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나답게 살되, 욕심을 줄이고 적을 만들지 않는다

강형구 2023. 9. 1. 22:07

   살다 보면 참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난다.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대체 나는 왜 이런 사람인가 싶다. 나는 어쩌다가 이런 사람이 되었나. 거듭 생각해봐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참 여러 일들이 일어난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러나.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나. 왜 저 사람은 그런 사소한 일 때문에 그토록 과도한 힘과 열정을 소모하는가.

 

   내가 아주 어린 학생 시절부터 억울함을 느꼈던 것도 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목소리를 드러내서 적극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저 미련한 곰처럼 나는, 공부를 해야 할 때는 그냥 말없이 공부했고, 세상에서 정해 놓은 여러 규칙을 순순히 따랐다. 그래도 나에게 고집은 있었고, 그 고집은 센 편이었다. 나에게는 하나의 큰 원칙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것이었다.

 

   남과 경쟁해서 남을 이기는 것은 내 적성에 정말 맞지 않았다. 나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하길 원했지만, 이 공부를 통해 다른 사람을 이기고 높은 명성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겨우 대학을 졸업했듯, 나는 겨우 대학원을 졸업했다. 매년 겨우 논문을 한두 편씩 쓰고 있다. 나는 착실하고 성실하게 연구하는 것에 가치를 두지, 정말 훌륭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논문을 쓰는 것에 가치를 두지는 않는다. 당연히 이런 내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른 것도 아니다. 실제로 나는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왜 과학철학을 하는 사람이 과학철학을 ‘잘해야’ 하는가? 좋아하면 그냥 자기 방식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물론 자기 방식대로 하는 그것이 객관적인 기준에서 보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대수인가? 그냥 자기 방식대로 즐기면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수학이나 물리학도 마찬가지다. 수학을 좋아하면 그냥 수학을 하면 되지, 왜 그것을 굳이 ‘잘해야’ 하나? 물리학도, 철학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사람으로 평생 남는다 해도, 왜 그게 문제인가? 그냥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실제로 나는 지금껏 이런 마음으로 공부를 해왔다. 성적이 잘 나올 때도 있었지만 못 나올 때가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그냥 우연일 뿐이었다. 때때로 사람들은 나에게 잘한다고 말해 주었지만, 사람들이 나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나는 많은 경우 주목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이목을 끌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그저 그러려니 하고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오히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가운데에서 나의 일을 하는 것에 잘 적응해온 듯싶다.

 

   이런 적응 과정에서 중요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욕심을 줄이라는 거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호불호가 있는 법이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겸손이다. 겸손은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것인데, 이것은 능력이 아니라 일종의 태도다. 왜냐하면 아주 뛰어난 사람도 겸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겸손한 태도가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 겸손은 필수다.

 

   왜냐하면 겸손해야 적을 만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싫더라도 겸손함을 유지하면 상대를 적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스스로 낮추지 않고 기어코 상대를 이기려고 하면 상대를 적으로 만들게 된다. 상대를 적으로 만들면 상대와의 싸움에 집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가 원래 하고자 했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저 자기 일을 자신의 방식대로 하면 될 뿐이지 그것을 굳이 ‘잘할’ 필요도 없고 그것으로 ‘남을 이길 필요도 없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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