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역동적인 세계 속에서 살고 계시는 여러분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