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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나지는 않되 독립적인 개인

나는 나 스스로를 사람에 비유하는 것보다는 다른 동물에 비유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예를 들어 나는, 나 자신을 덩치가 중간만한 야생 곰으로 생각하곤 한다. 곰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 어미 곰과 애비 곰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상상해보라. 실제로 곰 같은 나를 키우기 위해 나의 부모님은 적지 않은 고생을 하셨다. 나는 곰처럼 우직하면서 고집이 세고 독립심도 강한 편이라, 대학 이후에는 그럭저럭 나 스스로 내 앞가림을 하며 살아왔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볼품 있고 영리한 곰인 것은 아니다. 다만 생존을 다른 생명체에 의존하지 않으며, 부유한 상태에서 종속적으로 살기보다는 가난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살기를 원하는 평범한 한 마리의 야생 곰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비유일 뿐이라, 다른 비유를 사용하여 ..

일상 이야기 2018.05.20

과학관에서 학예사로 살기

대학원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했던 내가 학교를 나와 처음 취직한 곳은 공공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이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5년 6개월 일한 후, 나는 나의 전공을 살리고 좀 더 나답게 살기 위해 작년 7월에 국립대구과학관으로 이직했다. 이직한 나를 맞아주었던 것은 수장고 한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던 32점의 구식 저울들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과연 이 저울들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계속 저울들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묻고 책도 읽고 하다 보니 저울들에 숨겨져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찾았다. 그런 이야기들을 내 나름대로 풀어내어 ‘저울, 질량을 말하다’라는 어설픈 첫 전시를 열었다. 최근에는 ‘땅!땅!땅! 세상을 흔들다’라는 제목의 지진재난특별전을 시작했다. 대구경북 지역의 거점 ..

일상 이야기 2018.05.15

2018년 서울여행(4)

(2018년 1월 8일) 서울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아내와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토요코인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7시 20분에 토요코인 앞에 정차한 김포공항행 리무진에 탑승했다. 8시 20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영화 [1987]을 보기 위해서 롯데시네마로 서둘러 이동했다. 영화는 2시간이 넘게 진행되었다. 이 영화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 간선제를 유지하려는 군사 정부의 호헌 조치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궐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내용은 바람직하고 좋았으나, 선과 악의 구분이 너무나 뚜렷하고 이미 정해진 결말을 상투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곧바로 부산행 비행기 탑승 수속에 들어..

일상 이야기 2018.02.18

2018년 서울여행(3)

(2018년 1월 7일) 어느덧 서울여행 3일차가 시작되었다. 2018년 1월 7일 일요일 아침,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찍 일어나 7시에 맞춰서 호텔 로비로 나갔다. 로비에서의 아침 식사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여행 3일차에 우리는 서울 중심가 위주로 돌아다니기로 했고, 우리가 제일 먼저 선택한 목적지는 바로 덕수궁이었다. 덕수궁 안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신여성, 도착하다]라는 전시를 하고 있었고, 아내에 따르면 전시는 9시 30분부터 시작이었다. 덕수궁이 9시부터 운영을 시작하기에, 우리는 9시에 맞춰서 덕수궁으로 갔다. 덕수궁 내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전시를 관람할 예정이었다. 9시에 입장권을 구입해서 아내와 나는 덕수궁 안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몹시 추웠다. 오래간만에..

일상 이야기 2018.02.18

2018년 서울여행(2)

(2018년 1월 6일) 아침 일찍 일어난 나와 아내는 몸을 씻고 조식을 먹기 위해 정확히 오전 7시에 토요코인 로비로 나갔다. 예상했던 것처럼 토요코인에서 제공하는 조식은 깔끔하면서도 푸짐했다. 잘게 자른 사과, 주먹밥, 쌀밥, 된장국, 각종 반찬에다 서양식 아침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토스트, 잼, 오렌지 주스도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매우 만족하면서 아침 식사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로비에서 식사를 끝내고 무료로 제공되는 모닝커피 한잔을 마시며 경쾌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2일차 여행의 첫 번째 일정은 과천에 있는 국립과천과학관을 방문하는 일이었다. 아내와 함께 서울에서 지낼 무렵(2012년~2013년), 아내는 과천과학관에서 1년 정도 일을 했다. 아내가 과천에서 일을 할 때 나 역시 아내를 ..

일상 이야기 2018.02.18

앤드루 로빈슨 지음, [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발췌

① 1장: 세상, 흔들리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영국에도 지진이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지구상의 어떤 지역도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둔하고 무딘 영국조차도 말이다. (18쪽) 하지만 1923년 간토 대지진이 일어났을 무렵에는 서양의 개념과 과학이 빠르게 퍼져서 옛날 전설을 믿는 일본인들이 거의 없어졌다. 나마즈에가 쏟아져 나왔던 1855년과 비교하면 1923년에는 거의 팔리지 않을 정도였다. 초자연적인 메기 대신 많은 도쿄 주민들은 조선인 이민지 집단으로 비난의 눈길을 돌렸다. 화재 이후, 조선인들이 불을 질렀으며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이 검게 탄 도시를 휩쓸었다. 심지어는 일본 황가를 암살할 계획이라는 이야기까지 실렸다. 그 이후 6천 명에서 1만 명 사이의 조선인..

과학관 이야기 2018.01.13

2018년 서울여행(1)

(2018년 1월 5일) 2018년 2월 중순이 되면 아내가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복직하기 전에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싱가포르에 다녀오기에는 경비가 비쌌고, 일본에는 작년 여름에 다녀왔다. 휴양여행은 어떻겠냐고 아내에게 물으니 아내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작년 봄에 그랬던 것처럼 함께 서울에 다녀오기로 했다. 작년 봄에 지윤이를 장모님께 잠시 맡겨두고 서울에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부산에 계신 부모님의 신세를 지기로 했다. 1월 4일(목) 퇴근하고 난 후에 우리 가족은 부산으로 내려가 명륜동에 계신 부모님 댁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1월 5일 아침에 아내와 나는 부모님 및 지윤이와 인사하고 8시 55분에 출발하는 KTX(고속열차)를 타러..

일상 이야기 2018.01.10

한국농업기계학회, [한국 농기구 도감] 발췌(2)

한국 농기구 도감 (한국농업기계학회, 건일문화, 2001년) ◎ 제3편: 현대의 농기계 (류관희․금동혁․이규승) : 현대의 농기계란 내연기관, 전동기 등의 기계적 동력을 이용하는 농업기계를 의미한다. 순번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1 농업동력, 농장정비 및 운반용 기계 농업동력 농용 기관 2 동력 경운기 3 농용 트랙터 4 관리기 5 농장정비용 기계 농용 굴삭기 6 논두렁 조성기 7 적재 및 운반용 기계 로더 8 스키드 로더 9 트레일러 10 농용 운반차 11 노지작물 생산용 기계 파종 및 이식 준비 작업용 기계 쟁기 12 원판 쟁기 13 회전경운작업기 14 무논 정지기 15 원판 해로우 16 배토기 17 휴립기 18 비닐피복기 19 휴립․비닐피복기 20 심토파쇄기 21 발근기 22 파종 및 이식용 기계 이..

과학관 이야기 2018.01.09

한국농업기계학회, [한국 농기구 도감] 발췌(1)

한국 농기구 도감 (한국농업기계학회, 건일문화, 2001년) ① 제2편: 재래의 농기구 (박호석, 농협대 농업기계학 교수) : 동력을 이용하는 농업기계가 도입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재래로 사용된 전통농기구는 통일신라시대에 들어와서 그 기본적인 종류와 형태가 갖추어 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당시의 재배작물의 종류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우리 농업의 중심인 벼농사가 이 시기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 ... 우리 나라의 150여종의 재래농기구를 모두 16가지의 쓰임새로 구분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순번 구분 명칭 비고 1 갈이 연장 따비 2 쟁기 3 극젱이 4 괭이 5 가래 6 삽 7 삶이 연장 써레 8 쇠스랑 9 곰방메 10 번지 11 나래 12 고무래 13 발..

과학관 이야기 2018.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