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 이야기

앤드루 로빈슨 지음, [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발췌

강형구 2018. 1. 13. 11:31

 

1: 세상, 흔들리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영국에도 지진이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지구상의 어떤 지역도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둔하고 무딘 영국조차도 말이다. (18)

  

   하지만 1923년 간토 대지진이 일어났을 무렵에는 서양의 개념과 과학이 빠르게 퍼져서 옛날 전설을 믿는 일본인들이 거의 없어졌다. 나마즈에가 쏟아져 나왔던 1855년과 비교하면 1923년에는 거의 팔리지 않을 정도였다. 초자연적인 메기 대신 많은 도쿄 주민들은 조선인 이민지 집단으로 비난의 눈길을 돌렸다. 화재 이후, 조선인들이 불을 질렀으며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이 검게 탄 도시를 휩쓸었다. 심지어는 일본 황가를 암살할 계획이라는 이야기까지 실렸다. 그 이후 6천 명에서 1만 명 사이의 조선인들이 일본인 자경단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들 가운데 일부는 국수주의 군인과 경찰의 묵인 아래 벌어졌다. 살해된 조선인들의 정확한 숫자는 1923년 이후 공식적인 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았다. (26)

  

   지진의 역사를 바탕으로 보면, 세계 전역 호주를 제외한 모든 대륙, 60개 이상의 대도시에서 앞으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30)

 

2: 신이 분노하는가?

  

   18세기 중반 지진으로 인한 리스본의 참상은 당시 유럽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20세기 중반 히로시마 원폭 피해가 일으킨 정신적 충격에 비할 만큼 큰 충격을 주었다. (49)

  

   1755년의 격렬한 진동은 111일 아침 930분 경부터 시작되었다. 1923년 도쿄의 간토 대지진이 4, 5분 정도, 1994년 캘리포니아 노스리지 지진이 8초 정도 그리고 1884년 콜체스터의 영국 대지진이 5초 정도 흔들렸는데, 이날의 지진은 10분이나 지속되었다. 지진은 약 1분 이내의 간격으로 나누어진 세 번의 뚜렷한 진파가 있었고, 그 중에서 두 번째 진파가 가장 강력했다. 후에 지진학자들이 파괴된 정도를 증거로 추정해본 결과 규모 8.5~8.8 정도로 여겨졌다. 겨우 15분 정도의 시간에 대도시 하나가 폐허가 되었다고 영국 영사는 적었다. 진동은 낮부터 밤까지 25분 이내의 간격으로 계속되었고, 일주일 후인 118일에 가장 큰 여진이 일어났다. 1761년에도 또 한 번 큰 지진이 일어났다. 지진은 최소한 3, 아마도 5분 정도 도시를 흔들었고 그 사이에 1755년에 무너졌던 잔해 대부분이 완전히 내려앉고 말았다. (57)

  

   리스본의 파도는 높이가 12m에 이르렀고 물가에서 180m 떨어진 길거리와 광장, 정원까지를 전부 집어삼켰다. 그 뒤에도 파도는 두 번이나 더 몰아쳤다. (59)

  

   ...대지진 이후 최초로 체계적으로 자료가 수집되었다... 지진 역사학자 찰스 데이비슨은 리스본 지진이 현대의 과학적 방식으로 조사된최초의 지진이었다고 말했다. (66)

 

3: 지진, 학문이 되다

  

   이제 과학의 한 분야가 된 지진학의 시작은, 18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런던에 지진이 일어나고 그 결과 왕립학회에서 논문을 냈으며, 리스본에서 1755년 지진이 일어나 피해를 입은 교구에서 포르투갈 정부의 질문지에 답을 했고, 특히 1760년 천문학자 존 미첼이 왕립협회에서 지질학 논문을 출간한 시기이다. (74)

  

   그 사이 17832월과 3월에 나폴리 남쪽에 있는 이탈리아의 발가락’, 칼라브리아에서 여섯 번의 끔찍한 지진이 일어나면서 세계 최초로 순회하는 지진대책위원회가 발족되었다. (75)

  

   ...기록이 좀 더 다듬어지려면 185712월 중순, 나폴리와 좀 가까운 지역에서 또 다른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뛰어난 아일랜드인 토목기사이자 왕립학회 회원이기도 했던 로버트 말레(Robert Mallet)는 즉시 관심을 가졌다... 그의 세계 지진 목록에는 6,831개의 지진과 날짜, 장소, 진동의 횟수, 지진파의 추정 방향과 지속시간 그리고 연관 결과 기록까지 포함되어 있다. (77)

  

   ...(그는) 왕립학회에 두 권 분량의 연구집, 1857년 나폴리 대지진: 관찰 지진학의 제1원리(Great Neapolitan Earthquake of 1857 : The First Principles of Observational Seismology1862년에 출간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지구의 특정 지대에 지진이 집중되어 있음을 최초로 보여주는 자료인 세계 지진 강도 지도를 출판했다. (81)

  

   지진의 진도와 일반적으로 신문에 실리는 규모를 헷갈려서는 안 된다. 둘 다 지진의 크기를 가늠하는 척도이지만, 규모가 지진계의 진자 진동을 통해 계산하는 수치인 반면, 진도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에 가해진 눈에 보이는 손상과 균열 같은 지표면의 변화 그리고 직접적인 보고를 기반으로 평가된다. (81)

  

   말레의 작업 이후 지진 규모를 측정하는 일을 포함하여 지진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현대적인 지진계의 개발이 요구되었다. (83)

  

   제일 초기 지진계는 2천 년 전, 고대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것은 132년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장형이 만든 후풍지동의이다. (86)

  

   최초의 지진계는 1751년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비나(Andrea Bina)가 만든 것으로 지면과 추의 상대적인 움직임을 기록했다. (88)

  

   하지만 최초의 현대적 지진계, 즉 움직이는 표면에 시간별로 수평 진동과 수직 진동 모두를 기록할 수 있는 기구는 1875년이 되어서야 등장했다... 사실 체키의 지진기록계 이래로 살아남은 최초의 지진계는 1887년에 만들어졌다. 1880년대에는 일본에서 지진계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88)

  

   ...일본의 지진학은 일본인들이 아니라 지질학이나 광산학, 토목공학 같은 관련 과목 외국인 교수들에 의해 시작되었고, 그들 대부분이 영국 출신이었다. 결국에 1886, 도쿄 제국대학에 세계 최초로 지진학 강좌가 신설되었고, 그 교수로는 밀른의 제자였던 세키야 세이케이가 선임되었다. (90)

  

   ...일본의 외국인 교수들 가운데 밀른은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광산학과 지질학 교수... 1880년에 도쿄-요코하마에 강력한 지진이 있은 후 밀른은 일본에 지진학회를 설립하도록 촉구했고... 지진학을 연구하는 세계 최초의 단체였다. (90)

  

   ...1880년의 지진은 일본에서만 생길 수 있는 불화를 만들었다. 나무로 지은 일본 전통 가옥의 옹호자들과 벽돌과 돌로 짓는 현대적인 서구식 건물의 옹호자들 사이에 싸움이 생긴 것이다. (92)

  

   ...1880년대에 밀른은 기상학자들과 전신기사, 군대와 정부 관료들의 도움으로 일본 전역에 지진을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94)

  

   ...1891년 밀른은 마침내 1857년에 말레가 이탈리아에서 조사했던 지진과 맞먹는 엄청난 지진을 일본에서 경험했다. 이 지진은 일본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노비평야에서 일어났고, 오늘날에는 노비 대지진이나 좀 더 흔하게는 미노-오와리 지진이라고 불린다. (95)

  

   ...20세기 초 지진학은 점차 지구물리학이라는 넓은 분야의 일부로 여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왜 지진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보편적인 이론은 없는 상태였다. 도쿄 지역에서 미래에 일어날 지진에 대한 오모리의 예측은, 곧 보겠지만, 끔찍할 정도로 틀렸다. (101)

 

4: 대학살의 서막이 오르다

  

   1855년 안세이 지진... 안세이 지진이 사회적 불만과 뒤이어 막부 체제를 전복시키고 1868년 메이지 왕정을 복구한 일본의 주된 근대화 운동 이유라고 하는 것은 조금 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마즈에에 담긴 위험한 메시지를 보면 꽤 큰 역할을 했음에는 분명하다. (106)

  

   ...도쿄 제국대학의 오모리 후사키치 교수와 그의 동료이자 조교수인 이마무라 아키츠네라는 당대 일본의 지진학자들 사이에 전설적인 불화를 일으켰다고 나온다. (106)

  

   ...오모리는 수도 아래에 있는 지질학적 단층에서 일어나는 정기적인 지진활동이 도쿄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감시킨다고 보았다. 그는 작은 지진들이 지진응력이 위험할 정도로 쌓이는 것을 해소해준다고 생각했다. (106)

  

   ...1905년 유명 저널에 실린 사설에서 이마무라는 50년 안에 도쿄에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으며, 도시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또한 그는 도쿄에 목조건물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지진으로 화재가 나서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07)

  

   ...자신의 가설에 따라 오모리는 이 지진들, 특히 세 번째 지진이 도쿄 아래 있는 단층의 지진응력을 해소해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도는 이제 안전할 것이다. (108)

  

   ...192391... 간토 대지진... 간토 대지진의 역사적 중요성에 관해서는 1855년 안세이 지진 때와 마찬가지로 의견이 갈린다. 경제적으로 보면, 지진은 일본 국민총생산을 40퍼센트나 악화시켰다. 1926년 지진을 다룬 정부 보고서에 이렇게 나와 있다. ‘제국의 수도인 도쿄가 거의 궤멸했고, 우리의 제1항구인 요코하마가 완전히 파괴된 탓에 나라는 끔찍한 상처를 입었고 이것은 쉽게 복구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쓰이고 겨우 4년 후인 1930년에 도쿄 재건은 공식적으로 완료되었다. (124)

  

   ...도쿄를 잘 아는 기자 피터 해드필드는 다가오는 도쿄의 지진을 다룬 그의 책, [세계를 바꿀 수 있는 60]에서 도쿄 재건은 경제 위기를 촉발시키고, 이는 대공황으로 더 악화되어 결국 군사정권이 완전히 권력을 거머쥐게 되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125)

 

5: 흔들림의 크기를 측정하다

  

   ...과학적인 기준으로 지진을 측정하는 주된 방법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진도와 규모 그리고 진앙이다. (127)

  

   ...이제 이 척도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이야기하고, 지진 측정이 20세기 동안 어떻게 진보했는지 살펴보려 한다. (127)

  

   ...지진파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지하에 있는 지진의 중심점(소위 진원)에서 곧장 위에 있는 지표면(진앙)으로 퍼져나가는 중심파(실체파)가 있고, 중심파의 일부가 지면에 도착한 다음 변형해서 생기는 표면파가 있다. 중심파는 일차파(P)와 이차파(S)로 이루어진다. 두 가지 주된 표면파인 러브파와 레일리파는 각각 1911년과 1885년에 이 파를 구분해낸 수학자인 A. E. H. 브와 레일리 경으로 불리는 물리학자인 존 윌리엄 스트럿의 이름을 땄다. (132)

  

   ...P파는 최대 초속 6.5km로 더 빠르게 움직인다... P파는 음파처럼 응축되어 있어서 바위와 액체를 지나갈 때는 같은 방향으로 압축 및 팽창시킨다. 그리고 표면에 도착하면 지면과 지진기록계를 주로 수직 방향으로 흔든다. (132)

  

   ...반면 S파는 왜곡되어 있다. 이 지진파는 전파처럼 양옆으로 파동을 가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더 느리고 액체를 통과해서 갈 수 없다... 그리고 지면을 수직과 수평, 모든 방향으로 흔든다. 건물들은 수평응력을 별로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P파보다 S파에 훨씬 큰 피해를 입는다. (134)

  

   ...지진기록계에 나오는 특정 지진의 P파와 S파 도착 간격을 사용하면 진앙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이론상 진원을 삼각측량하기 위해서는 세 군데 이상의 각기 다른 지역에서 측정한 지진기록이 필요하다. (134)

  

   ...간단하게 말하면, 이 방법은 지진의 진앙이 지진기록계에서 멀면 멀수록 빠른 P파와 느린 S파의 도착 간격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기초로 한다. (135)

  

   ...규모 측정법... 진앙에서 관찰자까지의 거리에 따라 다양하게 나오는 여러 가지 진도계급 대신에 각각의 지진에 딱 하나의 숫자를 부여하는 계급을 어떻게 고안하느냐 하는 거였다. (139)

  

   ...지진의 크기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리히터는 최대 진폭을 10을 밑으로 하는 로그로 표현해서 숫자를 줄이기로 했다. (139)

  

   ...리히터는 또한 진앙에서 100km를 기준 거리로 정했다. (140)

  

   ...지진의 규모가 1이 커지면 진폭은 10배 증가한다. (141)

  

   ...더 중요한 것은 리히터의 규모계급이 원래는 전 세계의 모든 지역, 모든 크기의 지진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둘째로 이 규모계급은 약 5.5 규모 이하의 지진에서만 제대로 계산할 수 있었다. (143)

  

   ...오늘날 주로 쓰이는 규모계급은 전문적으로는 모멘트 규모(moment magnitude)’라고 하는데, 리히터 규모처럼 1차 함수가 아니라 로그 함수이다. (143)

  

   ...리히터 규모 대신 지진 모멘트와 모멘트 규모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단층의 결합 구조를 조사하는 현장 지질학자들과 지진기록을 분석하는 지진학자들 모두가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144)

  

   ...모멘트 규모가 과거 규모계급과 거의 동일하다고는 해도, 이것을 도입하면 과거에 일어났던 지진 규모는 조금 격하된다. (145)

  

   ...표준 지진 규모계급 대신에 존스턴의 소위 지진 강도계급은 규모 5.0의 지진을 피해를 입기 시작하는 시초로 강도 1로 잡는다. (147)

  

   ...존스턴의 계급에서는 또한 지진으로 인해 방출된 에너지를 다른 종류의 자연재해에서 방출된 에너지와 비교해준다. (147)

 

6: 땅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지진 측정 기술은 꾸준히 진보했지만, 지진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은 별로 큰 발전을 보이지 못했다. 그나마 1960년대에 생겨난 판구조론이 지진 발생을 거시적인 면에서 성공적으로 설명해준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미시적인 면, 다시 말해 지진이 일어날 때 지하의 바위들은 어떻게 되는지 같은 것들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 일어난 후에 제시된 한 세기 전의 이론에 지금까지 의존하고 있다. 단층에 관한 모든 오류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149)

  

   ...화산을 신중하게 연구하면서 화산 활동이 지진과 별로 관계가 없으며, 지진은 종종 화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곤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50)

  

   ...1905년 밀른의 동료 찰스 데이비슨은 이렇게 썼다. ‘구조지진이 단층의 구성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제 확실해진 것 같다.’ (150)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은 435km로 측정되는 엄청난 표면 파열을 일으켰다... 미국인 지구 물리학자 해리 필딩 리드는 탄성 반발이라는 메커니즘을 내세웠다. (151)

  

   ...리드는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두 단층사면 사이의 마찰력이 단층 일부를 맞물려 놓고, 사면이 서로 쓸리면서 움직이면 단층이 변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단층이 서로 끊기고 튕겨 나왔다가 자시 탄성반발로 압력이 덜한 형태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표면 파열과 끊김이 생긴다. (154)

  

   ...(대륙이동설) 1912년 초에 이 이론을 발표한 베게너는 1915년 독일에서 마침내 이를 다룬 책을 출간했다. 10년 후에는 [대륙과 바다의 기원]이라는 제목으로 영어판을 내놓았다. (156)

  

   ...그러다가 1960년대에 다양한 연구를 통해 베게너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증거들이 쏟아지면서 지구과학에 혁명이 일어났다. (158)

  

   ...1965년 캐나다의 지구물리학자 존 투조 윌슨(John Tuzo Wilson)은 단단한 대륙이 말랑말랑한 지각을 지나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이동한다는 베게너의 가설 대신, 지구의 지각이 여러 개의 크고 단단한 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165)

  

   ...윌슨은 판이 다른 판들과 세 종류의 경계를 만든다고 적었다. 두 개의 판이 자라나는 곳에 생기는 해령/열곡, 판이 두 번째 판 밑으로 잠기며 파괴되는 곳에 생기는 해구, 그리고 두 개의 판이 부딪치지만 사라지지도, 커지지도 않는 곳에 생기는 변환단층(transform faults)’이다. (165)

  

   ...오늘날 과학자들은 일곱 개의 주요 판이 있다고 설명한다. 태평양판, 인도-호주판, 유라시아판, 아프리카판, 북아메리카판, 남아메리카판과 남극판이다. 아라비아판 같은 작은 판들도 많이 있으며, 그 정확한 숫자와 모양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평균 판의 두께는 약 100km에 달한다. 알려진 판 구조 경계의 90퍼센트 이상이 해저에 있다. (165)

  

   ...세계 지진의 대다수는 판 경계에서 일어난다... 이 광범위한 섭입 지역에서는 판이 더 깊이 가라앉을수록 더 진원이 깊은 지진이 일어난다. (170)

  

   ...첫 번째로 무엇이 판을 움직이게 만들고 언제 이런 과정이 시작되었을까? (171)

  

   ...이것이 지구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계속 일어났던 걸까, 아니면 간헐적으로 일어난 걸까? (174)

  

   ...오늘날 지구물리학자들은 물이 담긴 냄비 아래의 불처럼, 맨틀과 지구 중심에서 지각 위로 솟구쳐 나온 열기와 용해된 바위를 들어 판구조론을 설명하려고 한다. (174)

  

   ...두 번째는 판구조론에 따르면 현대의 지진과 화산활동에는 비정상적인 면이 굉장히 많다. 판내지진(intraplate)을 생각해보자. (174)

  

   ...많은 지진의 진원이 굉장히 깊이 자리한 것도 의문점 중의 하나이다. 섭입론은 합리적인 설명처럼 보이지만, 뚜렷한 섭입이 일어나지 않는 장소에서 깊은 지진이 정기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이다. (175)

 

7: 부인하거나 혹은 잊어버리거나(캘리포니아 샌 안드레아스 단층의 수수께끼)

  

   샌 안드레아스 단층의 지질학적 기원에 대해서는 1965년 판구조론의 선구자 존 투조 윌슨이 훌륭한 가설을 제시했다. 그는 단층이 태평양판 내에서 두 개의 확장 해령 사이에 위치한 변형단층이라고 여겼다. (177)

  

   1989년 지진은 샌 안드레아스 단층의 북부 구획 가장 남쪽 부분 40km가 파열되며 일어났다. 63명이 사망했고, 4천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가옥 1천여 채가 부서졌고 더 많은 수가 손상을 입었다. 가옥 1천여 채가 부서졌고 더 많은 수가 손상을 입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만(특히 마리나 지역에서) 최소한 60억 달러의 재산 피해가 일어났으며, 몇몇 보고서에서는 훨씬 더 많은 금액으로 보고 있다. (182)

  

   답을 고르는 것이 어려운 주된 이유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지진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설명해주는 탄성반발모형(1906년 지진 때에 생겨난)을 제대로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184)

  

   ...모형과 현실이 어긋난 또 다른 부분은 파열의 속도이다... 하지만 목격자들의 진술을 통해서 이 과정이 탄성반발로 가능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단층은 예상보다 훨씬 쉽게 이동했다. (186)

  

   ...샌 안드레아스를 수년간 겪어온 스탠포드 대학의 지구물리학자 마크 조백(Mark Zoback)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지진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감도 못 잡고 있다.’...‘단층이 정확히 언제, 어떻게 갈라지는가? 왜 지진이 멈추는가? 균열이 어떻게 복잡한 단층대를 따라 움직이는가?’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수잔 휴는 자신의 책 [세상을 뒤흔드는 과학 : 우리가 지진에 대해 아는 것]에서 이야기한다. (187)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모형들이 한 가지 사실만은 동일하다. 단층 옆 부분 사이에 뭔가가 있어서 윤활제 역할을 해 그것을 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188)

  

   ...윤활제는 물일 수도 있다. 침식으로 드러나는 단층의 형태를 보면, 단층 안쪽 깊은 곳에 물이 풍부하게 있을 것이다. (189)

  

   ...그랬더니 높은 간극수압과 지진활동의 증가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190)

  

   ...오늘날 캘리포니아에서는 지진학자들과 지구물리학자, 공학자, 건축가, 보험업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잘못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199)

 

8: 예측 불가능한 것을 예측하라(지진예측)

  

   지진학 전문가들은 대지진이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하는 데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긴 하지만, 이런 사건이 언제일어날지는 여전히 그들의 예지 범위 밖에 있다. (205)

  

   과학자들 사이에서 조금이나마 신뢰를 얻은 유일한 지진 예측은 1975년 중국 하이청 지진이다. (206)

  

   그날 차오 시안칭은 지진이 오후 8시 이전에 일어날 거고 더욱이 오후 7시에 규모 7의 지진이, 오후 8시에는 규모 8의 지진이 일어날 거라고 예측했다. 오후 736, 지진이 일어났다. (207)

  

   하지만 1년 반 후, 베이징 동쪽 120km쯤 떨어져 있는 인구 수백만명의 산업 및 광업도시 탕산 사람들은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다... 탕산 사람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최소한 25만명, 어쩌면 최대 75만명까지 사망했다. 실제 숫자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것은 20세기에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최악의 지진이었다. (208)

  

   장기 예측을 하고 싶은 과학자들의 소망은 주로 탄성반발모형으로부터 생겨난 순환적 개념을 핵심으로 한다. 즉 단층응력이 꾸준한 속도로 쌓여가다가 정기적으로 단층파열이 갑자기 일어나면 해소된다는 개념인데,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반대로, 짧게 말하자면 전조가 대단히 중요하고, 좀 더 확장해서 보자면 이를 관찰하고 측정할 기계들과 사람들, 사회조직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전조로 볼 만한 증상으로는 초기 미진, 지면 압력의 변화, 지면의 기울어짐이나 상승, 저항감, 지역 자기장과 중력장의 변화, 지하수 수위 변화, 라돈 가스의 방출, 낮은 소리, 섬광과 동물들의 기묘한 행동 같은 것들이다. 이런 전조 중 몇 가지는 대지진이 일어나기 몇 달 전, 심지어는 몇 년 전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몇 가지는 지진이 일어나기 며칠이나 몇 시간 전에 일어난다. (211)

  

   이 가운데 초기 미진이 가장 유용한데, 불행히도 초기 미진은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에는 잘 일어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211)

  

   P파와 S파의 속도 비율이 임의의 기간 동안 작아졌다가 대지진이 일어나기 직전에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212)

  

   하지만 이후 샌 안드레아스 단층에서 광범위하게 지진활동을 측정해 보니 이런 P파의 예측 가능한 보편적인 행동 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12)

  

   레이저 거리 측정 기계와 전 세계 위치 파악 시스템(GPS)에 속한 위성을 이용해서 문제가 일어날 만한 지역의 지반 융기를 계속해서 감시하면 이런 지반 상승이 결국에는 지진에 대한 유용한 지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14)

  

   고안자인 파나요티스 바로초스(Panayotis Varotsos), 카이사르 알렉소포울로스(Caesar Alexopoulos), 코스타스 노미코스(Kostas Nomikos)의 이름을 딴 VAN 방법은 1898년 존 밀른이 영국 왕립학회에 첫 번째로 제출했던 논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는 지면에서 순환하고 파동하는 자연 전류(지전류, telluric current)가 교란되어 지면의 저항률이 바뀐다. 이 소위 지진전기신호(Seismic Electrical Signal, SES)를 감지해서 예측에 이용하려던 이전까지의 노력은 여러 나라에서 실패했고, 결국 접근법도 중단되었다. (218)

  

   이런 일을 비롯해 보고된 수천 가지 유사 사례들은 동물들이 진동과 소리, 전자기장과 새어나온 가스 냄새에 인간보다 훨씬 예민하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220)

  

   장기적인 지진 예측은 장기적인 날씨 예보보다 훨씬 더 성공률이 낮고 위험도는 어마어마하게 높다. (221)

  

   ...지진이 일어난 지 오래되었을수록 다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인다. 또한 많은 과학자가 휴면기가 길수록 지진의 규모는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 (222)

 

9: 죽음을 상대로 계략을 펼치다(우리의 현실)

  

   세계 대도시 거의 절반 가량이 현재 지진 위험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231)

  

   카이로와는 대조적으로 포르토프랭스와 실제로 지진 위험에 처해 있는 거의 모든 도시들, 지면의 미동이 일상생활이 되어버린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는 대도시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단층들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 측정기계들을 줄줄이 설치해놓았다. 이 기계들은 최신식 통제센터와 연결되어 있다. 1977년부터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구호위원회가 예기치 않았던 지각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경보를 발령해야 할지 말지 일본 정부에 권고하기 위해 상설 대기하고 있다. (233)

  

   분명히 로마 프리에타 지진은 우리가 일어나길 바라는 곳에서 일어나지도 않았고, 예측할 수도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각 단층을 열심히 연구했어도 지진이 어떻게, 왜 일어나고 재발하는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이제 걸음마 단계이고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 준다. (241)

  

   현대의 내진 설계에서는 건물에 철제 골조와 보강 콘크리트, 건물이 너무 많이 갈라지는 것을 막아주는 단단한 전단벽 등을 사용한다... 최근 지진 공학에서의 혁신은 면진(base isolation) 시스템이다. 수평 진동이 건물에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건물과 토대 사이에 고무나 납 베어링을 설치하는 것이다. (247)

  

   건물의 자연스러운 진동 주기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굉장히 중요하다. 건물의 진동이라는 것은 놀이터의 그네처럼 밀었을 때 왔다 갔다 하는 주기를 말한다. 10층 건물의 자연주기는 1초이고, 10층씩 올라갈 때마다 1초씩 증가한다. 그러니까 고층 건물은 저층건물보다 자연주기가 더 길다... 그러나 만약 지면의 진동 주기가 건물의 자연 진동 주기와 똑같으면 두 개가 공명할 것이다. 각각이 흔들리는 그 순간에 같은 방향으로 힘을 더 실어주어 진폭이 더 커지는 것처럼 되고, 건물이 흔들린다. 이런 진동이 계속되면 건물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