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14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쁨

나와 아내 사이에는 아이가 셋 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애가 셋 있다고 하면, 듣는 사람마다 “애국자시네요”라고 한다. 그런데 오해하면 안 되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아내와 내가 아이를 갖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부부는 이른바 ‘난임 병원’이라는 곳에 오래도록 다녔다. 대구에 사는 우리는 동대구역 근처에 있는 ‘마리아 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녔다. 둘째, 처음부터 우리가 아이 셋을 바랐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첫째를 가진 이후 둘째를 바랐을 뿐, 둘째와 셋째까지를 예상하지는 못했다.    우리 가정의 재정 형편이 아이 셋을 거뜬히 키울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세종시 기획재정부에서 파견 근무를 할 때 알게 된 어떤 사무관의..

일상 이야기 2024.06.15

검소하게 절약하는 삶

내가 어른이 되어서 좋았던 것은 더 이상 옷을 자주 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초등학생이던 시절부터 나는 외모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냥 집에 있는 옷을 꺼내 입었고, 머리도 대충 빗질 몇 번을 해서 손질하는 게 다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는 부모님께 옷이나 신발을 사달라고 떼를 쓴 적이 없다. 물론 레고 장난감이나 게임기, 게임팩 등을 사달라고 떼를 쓴 적은 많다. 그런데 이건 취향 또는 성향의 문제인 것 같다. 레고나 게임은 한 번 사면 계속해서 할 수 있지 않나. 물론 옷도 한 번 사면 계속 입을 수 있긴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 앞에서 나를 멋지게 꾸미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음식에 대한 욕심은 약간 있었다. 한창 어릴 때는 육체적인 활동량이 지금에 비해..

일상 이야기 2024.06.11

라이헨바흐 과학철학으로의 초대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학철학자 라이헨바흐(Hans Reichenbach, 1891-1953)를 만나게 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다. 나는 학사, 석사, 박사 학위 논문을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 특히 그의 시공간 철학을 주제로 삼아 썼다. 내가 지금껏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중 대부분은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에 관해 논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내가 번역한 8권의 책 중 5권이 라이헨바흐의 책들이다. 라이헨바흐가 1951년에 사망했으니 나와 그 사이에는 별다른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 그야말로 나는 그와 책을 통해 만났다. 그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이정우 선생의 번역서 [시간과 공간의 철학](1928년 독일어, 1956년 영어, 1986년 한국어 출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소 간의 우여곡절과 ..

수상 실적

- 2024년 5월 : 제20회 대한철학회 학술상 (대한철학회) : 논리경험주의 인식론 비판 재검토 - 수피와 라이헨바흐를 중심으로 - 2021년 11월 : 국제과학관심포지엄 우수논문상 (국립부산과학관장상) : 1980년대 전자산업 과학기술자료 수집 방법론에 관한 연구 - 2020년 11월 : 국제과학관심포지엄 우수논문상 (국립중앙과학관장상) : 자동물시계 자격루의 과학관 전시품 제작을 위한 연구 - 2020년 1월 : 우수연구직원 표창 (국립대구과학관장상) - 2019년 12월 : 2019 올해의 과학도서 수상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 [나우, 시간의 물리학] (리처드 뮬러 저, 장종훈 공역, 바다출판사) - 2019년 9월 : 제4회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우수사례 공모전 장려상 (국가평생교육진..

연구자 소개 2024.06.04

Making Self-Documentary

나는 블로그에 일주일에 두 개 정도의 글을 올린다. 글 하나를 쓰는 데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계산을 해 보면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서 블로그를 꾸려 나가고 있는 셈이며, 이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시간 투자이다. 부담 없는 글쓰기라서 굳이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기 때문에 쉽고 짧은 시간 내에 솔직하게 작성할 수 있다. 내 생각에 이런 형태의 글쓰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한글 프로그램을 열고 내가 평소에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생각한 것들을 30분 정도 쓰는 것이다. 분량은 A4 용지로 1쪽 정도 된다.    이 정도의 글쓰기도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건 정말로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일상 이야기 2024.06.04

Becoming a Real Reichenbachian

거듭 생각하는 것이지만, 세상의 아주 많은 일들은 우연을 계기로 이루어진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 한 서점에서 라이헨바흐의 책을 발견한 것도 우연이고, 부족한 실력이지만 계속 공부하여 과학철학 박사 및 교수가 된 것도 우연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지금까지 변두리에서 살아왔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변두리란 중심과는 상반되는 개념어이다. 쉽게 풀어 말하면, 나는 지금껏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일보다는 남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일을 해왔다.    그렇다고 내가 일부러 억지스럽게 블루오션을 찾아다닌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정말 흥미롭고 진짜인 것을 발견했는데, 단지 그게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예를 들어 라이헨바흐도 그렇다. 내 생각에 라이헨바흐는 칸트만큼이나 ..

생애 최초의 학술상 수상 후

나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는 평가를 중학생 때까지 받았다고 기억한다. 실제로 중학교 때 나는 시험을 보면 전교에서 1등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공부 잘하는 학생’에서 ‘공부를 적당히 혹은 잘 못하는 학생’으로 바뀌었다. 주변에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주변에는 서울대에 입학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 중에서 나는 평균 혹은 중상 정도의 성적이었다. 그러니 나 스스로 ‘잘한다’는 생각을 잘 못했다.    당연히 대학에서도 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물론 나도 장학금이란 것을 몇 번 받기는 했지만, 그건 전액 장학금이 아니라 수업료 면제 장학금이었다. 우등생에게는 졸업장에 “최우등 졸업” 또는 “우..

한 우물만 파기

1982년생인 나의 나이는 42세다.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면 높은 확률로 이미 삶을 마감했을 수도 있는 나이다. 내가 18살이던 즈음에 나는 부산의 한 서점에서 한스 라이헨바흐가 쓴 [시간과 공간의 철학]을 발견했다. 이 책을 발견한 후 읽어보니 재밌지만 어려웠고, 이 책을 제대로 다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을 더 잘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려 했다. 어떤 대학에 가는지는 크게 상관이 없었고, 그냥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결과를 토대로 내가 진학할 수 있는 대학에 가려 했다.    운이 좋아 서울대학교에 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말 운이 좋아서 서울대학교에 갔으며, 다른 대학교에 갔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대학교에 가도 라이헨바..

역사와 그 교훈

이미 일어났던 일들을 돌아보는 작업을 역사라고도,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 생각에 ‘철학’이라는 것은 경험할 수 있는 것의 ‘의미’를 따져 묻는 활동인데, 그 의미를 묻고 탐색하기 위해서는 예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참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사가 곧 철학이냐? 그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철학적 성찰을 위해 역사적 내용이 주요한 참고가 되지만, 역사와 철학은 비교적 선명하게 구분되는 두 종류의 학술적 활동이다. 역사와 철학은 다르면서도 서로에게 핵심적이고 중요하다.    사람들은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 곧 정치를 하거나 경제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면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 왜 필요할까? 내 생각에, 역사가들은 예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탐구..

사고는 늘 우리 곁에 있다

내가 대학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고, 내일 당장 불의의 사고로 나 또는 내 주변의 사람이 죽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저녁에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 전방 터널에서 사고가 나서 차량 정체가 시작된 후, 갑자기 앞에서 달려가던 차가 속도를 늦췄고 그에 따라 나도 속도를 늦추려고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마침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정지하지 못하고 내 차의 뒤를 받은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나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 없이 곧장 가던 길을 갈 수 있었다. 충돌 직후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고 몸이 아프다는 것을 느낄 겨를조차도 없었다. 그런데 이후 계속 운전하다 보니 머리가 아팠고 허리에서도 뻐근함이 느껴졌다.    이번에 다..

일상 이야기 2024.05.16